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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창조적 예술가들의 '삶의 궤적'


■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
최승호 등 지음/ 민음사 펴냄

국내 인문서 출판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박맹호 민음사 사장의 고희를 기념해 기획ㆍ출간됐다. 문학, 회화, 음악, 퍼포먼스, 사진, 영화, 건축, 패션 등 예술계의 거장 30인에 관한 글이 담겨 있다. ‘고희’나 ‘화갑’을 ‘빙자’한 책치고는 참신하다.

이 책은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부터 한국의 시인 김수영(1921-68)에 이르기까지 관습을 거부했던 창조적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 국내 작가와 평론가 등 30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화려한 사진과 도판이 가세해 이들의 작품세계를 손에 잡힐 듯 보여준다.

시인 최승호는 자코메티의 조각을 보고 받은 영감을 시와 산문으로 담아냈고, 소설가 김미진은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87)의 예술적 삶을 단편소설 형식으로 썼다. 화가 김병종은 중국 근대회화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던 화가 제백석(薺白石.1863-1957)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 미국 사진예술가 만 레이(1890-1976), 프랑스 작가 조르주 바타이유(1897-1962), 오스트리아 출신 영화감독 프리츠 랑(1890-1976), 폴란드 출신 북디자이너 로만 시에슬레비츠(1930-96), 한국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1952-), 미국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1942-70) 등 전통적 가치와 방식을 뒤엎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던 예술가들의 행적을 다룬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소위 거장으로 불리는 ‘잘 난 사람들’의 예술 세계를 용비어천가식으로 맹목적으로 미화하는 우상숭배식의 접근을 지양하고 있다.

예술이 ‘고급 사기’라고 말한 백남준과 ‘내일이 되면 똑똑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를 보고 엉터리라고 말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보르헤스 등 썰렁하긴 해도 진실에 접근하려고 애를 썼던 예술가들을 존중한 반면 ‘오늘 앞으로 100년간 독일 음악에 최고의 지위를 부여할 만한 것을 찾아냈다’고 너스레를 떤 쇤베르크를 경멸할 것도 이 때문이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12/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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