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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도시인의 일상과 서브웨이 판타지

[비디오] 도시인의 일상과 서브웨이 판타지

■ 튜브 테일

최근 옴니버스 영화가 많이 선을 보이고 있다. 우리 영화로는 정진 감독 사단이 재능을 모은 <묻지마 패밀리>, 태국과 홍콩과의 합작인 공포 소재의 <쓰리>가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로 일단 점수를 얻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스파이크 리, 빔 벤더스, 첸 카이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감독 7명이 참여한 <텐 미니츠 트럼펫>은 10분 분량의 짧은 길이에서도 재능과 취향과 깊이의 모든 것을 과시한 수준 높은 작품집이었다. <-트럼펫>과 동시에 기획된 <텐 미니츠 첼로>에도 장 뤽 고다르 등 거장 8명이 참여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옴니버스 영화가 4편 소개되었다. 이와이 순지, 조지 아이다 등 일본 영화계의 대표주자 7명이 독창성을 뽐낸 <잼 필름즈>. 대만 뉴 웨이브의 신호탄이 된 <광음적고사>와 이를 이은 <샌드위치 맨>. 켄 로치, 아모스 기타이, 유세프 샤인 등 세계적인 거장 11명이 9ㆍ11 테러를 소재로 하여 11분 9초1 프레임 길이의 영화로 참여한 <2001년 9월 11일>.

<튜브 테일 Tube Tales>(15세, SKC)은 영국의 재능있는 젊은 감독, 배우 9명이 지하철을 무대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도시인이 일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상상을 모은 아이디어 만점 작품집이다.

지하철과 지하철 문화가 앞선 영국이긴 하지만, 서울에만도 8개 노선이 있고 부산과 인천에도 지하철이 놓인 우리는 왜 진작 이런 영화를 기획하지 못했을까. 아쉬운 탄식이 일만큼 <튜브 테일>은 상상력이 참신하고 귀여운 영화다.

TV용으로 기획된 이 영화 뷔페에는 주드 로, 이완 멕그리거 같은 배우도 참여하여 더욱 주목하게 된다. 1995년에 기획된 미국 TV용 미스테리, 스릴러 모음집인 <폴링 인 엔젤스>의 감독 명단에도 톰 크루즈, 톰 행크스 같은 스타가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작은 규모의 영화로 기량을 쌓은 후, 극장용 장편 영화 감독으로 진출하려는 것일 터. 부럽고 영리한 스타들이다.

<튜브 테일>의 에피소드는 지하철 공간에서 느끼는 성적 판타지, 욕망이 주를 이루며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테판 홉킨스의 <풍기문란 Horny>도 이 범주의 단편이다.

매력적인 직장 여성 알렉스는 섹시한 몸매를 무기 삼아, 전철 안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보상받으려 한다.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비즈니스맨이 오늘의 먹이감. 짧은 치마와 가슴이 깊이 패인 옷차림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여, 남자를 발기시킨다. 신사는 졸지에 모든 승객의 웃음거리가 되고.

<트레인스포팅> <스타 워즈>의 세계적인 스타 이완 멕그리거 역시 <트롬본 Bone>을 통해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연주한다. 매표 창구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분증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트롬본 주자. 신분증의 주인공과 전철 안에 있는 환상을 펼친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펴지만, 그건 일순간의 환상일뿐이다.

<리플리> <로드 투 퍼디션>의 미남 스타 주드 로는 <내 안의 작은 새 A Bird in the Hand>로 상상의 나래를 퍼덕인다. 전철 안으로 날아든 새 한 마리에 비명을 지르는 여자 승객. 모두들 유리 벽에 부딪히며 탈출구를 찾는 새를 피하는데, 새는 끝내 바닥에 추락한다. 어쩔 줄 몰라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 노인이 다가가 새를 두 손에 감싸안는다. 죽은 줄만 알았던 새는 밖으로 나오자 노인의 손 바닥 안에서 힘차게 날아오른다.

러시 아워의 숨 막히는 인파 속에서 이런 꿈을 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화를 내거나 무료하게 지나기보다 이런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옥선희 비디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입력시간 2002/12/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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