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고난의 역사를 증언한다

■ 제목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iberty leading the people)
■ 작가 : 외젠 들라크루와 (Eugene Delacroix)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260cm x 325cm
■ 제작년도 : 1830년
■ 소장 : 파리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 Paris)


21세기를 여는 새 정권의 주역이 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각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화려한 공약들로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속한 당의 독자성을 고수하는 가운데에서도 국민 통합 아래 걱정 없이 잘 살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직까지 하류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피라미드식 사회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장 적절한 공약이 될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동안 배신으로 멍든 국민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가짐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90%를 차지하는 평민 층이 자신들의 희생으로 안위를 누렸던 귀족과 왕권으로부터 독립을 외쳤던 프랑스혁명과 혁명이전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1830년 7월 혁명은 부르주아 계급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시민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자각과 개인주의 열정을 가지고 자유롭고 강렬하게 표현했던 낭만주의 미술의 대표인 들라크루와는 당시 프랑스 7월 혁명을 알레고리(우의적)로 표현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완성했다.

혁명으로 희생된 남동생의 누이가 왕당파 아홉 명을 죽인 뒤 동생의 시신위로 쓰러졌다고 하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는데 그림 속 프랑스 국기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누이와 가운데에서 당시 금지되었던 프랑스 국기를 들고 시민들을 이끄는 여신은 실재와 상징의 결합이다.

이처럼 내적 상상력의 자유분방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낭만주의 화풍은 유동적인 붓의 흐름과 생생한 색채로 약동적이고 극적인 환상의 세계를 표출하며 역사화와 우의화의 공존으로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실적 고난으로부터의 해방과 소망하는 세계가 되길 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들라크루와가 조국의 현실에 가슴아파하며 캔버스 위에 현실과 투쟁하는 상징을 그려넣었던 마음이 지금 우리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2002/12/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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