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마법의 살빼기는 지구상에 없다

무분별한 약물요법은 부작용 불러, 과장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식사와 운동만으로 살을 빼기가 어려운 비만환자는 약물을 이용하여 살을 뺄 수 밖에 없다. 건강을 위해, 미용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과격한 살빼기를 종용하는 선전 문구나 그럴 듯한 비방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한 달에 10㎏씩 살을 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격한 체중감량은 몸에 큰 부담을 초래하며 설령 살을 빼더라도 결국 요요현상 끝에 전보다 더 많은 체중으로 고생하게 된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 중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약물은 제니칼과 리덕틸이라는 두가지 약제 뿐이다. 이들 약제는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경우 혹은 체질량지수가 23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 사용이 가능하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준 값이다.

예를 들어 키가 165cm, 몸무게가 68kg인 사람의 경우, 체질량지수는 68을 1.65m의 제곱인 2.7로 나눈 25.2이다. 이 경우는 아시아인에서 비만에 해당한다.


제니칼ㆍ리덕틸, 부작용 적고 효과적

제니칼은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의 30%를 대변으로 배설시키는 약물이다. 체중 감소 이외에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 기름변을 보고 방귀와 배변이 잦으며 복통 소화불량 등이 생기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얼마전 외래에서 제니칼을 2주간 복용한 환자의 불평이 있었다. “갈비를 먹고 처방해주신 약을 복용했는데 계속 기름이 나와 속옷과 바지를 다 버렸지 뭐예요, 선생님. 도대체 누가 이런 더러운 약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 환자 분은 옷을 버린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했을 뿐 본인이 얼마나 많은 지방을 섭취해서 이런 결과가 생겼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제니칼의 경우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복용해도 기름변을 보지 않는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리덕틸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나 우울증 치료효과 보다는 비만치료제로 인정받은 약이다. 빨리 배가 부른 느낌을 주어 덜 먹게 하고 약 자체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열생산을 증가시킴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

체중감소 효과 이외에도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를 감소시키고 심장에 이로운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의 수치를 높여준다. 지방 섭취가 많지 않고 밥, 떡, 국수와 같은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은 비만환자의 치료에 적절하다. 초기에 불면증, 목마름, 변비,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다는 것을 호소를 하는데 이는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올라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비만약물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처방받아야 하며 반드시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미 안전하고 검증된 비만치료제가 개발이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한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초 한 여고생이 다이어트를 위해 마약을 복용하다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유명 연예인의 다이어트를 따라 하면서 하루 한끼만 먹으며 살을 빼려 했으나 효과가 없자 결국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을 사먹은 여성 10명이 간과 폐에 장애를 일으키고 이중 한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제품은 펜플루라민과 펜터민을 복합 처방한 것으로 ‘펜펜’란 이름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7년 미국의 유명한 심장병원인 메이요클리닉에서 이 약이 심장판막 질환 발생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힌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펜플루라민은 뇌에 작용하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지만 남용하는 경우에는 심장판막질환 이외에도 고혈압, 부정맥. 우울증. 기억 장애, 중추신경 흥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이요법ㆍ운동요법 병행해야

특정 의사나 한의사의 ‘비방’임을 주장하는 다이어트 광고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해당 업체의 일방적 주장일 뿐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처방이 아니다. 일부 비만 클리닉도 문제다. 최근 대한비만학회와 소비자 단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비만클리닉에서 비만치료를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약물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한 경우에는 10가지 이상의 약물?함께 처방하고 있는 비만클리닉도 있었다. 여기에는 이뇨제, 간질치료제, 우울증치료제, 갑상선호르몬제, 당뇨약, 향정신성 약물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뇨제의 경우 초기에는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체중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지만 물을 마시면 다시 불어나며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전해질 장애, 기립성(起立性)저혈압.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살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한 후 환자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상업주의로 점철된 다이어트 시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누구든 단기간에 마법처럼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외면하라. 그리고 비만클리닉을 방문했을 때 자세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에 대한 설명이 없이 세가지 이상의 약물 처방을 받았다면 재방문하는 것을 한번 더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원장

입력시간 2002/12/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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