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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 그 질긴 생명력이여

젊은 층은 물론 생활전반에 고루 퍼진 국민음악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의 유명한 주제곡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를 전자 기타가 멋들어지게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방심하지 말 것. 전혀 뜻밖에도 바로 뒤를 잇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 없는 문일석 작사ㆍ손목인 작곡의 ‘목포의 눈물’이다. 할리우드식 뮤지컬 음악에서 뽕짝으로, 엄청난 반전을 이룬 것이다.

그것도 테크노와 트랜스 뮤직의 분위기가 교묘하게 겹쳐져 테크노 클럽 버전의 ‘목포의 눈물’이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아무도 트로트를 낡아빠진 노래라 거부할 수 없다. 트로트가 여전히 생명력을 갖는 것은 이처럼 끊임 없는 갱신의 노력 덕택이다(도브미디어).

‘봄날은 간다’의 탈바꿈은 한 술 더 뜬다. 원곡은 우울한 정서의 단조였으나, 이번에는 장조다. 이처럼 단조와 장조가 서로 엇바뀌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여기에 나일론줄 기타(이른바 클래식 기타)가 재즈풍의 보사노바로 원곡의 분위기를 일신했다.

‘찔레꽃’은 나른하기 그지 없는 도시풍의 정서로 일신했지만, 드럼은 뜻밖에도 경쾌하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갖가지 정서와 어법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창작법이다. 이것은 수록곡 도처에서 확인되는 바다.

‘마음약해서’의 도입부는 시끌벅적한 술집 홀을 연상케 한다. 술꾼들의 합창 같던 노래가 어느 순간 헤비 메탈식 보컬에 얹혀져 나온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현인의 독특한 오리지널 노래에서 출발, 악을 쓰는 메탈 보컬로 변한다.

‘나는 열 일곱 살 이예요’는 1950년대의 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노래로 변했다. ‘아빠의 청춘’은 완전한 스윙 재즈로 변했다. 시종일관 재즈풍의 기타에 최희준의 창법을 그대로 모방한 보컬이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한때 왜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던 뽕짝은 이제 당당히 하나의 음악 유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루시드 폴, 3호선 버터플라이, 디스코 트럭, 스키조, J 브라더스, 오 브라더스 등 대학가 클럽에서 지명도 1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이 총출동한 이 앨범은 최근 불고 있는 뽕짝 살리기의 바람을 그대로 반영한다.

휴대폰 벨 소리도 이젠 트로트다. 올 크리스마스 휴대폰들은 때로는 캐럴 대신 트로트를 벨소리로 들려 줘 바쁜 연말의 마음에 여유를 선사했다. 벨소리 전문업체 ㈜인포허브는 2002년 7월 웹을 통해 원하는 벨소리를 마음대로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내맘대로 빅스벨’을 실시해 ‘째지는 트로트’ 코너로 관심을 끌고 있다.


펑크 밴드도 현숙도, 모두 트로트

최근 휴대폰에서 트로트곡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벨소리용 뽕짝의 인기 순위는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뽕짝 뽀뽀뽀(뽕짝식 동요 메들리)-네 박자-꽃을 든 남자-마포종점 등의 순이다.

첨단으로 치닫는 기술과 최근 탄생한 갖가지 음악 장르에 맞춰 트로트는 ‘전통 가요’라는 틀속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는다. 한일월드컵으로 부쩍 유명해진 펑크 밴드 크라잉넛은 최근 4집 ‘고물 라디오’에서 라틴 리듬을 가미한 트로트 곡 ‘오드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힙합 그룹 거북이는 2002년 11월 7일 KBS 2TV ‘뮤직 뱅크’를 통해 태진아의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를 랩과 힙합으로 재탄생시킨 신곡을 선보여 젊은 층의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96년 자칭 트로트 댄스곡이라는 이름 아래 대히트를 기록했던 ‘정’의 주인공 영턱스 클럽도 2002년 7월 YTC로 개칭, 새 시대의 트로트를 선보이겠다는 의욕이다. 거의 동시에 KBS 2TV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꽃봉오리 예술단은 ‘신나는 댄스 메들리’라는 두 장짜리 뽕짝 음반을 발표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낭랑 18세’ 등 옛 인기 가요는 물론 군인들의 애창곡인 ‘성냥 공장 아가씨’와 ‘영자송’까지 뽕짝으로 편곡, 모두 27곡이 실려 있다.

언제나 경쾌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현숙은 신나는 트로트의 대명사다. 신곡 ‘오빠는 잘 있단다’는 ‘사랑하는 영자씨’에 이어 iTV의 ‘성인 가요30’ 등 각종 성인 가요 차트에서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노래 자랑 자리라면 으레 불리는 곡이다.

현숙은 2002년 12월 18일 한양대에서 열린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자선의 밤’에 참석, 트로트 가수 특유의 인간미를 증명하기도 했다.


중년의 공식 문화, 트로트

그러나 역시 트로트는 중년에 제격이다. 현철-태진아-송대관 등 ‘빅3’의 변함없는 인기는 우리 사회의 공식 문화로서 트로트가 차지하는 위치를 대변한다. ‘영원한 오빠’ 나훈아가 발하는 열정의 트로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의 트로트이다.

또 조항조(44)는 40~50대 아줌마들의 극성스런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다. 신보 ‘2002 사나이의 눈물’을 발표한 그의 공식 홈페이지(www.chohangjo.com) 조회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또 부산ㆍ광주 등 남부 지방에서 인기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중년가수 유영(가명)은 독특한 창법으로 그만의 팬덤을 누리고 있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뽕짝 바람의 진원지는 단연 이박사(57ㆍ본명 이용석)로 꼽히고 있다. 그의 인기와 영향력은 2000년 5월 출범한 PC 통신의 ‘이박사 동호회’ 등 관련 단체들이 입증한다. 신세대에까지 그의 인기가 미치는 데에는 10대 뺨치는 독특한 패션과 헤어 스타일 등 외모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재즈에 친숙해져 있는 그들은 이박사가 신이 나면 소리치는 “호리호리” “렁렁렁” “뚜루히이이이” 등의 감탄사를 두고 스캣의 한국적 변형이라고 반긴다. 그를 좋아하는 10~20대 팬 상당수가 록이나 헤비 메탈 등의 마니아란 점은 시대의 변화와 호흡할 때 뽕짝은 영원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남북 통일의 버팀대 될 트로트

트로트는 세대 통합 뿐 아니라, 남북 통합의 주체이기도 하다. 2002년 9월 27일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오! 통일 코리아’ 에서 이미자가 불렀던 뽕짝에 1,520명 북한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이 자리에서 이미자는 ‘흑산도 아가씨’ ‘기러기 아빠’ 등 대표곡과 ‘애수의 소야곡’ ‘눈물 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등 해방 전 트로트곡들을 불러 북한 주민들의 열띤 박수를 자아냈다.

모두 22곡의 트로트를 불렀던 이씨는 “평양 땅도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노래에 함께 울고 웃는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트로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트로트를 ‘계몽 가요’로 부르며 국민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이틀 뒤에 열린 같은 행사에서는 최진희가 나와 ‘꿈꾸는 백마강’ ‘목포의 눈물’ 등 한국인이라면 모두 애창하는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는 한국인 모두가 가꿔 온 보물이다. ‘뉴 어택 2002’를 기획한 도브미디어 이선일 대표는 “당대를 대표하는 곡을 뽑으려는 기획 의도에 맞추다 보니 역시 트로트가 압도적이었다”며 “곡을 쓰고 싶다는 후배의 요청 앞에 저작권 등에 대한 절차를 일체 생략하고 흔쾌히 수락하신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3/01/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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