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카페,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명소로 각광

"어머! 개판 고양이판이네"

‘애견카페’ ‘고양이카페’ 등 특정 동물을 데리고 출입할 수 있는 동물카페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반카페가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려나고 있는 가운데 동물카페가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약수동에 문을 연 캣 까페 ‘열번째 고양이’(www.10thcat.com)는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새끼 고양이 ‘코코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장애고양이 ‘잭’, 쓰레기통 옆에서 주워온 ‘양양’이, 검은 털이 매력적인 ‘나오미’, 심술꾸러기 ‘메이’ 등 모두 9마리의 고양이가 한 솥 밥을 먹고 산다.


고양이 애호가들의 해방공간

고양이 애호가들이 모일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데 착안한 카페다. 고양이 전용 정수기에 장난감, 공기 청정기, 부드러운 털 방석이 깔린 바구니 등 스물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다양한 고양이 시설을 마련해두었다. 푹신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카페 내 테이블과 의자도 촉감이 좋은 천 소파로 꾸몄다. 가내 수공업으로 직접 만든 귀여운 고양이 액세서리나 장난감, 음식을 구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마음 편히 놀다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양이 애호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문을 연지 채 한 달이 안 됐지만,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7시 이후에는 8개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성인 남녀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으며 마니아층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리저리 뛰어 노는 고양이를 쫓아다니다 보면 옆 테이블 손님들과도 쉽게 친해진다.

고양이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카페이지만, 보통 고양이를 동반한 손님보다 이 카페의 ‘아홉 친구’들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집안의 반대로 혹은 여건상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이곳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아쉬움을 달래고 간다. 고양이를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원정 팬들도 있다.

방학을 맞아 전남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박경란(23)씨는 카페 고양이들을 보며 연신 ‘예쁘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테이블의 방명록에다가는 고양이의 잠자는 모습을 깜찍하게 스케치해 놓았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던 고양이가 푹 엎드리는 자세로 바꾸자 “아까는 (모양이) 물만두였는데 이젠 군만두가 됐다”며 좋아한다. 함께 놀러 온 김창애(22)씨는 고양이의 특별한 매력으로 ‘요염’하다는 점을 꼽는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양이 카페를 차려버린 ‘열번째 고양이’의 대표 조은정씨(30)는 “고양이에 빌붙어(?) 먹고 산다”며 웃는다.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언니가 친구집에서 ‘양양’이를 데려다 주면서부터. 고양이를 키운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인연은 각별하다.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세 사람 모두 고양이 동호인 모임인 인터넷 ‘하이텔’의 ‘캐츠’에서 만났다. 2년이 넘게 사귀어온 세 살 연하의 남자 친구 역시 고양이를 매개로 연분을 맺었다. “천식을 앓으면서도 고양이를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친구의 순수한 모습에 반했다”고 귀띔한다.

“고양이와 남자친구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것과 똑 같은 질문”이라며 답을 망설인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조은정씨가 인터넷 고양이용품 전문 쇼핑몰 ‘열번째 고양이’를 오픈한 것은 2001년 봄. 고양이에게 줄 먹을 것과 각종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 저곳 수소문하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과 아예 가계를 차려버렸다. 앞으로의 꿈은 고양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마을인 ‘캣 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고양이와 맘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동네가 있다면 굉장히 낭만적일 것 같다”며 고양이 애호가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강아지 메뉴도 따로 마련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애견카페의 인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성균관대 앞 애견카페 ‘하룻강아지’(http://cafe.daum.net/harootkang)의 입구에 들어서면, 채 문을 열기도 전에 9 마리의 개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손님을 반긴다.

덩치 크고 잘 생겨 인기가 많은 알래스카 맬라뮤트 ‘하로’를 비롯하여 점잖은 골든리트리버 ‘그린’ , ‘군밤장수’란 별명을 가진 검정 털의 차우차우 ‘차차’ 등 9 마리의 개 중 8 마리가 암컷이다. 수컷으로는 애교 많은 ‘릴리’ 단 한 마리뿐이다. 때문에 손님이 수컷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여덟 암컷 강아지들이 좋아서 난리를 친다.

벽면에는 앙증맞은 포즈를 한 애견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애견 동호인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강아지들이 최대한 편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카페 중앙 바닥을 넓게 비워놓았다. ‘닭 안심’과 ‘소고기 통조림’ 등 2,000~4,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강아지 메뉴’도 있다.

카페가 골목 한 어귀에 자리잡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주말이면 으레 한 두 차례 애견 동호회 모임이 열려 ‘애견인 축제’의 장이 된다.

직접 놀러 오지 못할 때는 인터넷으로도 ‘하룻강아지’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다음카페 ‘하룻강아지’에는 애견 친구들의 일기와 사진을 비롯하여, 강아지 백과사전 등 애견 가족들의 궁금함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얘기들이 가득하다. 현재 회원 수가 3,6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산업디자이너의 길을 버리고 이 애견카페를 차린 스물 여섯 살의 조찬양씨는 ‘충직함’을 개의 최고 미덕으로 꼽았다. “화를 내고 야단을 쳐도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치며 달려들잖아요. 절대 배신이 없죠. 개의 그런 충성심을 보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앞으로 ‘개 전람회’에 출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조씨는 다양한 개들을 접하고 싶어 2002년 봄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그녀는 개와 함께 하는 특별한 추억을 위해 방문한 손님들의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선물하기도 한다.

이 카페에서 만난 이현경(26)씨는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것은 물론, 개를 데리고 놀 수 있어 더 재미있다”며 “보통 집에서 키우기 힘든 송아지만한 덩치의 개들을 보는 즐거움도 특별하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1/07 15:45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