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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내 아이… 혹시 영재?

영재 관심 높아지면서 영재 판별 검사 인기

“내 아이는 영재일까 둔재일까”

서울 강남 8학군이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2년 11월 영재교육 기회의 대폭 확대를 뼈대로 하는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자 강남 8학군 지역 일대에 영재 검사를 받으려는 부모들이 부쩍 늘어났다.

교육부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국가발전에 필요한 각 분야의 영재를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게 주요 목표. 따라서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가 영재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같은 심리로 인해 강남의 관련 기관이나 학원에는 영재 검사의 절차나 비용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 최대 학원가인 대치동의 경우 사설 학원들까지 나서 불안해 하는 ‘모심’(母心)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영재연구원. 요즘 이곳은 ‘영재 특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영재 검사가 초등학생 뿐 아니라 미취학 아동들의 ‘필수 코스’로 떠오르면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 2002년 11월에만 연구원 인력 및 장비를 총동원해 30여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검사를 실시했으나 쏟아지는 예약을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한국영재연구원 정미애 원장은 “흔히들 영재 검사를 IQ검사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영재 검사는 사고력 테스트, 창의력 테스트 등을 종합한 테스트다”라며 “모든 검사를 분석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요즘은 자정 넘어 퇴근하기가 일쑤다”고 귀띔했다.


시험지 유출ㆍ족집게 강의 등 이상 열기

이렇듯 최근 들어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영재 검사 ‘붐’이 일고 있다. 정 원장은 일련의 변화가 얼마 전 발표된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 때문으로 분석한다. 2003년 3월부터 이 계획이 본격 시행된다. 여기에는 단계적으로 영재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청 및 대학에 부설 영재교육원을 설립하는 등 연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정 원장은 “일부 학부모들이 발표에 따라 발 빠르게 행동을 개시하자 너도나도 꼬리를 물고 따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도권 일대, 광역 소재지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자녀들을 ‘영재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검사 샘플을 구입해 사전에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열성파’의 경우 검사를 마친 부모를 찾아 사전에 시험문제를 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험문제를 출제한 기관과 학원이 결탁하는 사례까지 드러났다.

실제로 12월 14일 광주에서 실시된 영재 선발 시험의 지능ㆍ적성 검사지가 사전에 유출돼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일부 학원에서 시험 문제와 유사한 검사지를 미리 풀어보고 시험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험 주최자인 광주시 교육과학연구원측은 유출된 검사지가 문제를 출제한 모 적성연구소의 광주 지사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원은 조만간 문제지를 유출한 연구소와 학원을 고발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새로 바뀐 환경에 맞는 ‘경쟁력 갖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서울 최대 학원가로 꼽히는 강남 대치동의 경우 학부모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원이 직접 아파트를 돌며 유인물을 살포할 정도.


부모 심리 이용하는 학원가 상술

이들은 각종 미사여구를 통해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국가 차원의 영재 교육이 본격화된 만큼 자녀들을 위해 무언가 손을 써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학원측의 주된 논리. 일부의 경우 “평범한 학생도 영재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펴 학부모들을 주머니를 열게 한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확대 재생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거나 경시대회 준비를 시키는 선행 학습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치동 C학원은 사설 보습학원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학원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영재반을 구성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말이 영재 교육이지 실제로는 고등학생들도 풀기 어려운 ‘실력 정석’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부는 ‘영재’라는 말이 들어가는 학원의 등록을 허가하지 않는 현행법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보습학원의 등록을 주관하는 지방 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영재학원’의 등록을 막고 있다”며 “오히려 이같은 정책이 음성적인 학원의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어른들의 논리’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부천대 유아교육과 이영훈 교수는 “영재가 되기 위해서는 IQ 뿐 아니라 다양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수준에 맞지 않은 고 난이도의 문제는 오히려 학생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정학습능력개발원 박경희 실장은 “무엇보다 부모들이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지 말고 자녀들의 상태에 맞는 체계적인 검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3/01/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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