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배구 슈퍼리그, 신상품 없는 장사 잘 될까?

이경수 파동으로 LG화재 불참 속 김 빠진 뻔한 승부

'백구의 대제전' 2003년 삼성화재 애니카 배구 슈퍼리그가 12월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을 시작으로 개막. 3월초까지 9개 도시를 돌며 3개월여 열전에 들어간다.

이경수 파동으로 남자 실업부의 한 축 LG 화재가 불참을 선언, 다소 김이 빠졌지만 신진식을 앞세운 삼성화재와 세터 권영민을 보강한 현대캐피탈이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부는 이들 우승후보 외에 대한항공 상무 한전 서울시청등 6개 팀이 참가. 1, 2차 리그를 거쳐 상위 두 팀이 5전3선승제의 챔피언전을 갖는다.

5개팀이 참가하는 여자부 역시 우승 후보 1순위 현대건설에 상전벽해를 이룬 도로공사가 도전하낟. 또 전통의 강호 LG정유와 담배인삼공사도 다크호스다. 역시 1, 2차 리그를 거쳐 최종 두 팀이 5전3선승제로 자웅을 가린다 7개팀이 참가하는 대학부는 한양대와 인하대가 또 한번 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남자, 삼성-현대 양강구도 여전

배구 슈퍼리그를 6연패하는 동안 배구인기는 급전직하했다. 삼성이 잘했건, 나머지 구단들이 못했건 스포츠의 묘미인 박진감을 전혀 느낄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가 활발한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평준화를 꾀하며 독주를 허락하지 않는 것과 비교되는 항목이다.

올 시즌 슈퍼리그 역시 침체서 벗어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팀 수가 절대부족한 상황서도 구단간 이기주의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LG화재의 불참을 유도, 다시 한번 판이 깨졌기 때문이다. 일부 배구인들은 이번 대회의 포커스는 물고 물리는 혼전이 예상되는 여자실업쪽에 둬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재간둥이 세터 권영민을 영입한 현대캐피탈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제주전국체육대회서 삼성화재의 60연승을 저지하면서 기나긴 연패사슬이 고리를 끊은 현대는 권영민의 가세로 3, 4점 정도의 공격력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권영민은 큰 키로 블로킹도 곧잘 잡아낸다.

또 장신센터 윤봉우가 합류했고 기본기가 좋은 라이트 장영기도 보강, 블로킹벽과 서브리시브 능력이 한층 강화했다. 리베로 이호도 강훈을 소화해내 재탄생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정신적 지주인 라이트 김세진이 결장한데다 김상우 신선호의 센터진이 부상후유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한 것이 걱정이다.

하지만 '갈색 폭격기' 신진식이 건재한데다 장병철이 김세진의 공백을 메우고 신정섭 박재한 등을 대타 센터로 활용하면 공백은 미미해진다. 다만 블로킹 능력이 탁월한 김세진의 '벽'을 장병철이 얼마나 보충하느냐가 관건이다. 세터 최태웅이 발군인데다 리베로 여오현도 최고수주느이 리시브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신치용 감독은 "어느때보다 박빙의 경기가 예상된다"면서 현대의 전력보강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삼성화재가 55대45로 앞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자, 현대 독주에 도로공사 도전

여자팀의 경우 현대건설의 우세 속에 전력이 보강된 도로공사의 도전이 만만찮다. 또 전통의 강호 LG 정유 담배인삼공사 등도 한방의 저력이 있어 여자부는 최대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현대는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 트리오에 한유미 이명희의 좌우포와 센터 정대영이 모두 믿음직스럽다. 신임 김명수 감독 체제로 이에 맞서는 도로공사는 임유진 장혜진의 레프트진과 김소정 박미경 김사니, 한유미의 친동생 한송이 등이 모두 의욕에 넘친다.

실업 4개 감독은 실업연맹전서 2위를 차지한 도로공사를 우승권으로 점친다.

반면 LG정유와 도로공사, 흥국생명은 뚜렷한 플러스 요인이 없지만 관록을 앞세워 도로공사와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부는 한양대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는 전력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라이벌 인하대는 세터 권영민이 빠진 것이 치명적이다. 장기 레이스여서 구상윤 장광균의 단신 레프트를 보유한 것도 흠이다,

경기대는 이형두 박재한 등 주축이 빠져 성균관대와 함깨 3·4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리그는 LG화재의 불참으로 스폰서비 및 중계료 등에서 3억원을 손해보는 등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또 팬들의 칼날 같은 비난에도 직면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욱 점보리그와 대등하게 경쟁했던 배구의 앞날은 이경수 해법 등 앞으로 2, 3년동안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추락이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욕심과 돈이 부른 예고된 파동

프로화를 준비하던 배구가 또 한번의 직격탕르 맞았다. 99년 삼성화재의 '싹쓸이' 드래프트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배구는 올 1월 드래프트를 거부한 '차세대 거포' 이경수(23·200m)를 LG화재가 자유계약으로 전격영입하면서 다시 한번 틀어져 버렸다.

공교롭게도 LG화재는 2000년은 피해자로 2002년에는 가해자로 슈퍼리그에 불참하는 주인공이 됐다.

이경수 파동의 원인은 자존심과 돈이었다. 70년대를 주름잡던 강만수의 직계로 손색없는 이경수가 2000년 드래프트에 나섰을 경우 받을 수 있던 돈은 8억원. 또 전용체육관 하나 없는 대한항공이 40%확률이 1순위를 갖고 있어 이경수는 신진식이 95년 삼성화재에 입단할 당시 받았던 18억원(추정)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투자에 인색한 대한항공으로 가야할 입장이었다.

이경수는 급기야 아버지 이재원(58)씨와 협의, 체육교사로의 진로를 택하고 드래프트 거부 및 한양대학원 교육대학 진학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연히 대한항공 삼성화재 등 나머지 3개 구단의 반발은 극심했고 협회는 드래프트를 거부한 이경수, 황원식은 드래프트를 거쳐야만 선수자격을 회복할 수 있고 LG화재는 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선수자격회복 소송을 건 이경수가 1년 가까이 허송세월 할 때 한국전력 강동석 사장이 협회 신임회장으로 부임했고 강회장은 3개 구단주들을 만나며 이경수 드래프트 실시 합의를 종용했다.

12월13일 4개 구단은 LG화재를 참여시킨 드래프트 실시를 전격 합의했고 대한항공은 LG화재와의 막후 협상을 통해 이경수를 포기한다고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16일 드래프트 실시 당일 30% 확률의 2순위인 LG화재는 20%확률의 3순위인 현대캐피탈에 이경수가 뽑힐 경우 만사 '도루묵'이 된다고 판단, 투자원금 16억원을 드래프트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이경수를 뺏기더라도 손해는 안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LG화재의 욕심에 지친 대한항공과 삼성은 드래프트 불가를 선언했고 LG화재는 슈퍼리그 불참을 선언했다.


입력시간 2003/01/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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