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타운 앤 컨트리, 좋은걸 어떡해

스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는 영화 두편이 극장에서 홀대받고 비디오로 직행했다. 영국 출신인 피터 첼섬의 2002년작 <타운 앤 컨트리>(18세, SKC)는 내로라하는 스타가 한 다스쯤 나오는 영화고, 파스칼 바일리의 2001년작 <좋을걸 어떡해>(18세,파라마운트)는 프랑스의 샛별 오두리 토투의 매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먼저 <타운 앤 컨트리>는 우디 알렌식의 수다로 현대 상류층의 결혼을 까발린 코미디다. 풍자의 깊이가 우디 알렌의 이르지느 못하나, 화려해서 재미는 있다. 화려하다는 말 속에는 뉴욕 상류층 아파트에 걸린 조지 브라크, 페르낭드 레제 등의 그림과 고급 쇼핑몰, 파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와 선 벨리의 휴양촌, 다양한 민족과의 연애 행각, 재산을 반분하는 이혼 절차 등도 포함된다.

포터(워렌 비티)와 엘리(다이안 키튼)는 뉴욕의 유명한 건축가, 실내 디자이너 부부. 결혼 25주년을 맞아 파리에서 절친한 친구 부부 그리핀(게리 샌들링), 모나(골디 혼)와 샴페인을 터뜨린다.

골동품상인 그리핀이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모나로 인해, 포토의 비밀도 밝혀진다.

'범생'인줄 알았던 포터가 젊은 첼리스트 알렉스(나스탸샤 킨스키)에게 임신을 시킨 것은 물론, 비행기에서 만난 갑부 딸 유진(앤디 멕도웰), 휴양지 점원 어번(지나 엘프만) 등 눈에 띄는 여자마다 눈독 들이는 위인이었다.

소동에 잔재미를 더해주는 이들은 혀에 피어싱한 애인을 둔 아들 톰(조시 하트넷), 영어도 모르는 아랍청년과 사귀는 딸 엘리스(트리샤 베시), 웃통을 벗어제낀 남미 사내와 사귀는 흑인 하녀, 그리고 유지의 아버지(찰톤 헤스톤)와 어머니(메리언 샐즈)다.

진부함과 참신함이 교차하는 이 호화판 코미디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기꺼이 파는 배우의 배짱도 대단하다. 할리우드의 바람둥이 워렌 비티는 "이젠 늙어서 바람 피우는 것도 즐겁지 않다"고 고백한다. 미국인의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단체의 회장 인 찰톤 헤스톤은 총을 들고 날뛴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를 욕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처럼 배경을 모르면 재미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대중문화 코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곳이 할리우드이다.

삶과 죽음, 사랑 운운하며 해독 불가능의 대사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소위 유럽 예술 영화보다 할리우드 영화를 진정으로 즐기기가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생에 대한 각성은 민족이나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그 곳, 그 때, 그 문화에 접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왜 그리 많은지.

<좋을걸 어떡해>의 오두리 토투를 만나볼 차례다. 오드리 헵번에서 이름을 딴 오드리 토투는 2001년 작 <아멜리에>로 프랑스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스런 요정이 되었다.

주변인의 사랑을 돕다가 자신의 사랑을 찾게된 <아멜리아>에서의 역할을 <좋을걸 어떡해>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모델로 분한 탓에 토투의 기발하고 깜찍한 패션을 즐기는 것도 <좋을걸 어떡해>의 주요 감상 포인트.

또한 낙서 일기의 제목과 암전으로 화면을 툭툭 끊고 잇는 형식도, 아담하고 귀여운 배우 토투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애인과 헤어져 성당에서 훌쩌거리던 광고 모델 미션은 수의사인 프랑소와(에두아르 바에르)와 사랑에 빠진다. 10살 연상인 유대인 프랑소와와 동거하게 되자 미셸은 이제까지의 불교 탐구에서 일변하여, 유대툐 배우기에 열중한다. 유대인임을 숨기고 싶었던 프랑소와는 미셸의 종교 탐구가 반갑지 않다.

옥선히 DVD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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