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욕망과 공포의 심리적 이중성

■ 제목 : 시내로의 진입 (Entry into the city)
■ 작가 : 폴 델보 (Paul Delvaux)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90cm x 170cm
■ 제작년도 : 1940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한해를 보냈다면 누구라도 새해에는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을 인식하듯 고통 속에서 평화로움을 갈망하고 좌절이 성공으로 향하는 집념을 부르는 것처럼 인생이란 이율 배반적 갈등을 통해 거듭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벨기에 화가 폴 델보는 고전과 모던을 결합하여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 속의 환희와 우울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작품 ‘시내로의 진입’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꿈꾸듯 거리를 거니는 여인들과 이에 무관심한 남성들의 고정된 시선은 마치 시간이 멎어버린 듯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델보는 초현실적이며 형이상학적 화풍의 르네 마그리트와 지오르지오 키리코의 영향을 받아 주로 누드의 여인과 정장한 남성을 등장시켜 욕망과 함께 묘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미술을 시작하기 전에 건축학을 학습한 경험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원근감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피상적 인물들은 어둠과 빛을 나누는 가운데 어떠한 감정의 교환도 나누지 않고 있어 장식적 색채와 대조적인 차가운 정서를 보여준다.

고전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배경 안에서 자기도취에 빠진 여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무의식의 형이상학적 장소를 나타내며 이와 같은 작품의 성격으로 폴 델보는 꿈의 화가 혹은 시적인 화가라고도 불린다.

사회의 부조리한 세계관을 극복하여 유토피아로의 도달을 주제로 하는 벨기에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가인 라울 세르베는 폴 델보의 영향을 받아 ‘밤의 나비들’이라는 작품으로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폴 델보의 작품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고혹적인 여성미에 주목하기 보다 시공을 초월한 몽환의 세계로 이끌어 불안과 욕망의 갈등을 정화시키는 내재적 힘을 느끼게 한다.

입력시간 2003/01/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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