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프레소] 재즈사랑에 날 새는 줄 모르네

'그 남자의 재즈일기1, 2' 펴낸 황덕호

그가 일기를 다 썼다. 1998년 3월 11일에 시작해 2000년 11월 17일까지 1주일에 한번 꼴로 써 온 일기가 두권의 책이 돼 나왔다 '그 남자의 재즈 일기 1, 2'(돋들 새김 펴냄). 재즈 평론가 황덕호(37)의 재즈에 대한 깊이와 사랑이 짙메 묻어 난다.

재즈책 발간 정도로는 이제 뉴스가 못된다. 너무 흔한 주제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출판계에서 빠뜨릴 수 없게 된 분야가 재즈이기 때문이다. 재즈라는 주제에 대해 경험이 없었던 국내 출판계는 재즈라는 매력적인 새 소재를 어떻게 소화해야 좋을지 잘 몰랐다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재즈를 사이에 두고 경박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해온 양상이 펼쳤던 것은 그래서이다. 새롭게 부쩍 주목 받게 된 장르라 겪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 같은 상황에서 국내의 재즈 서적이 두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째지한 재즈 이야기', '앗! 재즈', '재즈 한번 들어볼래?' '재즈 카페' 등은 각 저자의 재즈관을 원칙 없이 감상기 수준에서 신변잡기적으로 펼쳐 놓은 책들이다.

그 반대하는 '재즈'(뤼시앵 말롱 지음), '재즈 우화'(빌 크로우 지음)등 해외의 정평 있는 명저들을 옮긴 일련의 서적들이 있을 것이다.

부박함과 진지함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책이 아쉬웠다. 황씨의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그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론을 빈 한국적 재즈 사회학이 좋은 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 재즈 봄은 유한계급이 자신들을 다른 계급과 구별 짓기 위한 하나의 장식물에 가까웠다는 통찰이다. 뭣보다 친숙한 한국어를 유려하게 구사한는 말솜씨는 책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불어 넣는다.

그는 1999년 KBS-FM '재즈수첩' 방송작업과 'The Jazz'(유니버설)등 컴필레이션 음반계획. '객석' '키노'등 문화 관련 잡지 기고 등 일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먹고 사는게 급했거든요" 그러나 그 같은 '잡무'들 덕에 그는 한국적 재즈 현실에 누구보다 정통하게 돼 갔다.

그가 부인의 지청구를 감수해 가며 모은 재즈 음반은 LP 500여장을 포함. 모두 2,500여장에 이른다. 그 가운데 추리고 추려 두권의 책에 소개된 것이 150여장. 빙산의 일각을 보인 것이랄까. 직장 5년 다녀 모은 돈을 거기에 거의 쏟아부은 셈이었다.

"남편이란 사람이 돈 안 되는 재즈판 모으는데 열중하는 형국이니 집사람한테 혼 많이 났죠."

요즘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침체일로에 빠져있던 국내 재즈상황이 2002년을 고비로 회복 국면에 접어 들고 있다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멜다우, 펫 메스니, 원 튼 마살리스 등 그야말로 거물들이 꼬리를 물고 내한했다. 뭣보다 전성식, 신관웅, 나윤선, 이주한, 이우창 등 우수한 한국 재즈맨들의 개성적 신보들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는 사실은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현재 그는 일요일 밤다다 2시간씩 김혜성과 PD와 '재즈수첩'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 4월 첫 방송 예정인 음악 전문 라디오 채널 스카이라이프에서 24시간 재즈 체널 방송 준비 작업도 중요한 일상이다.

물론 수시로 들어오는 원고 청탁에도 응하고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1960년대 나온 재즈의 고전 'Hear Me Talkin To Ya(내 말좀 들어보소)'를 번역해 오해 투성이인 한국의 재즈 상황에 대해 올바른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입력시간 2003/01/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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