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니트… '손뜨개' 패션이 부활한다

겨울이면 시린 손을 겨드랑이에 끼워 넣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장갑을 끼자니 손이 둔하기도 하지만 괜찮은 장갑 하나 장만하려면 그 값이 만만치 않아 보통 큰 맘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다.

지난 겨울 드라마에서 뜬 파시미나 목도리 열풍에도 지갑 열기가 두려워 목에 두르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한 것일까? 거리에 나서보면 직접 짠 듯한 손뜨개 장갑에 길다란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시절 추억에나 있을 법한 벙어리 장갑에다 얼기설기 굵은 털실로 짠 목도리에 허리에서 묶은 카디건, 터들넥 스웨터까지 온통 손뜨개 니트 열풍이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인기

돌체 앤 가바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미소니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루비나, 노승은, 김서룡 등 국내 중견 디자이너들이 앞다투어 니트류 부활을 선언했다던 예견 덕일까? 올해들어 니트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재킷이나 얇은 코트 안에 세련되게 받쳐입는 화인니트의류가 아니라 굵은 실로 얼기설기 엮은 손으로 직접 뜬 느낌이 나는 터들넥 스웨터, 외투대용의 카디건 스타일 니트웨어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목도리와 벙거지 모자, 벙어리 장갑까지 전성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여주인공이 벙어리 장갑을 끼고 나와 손뜨개 니트류의 부활을 예고한 뒤로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은수의 길게 늘어뜨린 목도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손뜨개 니트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필수품목이 돼 버렸다.

50년대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페미닌룩, 70년대의 빈티지룩이나 겹쳐입는 레이어드룩,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옷들이 주류를 이루던 90년대 미니멀리즘을 지나 80년대 가장 화려했던 패션으로 기억되는 글래머룩이 대대적으로 부활되는 가 싶더니 올해에는 갖가지 스타일이 뒤섞여 나름의 멋을 창조하는 개성을 살린 패션이 사람들의 몸을 감싸고 있다.

유행을 읽을 수 있다는 신촌과 이대, 명동 거리에도 손뜨개 느낌의 목도리와 모자, 장갑이 짝을 이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패션 1번지 동대문에서도 역시 주류는 손뜨개 니트류이다.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9.11테러 이후 사람들의 심리적인 불안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열릴 줄 모르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복고적이고 따뜻한 느낌과 함께 자유분방하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를 느끼게 한다는 손뜨개 니트류는 목도리와 모자를 포함, 장갑과 의류에 이르기까지 올 겨울 확실한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복고풍의 손뜨개 니트류가 유행한다고 해서 단순히 옛것의 재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식을 배제한 단순한 디자인에 개성을 살린 새로운 멋”이 가미된 유럽식의 정돈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다.

특히 헤비게이지(게이지는 가로 세로 10cm 안에 들어가는 뜨기코의 밀도를 일컫는 단위로 보통 안에 받쳐입는 화인니트는 12게이지 정도이다)라 분류되는 굵은 실을 이용한 니트류가 유행의 중심에 있는데 이들 제품의 통칭을 ‘벌키니트’라 한다.


유행패션과 훌륭한 매치

편안함과 보온성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몸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니트는 몸매가 드러나기 때문에 다소 뚱뚱해 보이는 단점도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헤비게이지를 이용한 벌키니트류는 두꺼워서 웬만큼 날씬한 여성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의류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헤비게이지라도 껄끄러운 느낌의 방모사를 이용한 투박한 짜임으로 형태감이 있고 힘있어 보이는 소재를 택하면 캐주얼한 멋을 살리면서 큰 걱정없이 입을 수 있다.

목이 분리되고 엉덩이를 살짝 가리는 길이의 풍성한 터들넥 스웨터에 롱스커트와 부츠차림은 성숙한 멋을 내고 8부나 9부의 짧은 바지와 발목부츠는 세련미를, 셔츠자락이 빠져 나오도록 입으면 캐주얼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여기에 2~3m에 이르는 길이의 손뜨개 목도리를 길게 늘어뜨리면 최신유행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옷차림이 된다.(최근에는 4m에 이르는 긴 목도리도 나왔다)

올해 손뜨개 니트 목도리를 연출하는 포인트는 땅에 끌릴 정도로 길게 매는 것! 목에 한번 감아 돌려서 양 옆으로 늘이거나 앞뒤로 길게 늘여뜨려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다.

노랑, 파랑, 빨강 등의 밝은 색이 줄무늬를 이루며 배열된 목도리는 화려한 색상이 강조되는 민속풍이나 보헤미안(집시)풍의 옷차림에 좋다.

좀 더 도시적인 깔끔함을 연출하고 싶을 때는 단색 목도리를 이용한다. 길면서 끝부분에 술이 달려 있는 것으로 단순한 짜임의 40~60cm 정도로 폭이 넓은 것이 유용하다.

이런 손뜨개 니트류의 열풍에 힘입어 직접 목도리를 떠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백화점에서 보통 5만원 이상 하는 목도리를 집에서 직접 뜨면 1~2만원의 재료값으로 충분히 뜰 수 있다. 솜씨가 없는 초보자도 목도리 뜨는 법은 간단히 배울 수 있고 1~2일이면 자신만의 목도리를 가질 수 있다. 최근에는 실만 사면 뜨개질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곳도 곳곳에 생기고 있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보관·취급에 신경써야

신축성이 있어 변형되기 쉬운 니트류는 입고 벗을 때도 거칠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벗어놓을 때에도 땀이나 물기를 없애고 먼지를 턴 뒤 접어서 보관해야 형태를 보존할 수 있다. 보풀이 생기면 투명테이프로 살짝 들어올린 뒤 가위로 잘라주는 게 깔끔하고 보기 좋다.

사람들이 꼽는 니트류의 단점은 세탁,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긴 겨울동안 드라이클리닝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

집에서 간단히 손세탁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차거나 미지근한 물에 울샴푸로 손빨래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는 수준이지 바닥에 대고 치대는 정도가 아니다)를 한다. 헹굴 땐 섬유린스나 식초를 몇 방울 넣는다. 손으로 눌러 물기를 짜 그늘에서 말리고 빨래망에 넣거나 보자기에 싸서 탈수시킨다. 뜨끈뜨끈한 바닥에 널어 말리면 스팀 다리미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추운 겨울, 아련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벗삼아 추운 겨울이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 불황에 따른 복고풍이라도 좋다. 새해에는 저렴한 값에다 정성은 담뿍 담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니트 목도리를 직접 떠서 새해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보자. 손뜨개 목도리가 아니라 추억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김선희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1/08 16:2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