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보는 사회] 돈 되는 점술업… 나도 돗자리 펴?

불황 모르는 황금사업, 역술인 입문 역학강좌 등에 사람 몰려

점술업이 불황을 모르는 황금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직업전환을 꿈꾸는 예비 점술가들이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각종 역술학원마다 수강생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취업난에 따른 대졸 구직자와 구조조정으로 희생된 명예퇴직자, 부업을 찾는 주부 등 연령과 학력에 상관없이 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역술인들이 모여 만든 협회의 직영 학원에서 무속인 단체 학원 등이 성행하고 있으며, 5개월 가량의 학원 수강기간을 거쳐 개업하거나 역학 서적을 탐독한 뒤 독학으로 개업의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시내 백화점에서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초급 수준의 역학 강좌가 성행하고 있으며 대학가에도 방학시즌을 맞아 역학 특별 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이렇듯 역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가면서 역술인이 돈 잘버는 유망 직종으로 자리 잡아가자 일부 자격 미달자들도 간판을 내걸고 ‘점쟁이’행세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역술ㆍ무속인의 범람으로 한 때는 월간역학 측에서 ‘사이비 무속인 고발창구’도 운영해 봤지만 진가(眞假)를 구분할 만한 잣대가 명확하지 않아 현재는 창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일반인들의 점집 창업에 대한 특별한 제재 수단은 없지만 각 단체별로 자체 자격검정시험을 만들어 합격자에게만 자격증을 부여하는 등 역술인 내부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매년 3만여명, 검정시험 거쳐야

일반인들이 역술원을 차리려면 먼저 역술학원의 수강을 거쳐 역학의 기초를 습득한 뒤 자체적으로 부여하는 검정시험을 통과해 개업하는 게 정규 코스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역술인협회(회장 백 광) 등에 따르면 전국의 각종 역술학원에 등록된 수강인원은 줄잡아 2만여명.

또 학원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공부한 뒤 곧바로 역술원을 차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매년 3만여명이 점술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역술인협회 박형용 사무총장은 “명리학과 관상학, 성명학과 풍수지리학 및 주역 등을 두루 섭력해야 역술의 기초를 알 게 된다”며 “5개 과목중 1개 이상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대부분 2~3개의 전공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각 단체별 역술학원은 교재나 수강기간면에서 비슷하다. D역리철학원의 경우 매일 2시간씩 5개월 과정에 수업료는 월 20만원을 받고 있다. 수강생중 직장인들이 많아 수업시간을 오후 6시~8시로 정했으며 매 학기 수용인원은 40명 선이다. 20~30대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주부나 고령의 직장 은퇴자 및 명퇴자들도 상당수 있다.

이 학원은 강좌를 5개월 받으면 역술인협회 회원 자격이 주어지고 1년에 두번 치러지는 역술인자격검정시험을 거쳐 민간 역술인 자격증을 준다. 시험은 명리학 관상학 성명학 등 5개 과목에서 총 100문제가 제시되는데 교재나 강의 내용만 충실히 익히면 거의 모두 통과한다고 한다. 또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강좌도 각 학원마다 인기리에 진행중이다.

또 학원 수강생 이외에 독학으로 공부한 뒤 시험을 치르는 예비 역술인 등도 시험 때마다 20% 정도는 되나 합격률은 아무래도 학원 출신보다 떨어진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1998년부터 매년 2~3회씩 자격시험을 실시해 1,500여명이 합격했다.


전업준비 직장인, 부업 준비 주부 늘어

무속인 협회도 국내 7~8곳에 달한다. 그 중 총 본산격인 사단법인 대한경신연합회는 전국 18개 지부에서 총 14만여명의 무속인(무당)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다. 매년 경희대 등지에서 무속인들을 상대로 한 강좌를 열고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단 ‘신내림’을 받은 사람은 협회 심사 등을 거쳐 정식 무속인으로 등록시킨다.

자체적인 인터넷 교육프로그램에서는 무속신앙의 개념 등을 다루면서 무당의 유형과 사회적 기능 등 학문으로서의 무속신앙을 가르친다. 협회 관계자는 “사이비 무당이 더러 제당을 차리기도 하지만 전국 지부 및 지회에서 이에 대한 감시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옥석을 가려낸다”고 밝혔다.

정규 과정을 중시하는 역술학원과 ‘신내림’ 여부가 회원 등록의 기준이 되는 무속인 협회 외에 개인교습과 출장강의도 생겨났다. 6개월 과정에 200만~30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속성으로 교습을 이수토록 한다.

역술인 시험을 거치거나 무속인이 됐다고 모두다 ‘점집’을 차리는 것은 아니다. 무속인의 경우 자기 수련 및 종교 귀의에만 충실하는 사람도 많으며 역술시험 통과자들도 상당수는 자격증 확보 차원에서 과정을 이수하기도 한다.


전업 준비 직장인, 부업 준비 주부 늘어

역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마추어 수준의 역술 애호가도 늘어나고 있다. 시내 주요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전문 역술인의 강좌가 빠지지 않고 개설돼 있다. 대부분 주부들로 구성된 학생들은 역술 기초이론에서 점치기 기본기를 익힌다. 취미 삼아 점괘 보는 법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 중에는 부업거리로 점집을 차리겠다는 주부도 적지 않다.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도 방학 시즌을 맞아 역학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이 교실 대부분을 차지한다.

K씨(32)는 “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을 갖던 분야여서 강의를 듣고 있다”며 “강좌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 응용해보니 재미가 더해진다”고 말했다. 대학 부설 강좌에는 초ㆍ중ㆍ고급반으로 세분화돼 있으며 과정 전체를 수료하면 자격증이나 역술인 자격시험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역술인 회원 10만여명에 무속인 회원 14만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공식집계에 잡히지 않는 비회원 역술인(10만여명) 무속인(11만여명) 수를 감안하면 총 45만여명이 ‘족집게’란 별칭을 얻기 위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외에 현재 학원에서 수강중인 예비 역술인 및 신내림을 눈앞에 둔 무속인 후보와 함께 잠재적인 역술인 지망생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역술ㆍ무속인 100만명시대가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점(占) 천하인 셈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3/01/21 13:46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