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패트롤] "적게, 넓게, 그리고 남보다 빨리"

경제전문 방송진행자 김방희 "과다한 매매와 좁은 시야가 문제"

요순시대의 백성들은 태평가를 부르면서 임금이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는 고사가 있다. 백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정치라는 얘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정치와 경제는 가장 큰 화두로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으니 여러모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인 건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스스로 챙기지 않아도 경제의 요모조모를 알려주는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 김방희씨의 아침은 늘 바쁘다. MBC 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8시 35분부터 9시까지 경제 전문 프로그램인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 >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은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가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의 흐름을 잡아내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가 좋아지면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경제 지수와 청취율은 반비례라고 할 수 있죠. 재미있는 것은 저희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협찬광고도 경기 흐름을 탑니다. 광고가 많이 들어오면 경기가 좋은 것이고 광고가 적게 들어오면 경기가 나빠진 거죠. 덕분에 전 경제 지표들을 보지 않고 광고 수만 봐도 주변 경제를 짐작할 수 있죠. ”

그는 자신이 방송인이라기보다는 경제 칼럼니스트로 불려지길 바란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경제통이기도 하거니와 한신경제연구소 연구원, 시사저널 경제팀 기자와 팀장 등을 거쳐온 내력 때문이다.


개미투자자 다치는 시장환경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의 경우 확실히 피드백이 빠른 편이죠. 또 경제 프로그램 1호라는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어요. 단점이 있다면 매일 제한된 시간 내에 방송을 하다 보니 심층적인 정보가 다소 부족한 게 아쉬워요. 그래서 방송을 진행할 때도 좀 더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손에…>는 매일 다양한 경제 분야를 광범위하게 다루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청취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주식시장 관련 정보들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만큼 불공정한 환경도 없습니다. 덕분에 개미 투자자들은 세계 최고의 변동성과 온갖 불공정함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몸과 마음을 망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죠.”

많은 사람이 주식을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종합주가지수를 보더라도 현재의 주가 수준은 20여년전인 1980년대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큰 책임은 역시 정부에 있습니다. 6공화국 시절부터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주식투자를 적극 권했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니까요. 여기에 노태우 정부의 국민주 파동,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의 벤쳐 버블 등 대형 악재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얼마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머니가 털렸습니까.”

<손에…>가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기간을 통틀어 손해를 봤느냐, 이익을 냈느냐를 설문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10명 가운데 6명이 손해를 보신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이익을 본 투자자들은 10명중 2명도 채 안 됐구요. 더욱 충격적인 건 손해를 본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은 투자자가 10명중 3명을 넘은 겁니다.”


스톡 서바이벌 게임 진행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손에…>는 투자 게임을 실시했다. 이름하여 ‘20명의 개미들이 벌이는 생존 경쟁-스톡 서바이벌 게임’. 1억원대 미만의 전형적인 개미 투자자들 중 20명을 골라 그들의 투자 행태와 실적을 살펴봤다.

“실전 투자 게임은 실제로 자신의 돈을 갖고 하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실적을 상당히 좌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투자 형태와 시장의 환경 등을 사실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서 실전 투자 게임을 해보기로 결정했죠.”

스톡 서바이벌 게임은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이미 발표된 결과만 봐도 개인 투자자행태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드러난 것은 총 네 가지. 손실의 악순환과 과다한 주식매매, 잘못된 정보에의 집착, 불공정한 거래 환경이었다.

그중에서도 과다한 주식매매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참가자 분들 중에선 투자액수는 얼마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을 매매하는 분들이 적지않았어요. 심지어 한 참가자는 거래가 워낙 잦아서 거래 내역을 다 보내주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인 그는 주식투자를 어떻게 할까. 예상외로 그는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혹시 투자를 하더라도 주식을 면밀히 살펴 본 뒤 한두가지 주식에만 투자한다. 전문 펀드 매니저도 아닌데 하루 종일 주가 차트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투자는 IMF즈음에 시작했는데, 조금은 엉뚱한 이유에서였어요. 당시 모든 경제 기사들이 IMF가 터지면서 나라가 망한 것처럼 호들갑들을 떠는 게 영 맘에 안 들더라구요. 전 우리나라가 비록 IMF를 맞았지만,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내다보는 우리의 경제적 환경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경제 전문 기자로서 본보기를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500만원을 가지고 신한은행 주식을 사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죠. 결국 98년 10월부터 주식시장이 랠리를 시작하면서 10배 넘게 수익을 거뒀죠. 그 돈은 다 친구들한테 한턱 내는 데 썼구요.”


개미 보호 시민운동 필요한 때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남들보다 매매는 적게 하고 장세를 넓게 보고 남보다 먼저 움직이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차라리 도박을 할지언정 주식투자는 하지 말라는 고언이다. “개미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이젠 시장도 변화해야 합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경제전문 기자였던 만큼 경제에 대해 심층적이고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를 창간하고 싶습니다.”

글 오유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1/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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