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고 빨고… 눈뜨고 못보겠네

매춘 근거지 된 '비방춘', 간이침대에 창문 밀폐된 '작은 섹스룸'

바야흐로 ‘비디오방 수난시대’다. ‘원조교제 창구’라는 오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나가요 걸’이 출몰하는 퇴폐 비디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방춘’이라 불리는 이곳은 겉으로는 ‘비디오방’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은밀하게 매춘을 일삼는 등 불법 영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손님이 즐길 수 있도록 비디오방 내부도 구조를 변경해 운영되고 있다. 의자는 좁은 공간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간이 침대로 대체했다. 창문도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선팅이나 영화 포스터 등으로 가렸다.


‘나가요걸’ 대낮 출장 윤락

1월 3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비디오방. 고양시청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나가요 걸’이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이 원할 경우 인근 다방에서 아가씨를 불러준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매장 입구는 여느 비디오방과 다를 것이 없었다. 양쪽 벽을 따라 각종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입구에는 한 주간의 흥행순위나 신작 비디오 리스트 등이 가득 붙어 있다.

그러나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둔 안과 밖의 분위기는 천지차이다. 마침 포스터를 따라 입구로 들어서는데 ‘나가요 걸’로 보이는 여성이 눈인사를 건넨다. 매장 안은 평일 낯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들어서 있었다. 손님들은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인근 부대에서 휴가를 나온 듯한 장병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비디오방 내부는 대형 TV와 함께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도록 침대 형태의 안락 의자가 비치돼 있다. 옆에는 쓰레기통과 함께 휴지가 마련돼 있다. 창문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포스터로 가려져 있다.

이곳에서 나가요 걸을 부르는 암호는 보통 ‘커피 주문’으로 통한다. 업주에게 커피를 주문할 경우 알아서 인근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알선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게 업주의 귀띔이다.

이곳 업주는 “얼마전까지는 아가씨를 불러줬는데 요즘은 단속이 심해 영업을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주의 말과는 달리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수시로 가게를 드나들었다. 단골 손님들만을 상대로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청에 따르면 현재 이같은 비디오방이 관내에만 13개에 달한다. 물론 시청측에서도 이들의 불법 영업을 알고는 있지만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양시청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방의 불법 영업에 대한 이야기는 정보를 통해 알고 있지만 워낙 은밀히 진행하는 터라 현장 포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퇴폐 비디오방의 단골손님은 인근 부대의 장병들이다. 퇴폐 비디오방은 보통 인근 부대에서 휴가나온 군인들의 정기 코스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장병은 “동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어느 비디오방에서 아가씨를 불러주는지 꿰뚫고 있다”며 “가끔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지 부대 장병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인근 사무실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빼놓을 수 없는 VIP다. 이들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들러 잠깐 몸을 풀고 돌아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고양경찰서 방범지도계(계장 석수영)는 최근 비디오방 내에서 윤락을 알선한 C비디오방 업주 김모(31)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근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제공받아 윤락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 피해 ‘게릴라 전법’ 영업

이들이 매춘을 알선하는 방법은 한마디로 첩보전을 연상케 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디오방에 ‘나가요 걸’이 상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손님이 원할 때마다 티켓을 끊고 나오는 ‘게릴라 전법’을 사용한다.

이 경사는 “불법 영업을 한다는 첩보를 접하고 1주일간 가게 앞에서 잠복한 끝에 겨우 현장을 덮칠 수 있었다”며 “아가씨를 고용해 영업을 할 경우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도 퇴폐 비디오방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경사에 따르면 아가씨를 부를 경우 보통 2만원의 티켓비를 선불로 지급한다. 매춘을 하면 추가로 5만원을 준다. 수익금은 아가씨와 업주가 반반씩 나눈다. 비디오방 업주도 이중 얼마를 건네 받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다.

성인문제 전문가들은 신종 비디오방의 등장이 미아리 ‘텍사스촌’이나 청량리 ‘588’ 등의 재개발 발표에 따른 부작용으로 진단한다. 이명구 성인문화 평론가는 “윤락가 명소(?)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윤락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웃 일본에는 ‘자위 비디오방’까지 등장

이웃나라 일본도 퇴폐 비디오방이 많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거리에 퇴폐 비디오방이 많이 포진해 있다. ‘비디오 박스’로 불리는 이곳에 들어가 보면 욕구를 해소하려는 젊은 남자들로 가득 차 있다.

특이한 점은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남자와 여자가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윤락녀를 불러주는 일도 없다. 대신 남자들이 들어가 회포(?)를 풀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 구조도 잠깐 쉬었다 나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돼 있다. 처음 매장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바구니를 나눠준다. 손님들은 이 바구니에 마음에 드는 비디오를 선택한다. 물론 전시된 비디오는 대부분 성인용 포르노들이 대부분이다. 자위기구를 비롯한 각종 성기구도 같이 넣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챙긴 손님은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비디오방 내부는 칸막이가 돼있는 밀실형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단지 각종 성 보조기구가 비치돼 있어 혼자서도 욕구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이 틀리다.

이렇게 해서 지불하는 금액은 30분당 1천엔, 2시간 2천엔 정도다. 정액제로 이용이 가능한데 이 경우 3,500엔 정도를 낸다. 우리돈으로 3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때문에 학생이나 직장인 등 솔로 남성들에게 인기다.

이명구 성인문화 평론가는 “최근 들어 비디오방도 다양화돼 화상 전화를 설치하거나 여자가 들어와 자위행위를 거들어주는 곳도 생겼다”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3/01/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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