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침묵속에 감춰진 내면의 갈등

■ 제목 : 쉬고 있는 여인 (Resting Nude)
■ 작가 : 발투스 (Balthus)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200cm x 149.8cm
■ 제작년도 : 1977년

금전이나 영예를 제일로 치고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생각이나 성질을 가리켜 속물근성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속물적 성향을 지니게 마련이라며 수긍하는 집단과 어떠한 경우에도 속물근성은 미덕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진 집단으로 양분화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느 집단에 포함될까?

현대인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 문화적 가치는 현실적으로 남과 비교되는 상대적 가치관에 좌우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속물근성이 투쟁적으로 사는 현대인의 필연적 결과로써 합리화되며 미화되는 것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의 속된 마음까지 자유롭게 표현하며 포괄적으로 수용되는 예술영역에서도 그러한 시비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어린 소녀를 모델로 한 발투스의 작품들 역시 사회적 윤리관에 어긋난다는 비난과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입장 사이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천박하고 속물적인 화가의 값어치 없는 작품으로 천대 받거나 인간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재능 있는 화가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환대 받는 것이다. 폴란드와 러시아 계의 혈통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발투스는 아버지와 헤어진 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연인이 된 화가 어머니의 사이에서 남다른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발타사르 크로소브스키라는 본명 대신 릴케가 지어준 발투스라는 이름으로써 그와 정신적 교감을 가지고 작품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며 보나르, 꾸르베, 프란체스카 및 조각가 쟈코메티와 소설가 알베르 까뮈 같은 역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학습하거나 두터운 친분관계에서 오는 영감을 그의 작품에 투영시키기도 했다.

발투스의 작품세계는 미술사가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문제시된 어린 소녀들의 누드화만이 아니라 정물과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다. 사물 혹은 인물에 대한 그의 예술적 해석은 사실의 재현이 아닌 각각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세속적 감정에 진통을 겪는 인간의 갈등이 다양한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1/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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