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공주·부여

역사를 품고 백마강은 흐른다

금강의 물줄기는 유장하고도 잔잔하기만 하다. 비단 금(錦)자를 쓴 것에서 얼추 짐작이 가지만 흐르는 듯 마는 듯 부드러운 강물이 석양에 물들 때면 비단 수만 필을 펼쳐놓은 듯하여 황홀하기만 하다.

그 강물이 크게 휘어져 돌아가는 공주의 한복판에 공산성이 있다.


공주의 ‘역사ㆍ문화 1번지’ 공산성

공주의 역사ㆍ문화의 1번지라 불리는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문주왕에서 성왕에 이르기까지 64년간 백제의 도읍을 지킨 산성이다. 동서로 800m, 남북으로 400m, 성곽의 총 길이가 2,660m에 달한다. 북으로는 금강을 띠처럼 둘러 사방경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공산성에는 진남루, 공북루, 쌍수정, 영은사, 연지, 임류각, 군창지 등이 복원되어 있다. 이 중에서 경관이 으뜸인 곳은 단연 공북루다. 발치 아래로 금강이 그림처럼 흐르고 강 너머로는 새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졌다.

공산성과 더불어 공주를 대표하는 곳이 송산리 고분군이다. 무령왕릉을 비롯해 왕과 왕족의 무덤이 밀집된 곳이다. 그러나 최근 무령왕릉 훼손을 이유로 출입을 영구히 금지하고 모형관을 짓는 공사가 한창인만큼 발걸음을 그냥 돌리는 것이 좋다.

부여의 첫 여정은 정림사지다. 부여를 도읍지로 123년 동안 꽃피운 백제의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 정림사지오층석탑이 그곳에 있다. 이 탑 하나만으로도 사비부여의 문화예술을 감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돌을 떡 주무르듯 했다는 백제인들의 훌륭한 조각 솜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많이도 아닌 아주 조금, 기단석의 모서리를 하늘로 향하게 치켜올렸는데 그 모습이 날아갈 듯이 사뿐하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에 궁의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리나 떨어진 곳에서부터 물을 끌어들여 연못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한가운데에는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뜬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곳이 궁남지다.

백제 무왕이 634년에 왕궁의 남쪽, 백제왕실의 별궁에 만든 연못이다. 마래방죽이라고도 불렸던 이 연못은 훗날 일본 아스카문화 정원기술의 원조가 되었다. 아치형의 다리를 건너 포룡정에 오르면 섬 위에 떠 있는 조각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백제의 영화를 증언하는 부소산성

서구 문명의 총아였던 로마가 네로 황제에 의해 불타버렸듯이 역사의 한 페이지는 때론 모든 것을 파괴시키면서 넘어간다. 백제의 운명 또한 절정의 순간에 드라마틱한 종말을 고한다. 백마강으로 몸을 던진 삼천 궁녀와 쾌락에 빠진 탕아 의자왕, 5,000의 군사로 십만의 나당연합군과 대적한 계백장군의 최후가 비장미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 멸망의 순간을 함께 했고 지금껏 백제의 영화를 증언하고 있는 곳을 찾자면 당연히 부소산성을 말 할 수밖에 없다.

낙화암은 부소산성 가장 깊숙한 곳, 백마강과 마주한 까마득한 벼랑이다. 부여로 쳐들어 온 나당연합군은 곧장 문을 부수고 왕궁으로 쳐들어 왔다. 연합군 군사를 피해 도망치던 궁녀들은 급기야 낙화암까지 몰렸다. 발치 아래로는 까마득한 벼랑. 궁녀들은 이를 사려 물고 눈을 감았다. 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하나둘씩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

적국의 포로가 되어 노리개가 되느니 차라리 백마강에 몸을 던져 깨끗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궁녀들이 꽃잎처럼 떨어지던 바위를 후세의 사람들은 낙화암(落花岩)이라 이름 지었고, 백화정이란 정자를 세워 궁녀들의 원혼을 달랬다.

낙화암 절벽 아래 자리한 고란사는 백마강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혼을 추모하기 위해 고려 초기에 창건된 절이다. 본래 고려사라 불리던 이 절은 절 뒤의 벼랑에서 자생하는 고란초로 인하여 고란사라 개칭했다.

고란사에서 구드래까지 오가는 유람선을 타면 온종일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만 흘러나온다. 산성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고란사와 낙화암의 전경이 한눈에 든다. 구드래까지 10분이 채 안 걸리지만 부소산성을 돌아본 소감에 마침표를 찍는 느낌을 준다. 통통거리며 물살을 가르는 뱃전에 앉아 낙화암을 바라보노라면 사라진 왕조에 대한 한줄기 회한 같은 것이 스며든다.


▲ 가는 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백제문?퓽막? 가는 길이 빨라졌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논산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갈아 탄 후 공주IC로 나온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1시간 30분 걸린다. 공주에서 부여는 40번 국도를 따라 40분쯤 가면 된다. 정림사지와 궁남지, 부여박물관, 능산리 고분군, 부소산성, 고란사, 구드래조각공원 등은 부여 시내권에 있다.


▲ 먹을거리와 숙박

부여 구드래조각공원 입구에 있는 어라하(041-832-5522)는 홍삼한우로 유명하다. 직영농장에서 6년근 홍삼을 8개월 이상 먹인 한우만을 사용한다. 갈비 안창 제비추리 모듬은 1인분에 1만7,000원, 등심은 1만5,000원, 홍삼영양돌솥밥은 7,000원.

구드래돌쌈밥(041-836-9259)은 다양한 쌈밥으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인삼, 콩나물, 보리쌈밥 등 주재료를 달리해서 스무 가지쯤의 신선한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인삼쌈밥 1만3,000원, 콩나물돌쌈정식 1만6,000원.

부여읍 정림사지와 구드래조각공원 입구에 여관이 많다. 미라보장(041-835-9988), 유니버스장(041-836-0707)

입력시간 2003/01/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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