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나치가 망가뜨린 인간의 원형

샤롯 그레이

질리안 암스트롱의 2002년 작 <샤롯 그레이>(12세, 유니버셜)는 오랜만에 접하는 진지한 여성 드라마다. 2차 대전 중인 1942년부터,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스코틀랜드 여성 샤롯 그레이의 용기있는 삶을 큰 스케일로 담아내고 있다.

나치 치하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였던 영국 여성 이야기로 <샤롯 그레이>와 비교되는 영화는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플랜티>다. 나의 재능을 용감하게 활용하고 싶다는 이상을 품고 전선으로 나간 여성의 죽음과 거짓말, 오해, 반목 등이 교차하는 실제 전쟁을 껶으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유사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주인공의 남은 삶과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해서는 정반대 결론에 이른다. <플랜티>의 주인공은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 잠깐 스친 동료를 평생 잊지 못해 남은 생을 허비하지만, <샤롯 그레이>의 여주인공은 전시에 만난 동료를 찾아나선다.

물론 <샤롯 그레이>가 전쟁이 끝난직후까지만 그리고 있어, 새롭게 시작한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는 전적으로 관객의 상상에 달려 있다.

샤롯 그레이의 밝은 표정으로 미루어보건데 이후의 삶도 전시와 다름없는 용기와 정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전시의 스파이 활동을 그린 영화에서 영성미를 기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지 모르나, <샤롯 그레이>는 아름다운 전원풍광으로도 기억될 만하다.

DVD의 감독 코멘터리에서 암스트롱은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툴루즈 근처 세인트 안토니 마을과 그 주민들 도움이 컸다고 밝히고 있다. 오랜된 석조 건축과 초원이 함께 하는 마을 풍광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영국 왕실 시사 당시 찰스 황태자도 로케 장소를 물어볼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고향에서 나치 점령을 직접 겪었던 마을 노인들은, 나치 탱크가 진입하는 장면을 찍을때 실제로 눈믈을 흘렸다고 한다.

호주 출신 여성 감독 질리안 암스트롱이 <샤롯 그레이>를 만들게 된것은 호주 출신인 여배우 케이트 블랑쳇이 세바스티안 폭수가 쓴 소설을 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스트롱과 블랑쳇은 <오스카와 루신다>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바 있어 이 용감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한다. 암스트롱은 블랑쳇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군사 훈련 과정에 임한 열성을 고맙게 회상한다.

런던행 기차 안에서 프랑스 소설을 읽고 있던 샤롯 그레이(케이트 블랑쳇)는 공무원이라는 중년 남자의 명함을 받게 된다. 이 인연으로 비시정권 하의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파견될 스파이 훈련 제안을 받는다. 파티에서 만난 공군 조종사 피타와의 불같은 짧은 사랑. 피터는 "전쟁은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며 샤롯의 훈련을 반대하지만 샤롯은 "(사랑하는 이가 참가하고 있는 전쟁에서) 용감하게 재능을 쓰고 싶다"고 답한다.

피터의 실종 소식을 들은 샤롯은 곧바고 프랑스 투입을 지원한다. 그를 맞이한 프랑스 요원 줄리앙(빌리 크루덥)의 주선으로 줄리앙의 아버지 르바르(마이클 갬본)의 시골 농장에서 부모가 실종된 유대인 소년 두명을 돌보는 길레브 부인 노릇을 하게된 샤롯.

사회주의자인 줄리앙과 철로 폭파와 영국 요원 접선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샤롯은 피타의 사망소식을 듣게되고 그 시간에 동료 전원이 발각돼 사살된다.

줄리앙은 샤롯을 의심하지만 르바르가 샤롯을 옹호해준다. 르바르와 두 소년이 유태인이란 이유로 끌려가고 샤롯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입력시간 2003/01/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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