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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권력을 비튼 위대한 민중예술가


■ 거장 미켈란젤로
(로제마리 슈더 지음. 전영애 이재원 옮김. 한길아트 펴냄.)

역사소설가 로제마리 슈더에게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1475~1564)는 거장(巨匠)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다. ‘천지창조’, ‘ 최후의 심판’등 위대한 작품을 남긴 불멸의 예술가를 외모에 지독한 열등감을 느끼고 생활고에 허덕인,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 끌어내리다니.

그러나 인간 미켈란젤로를 바라보는 슈더의 눈길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사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신의 소설 ‘거장 미켈란젤로-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통해 슈더는 한 위대한 예술가의 내면적 삶과 영혼의 자취를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 본다.

예술품이 권력과 부의 장식품이던 그 시대, 미켈란젤로는 권력자가 주문하는 ‘기념비’를 납품해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주문자인 권력자의 뜻은 그를 옭아매는 사슬이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비참과 회의, 그리고 두려움에 웅크리고만 있지 않았다. 그 자신의 고통은 그로 하여금 눈을 들어 권력과 교회의 횡포, 전쟁,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다른 이들을 보게 만들었다.

부당한 권력자는 온몸이 뱀에 감긴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그렸으며, 부활하는 인간 군상들 속에는 흑인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카라라의 대리석 채석장의 노동자들을 사랑했던 그는 그들의 커다란 손을 다비드상에 새겨 넣어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겼다. 비록 권력에 결박당하기는 했지만 민중의 예술가였던 것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나 역사적 지식이 없이도 슈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르네상스의 역사가 조형예술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줄리아노 다 상갈로 등 르네상스 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면면들도 아울러 엿볼 수 있다. 책 앞머리에 실려있는 50여장이 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사진은 독자들에게는 덤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은 60년대 초 옛 동독에서 처음 나왔다. 독자들은 이 책이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빌려 불합리한 현재의 구조를 묘사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반면 영광스런 사회주의적 현재를 건설하는 문학을 총애했던 당시 동독의 권력자들이 이를 떨떠름하게 여긴 것은 당연했다. 판을 거듭한 이 책은 1991년에 재출간됐다. 여전히 살아있는 책이라는 증거다.

최상욱 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2003/0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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