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열풍] '물 꿈' 한번에 65.000배 돈벼락

국내 최고액 복권 당첨자 조모씨, 물꿈 꾸고 65억 횡재

‘물(水)꿈 꿔야 대박 난다.’

로또복권 추첨에서 65억7,000여 만원이라는 국내 복권사상 최고의 당첨금을 터뜨린 조모(40·경기 남양주시)씨는 “‘물 꿈’을 꾼 뒤 대박의 조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씨는 물 꿈을 꾼 이튿날 오후 6시께 남양주시 킴스클럽 매장에서 로또복권 1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그 때가 복권 구입 세번째.

3회차에 1만8,000원 어치를 구입한 그는 5만원(4ㆍ5회), 10만원으로 구입금액을 늘렸다.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예상당첨금이 커졌기 때문이란다. 조씨도 ‘인생역전’을 노린 서민형 보통사람. 지난 10년간 꾸준히 복권을 산 것도 그렇지만 겨우 2,000원이 최고 당첨 금액이었는데도 주택복권에서 한번에 2,000원 짜리 로또복권으로 갈아탄 점 또한 그렇다.

“복도 복도… 그렇게 없냐”고 한탄하던 조씨는 이번에도 ‘설마’ 하면서도 “당첨되면 그저 가족들 고생은 덜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번호를 적어 넣었다. 행운의 번호는 ‘14 15 26 27 40 42’. 40과 42는 지난 번 1등 당첨번호에서 골라냈고, 나머지 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조합해 만들었다.


한탄에서 환희로 대 반전

대박을 확인한 것은 1월 13일 월요일 오전 8시경. 지난 주말에 급한 일로 지방에 다녀오느라 이날 아침에야 당첨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는 “지금도 얼떨떨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 당첨금을 어디다 써야 할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지만, 장남인 나를 대신해 어머니를 모셔왔던 동생 내외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조씨는 고교 졸업 후 25년 동안 사회생활을 했으며 근래에는 전기설비 하청업체에서 일해 왔다. 융자를 얻어 구입한 24평짜리 집에서 부인과 1남1녀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빚도 아직 남은 상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히 복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는 큰 행운을 ‘꿈’ 덕분으로 돌렸다.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웅덩이에 고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웅덩이에서 물이 새어 나오길래 막으려고 애쓰다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느낌이 들어 꿈에서 번쩍 깨어났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난해 12월 3회차에서 20억원의 대박을 맞은 박모씨도 로또복권 구입 전날에 ‘물 꿈’을 꿨다는 것. 박씨는 “홍수가 나서 집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데 부모님이 어서 일어나라며 깨워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깼다”는 것이다.

꿈 해몽 전문가 홍순래씨는 “맑은 물이 흘러 넘치는 꿈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표상”이라며 “이때 물은 재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홍씨는 “물이 새나오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은 들어온 재물을 잘 유지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이 맑지 않고 흙탕물이라면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주에 나타난 횡재운

옛 선현의 말씀대로 인생 역전은 하늘만이 아는 것일까? 또 대박과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일까? 나이 40세에 인생역전을 경험한 조씨의 신상정보를 숨긴 채 그의 사주를 풀어봤다. 사주아카데미 대표인 역술인 노해정씨가 말하는 조씨의 사주는 이렇다.

“사주 내에 임기응변이나 급격한 변화를 원하는 성향인 편인(偏印)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초년 운이 화(火)운이었으므로, 아마 32세 이전에는 고생을 한 사주라 여겨진다.

그러나 33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성실을 바탕으로 해서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38~42세의 운인데, 이 운은 편재를 의미 한다. 편재라는 것은 일시적인 재화(財貨)를 상징하는 글자로서, 이 글자가 제대로 구성된다면 횡재를 하게 되거나 가업이 크게 융성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02년인 임오년(壬午年)에는 능히 이러한 편재를 감당할 수 있는 흐름이므로, 2003년 양력 2월이 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바탕이나 전환기가 마련됨으로써 큰 경사를 맞이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51억원 정도를 손에 쥐면 조씨의 인생이 역전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의도 주변에서 만난 샐러리맨들은 “그 정도면 인생역전”이라고 말한다.

H증권의 최모(46) 지점장은 “증권 회사 생활 20여년에 남은 꿈은 한 30억원 정도 버는 것”이라면서 “현금 50억원이면 노후 생활자금 20억원, 보안장치 괜찮은 빌라 15억원, 자동차 등 생활 수준을 높이는데 10억원, 부모와 자식들 5억원 정도로 나눠쓸 수 있다. 그 정도면 상류사회에 편입돼 인생역전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기회가 나에게도 올까. 국민은행이 2001년 한해 동안 1억원 이상 고액 당첨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당첨자의 10명 중 4명이 ‘돼지 꿈’ 등 이른바 ‘복 꿈’을 꿨다. 당첨과 관련된 꿈으로는 돼지 꿈이 26.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조상 꿈, 불, 뱀, 시체 꿈 등의 순이었다. 길몽이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돼지꿈 꾼 40대가 대박확률 높아

당첨자 대부분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40~50대 가장이라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대상자의 월평균 소득은 150만원 이하가 전체의 69.8%나 됐고,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4.2%, 50대가 18.6%로 조사됐다.

따라서 월 소득 150만원 이하의 40대 남자가 돼지 꿈을 꾸고 복권을 구입할 경우 대박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신도 인생역전을 원한다면 이 조건에 부합하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65억 로또복권 당첨자는 어디로?”

복권 한 장으로 인생을 단숨에 역전시킨 당첨자 조씨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회차 로또복권의 1등에 당첨돼 당첨금(65억7,000만원) 중 세금을 제한 51억2,800만원을 타간 이후 모습을 감췄다. 이웃 주민들은 “조씨는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모여든 구호단체 사람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에서 열린 당첨금 전달식을 겸한 ‘기자 회견’. 언론은 당첨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화면(사진)과 음성변조 등을 약속했으나,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언론이 이를 성실히 지키지 않은 게 문제였다.

“주변 사람들은 당첨자가 조씨임을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일부에서는 “산골 소녀 영자 아버지 사건이 또 일어나는 거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한희승 과장은 “조씨에게 미리 기자회견에 대한 양해를 구했으나, 심정적으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우리 고객인 만큼 은행은 당첨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인터뷰를 원하지 않는 당첨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취재를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1/24 10:20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