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평화는 남편 길들이기 나름?

여성들의 사이버 정보마당 '남편 길들이기'

남편 길들이기 카페

남자들이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결혼 후에는 아내의 남편지배 욕구에 시달려야 한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목젖까지 차오를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남성위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보도 아내에 대한 배려다. 또 IT기술의 발달 등으로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위축된 위상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터.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21세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 때문에 가능해졌다. 사이버상에서 여성들이 마음껏 삶과 생활, 성과 욕망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 포털 다음의 커뮤니티 사이트 ‘남편 길들이기’(cafe.daum.net/sarah1)다.

이곳 회원들은 오늘도 남편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양말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는 남편, 집에 와서 게임만 하는 남편 등은 ‘남편 길들이기’ 사이트 회원의 주요 표적이다.

공감대가 같아서일까. 남편 길들이기 회원은 오프라인 모임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카페 운영자 이은지씨(30)는 “모임이 공지되면 서울 뿐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오는 회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열성파 회원의 경우 만삭이 다된 배를 들이밀고 참석하기도 한다.

회원들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남편 몰래 가입한 몰래족에서부터 남편과 같이 활동하는 쌍쌍족, 나홀로족 등 다양한 부류가 한 곳에서 활동 중이다. 나홀로족의 경우 주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들이 대다수다. 시집가기 전에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해 회원에 가입하는 것이다.

남편 몰래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케이스도 있다. 이른바 ‘몰래족’이다. 서울에 사는 김모(27)씨는 “남편이 속썩일 때마다 애용하는 곳이 이 카페다”며 “남에게 하지 못한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많지는 않지만 남편이 먼저 가입한 후 아내에게 추천한 케이스도 있다. 대구에 사?홍정아(30)씨는 “다른 부부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회원들의 주류는 주부들이다.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적지 않다. 마산에 사는 주부 서모(27)씨는 “주부들이 몰려있다 보니 어린 친구들로부터 ‘애인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메일이 자주 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페를 개설한 이은지씨에게도 항의메일이 쏟아진다. 이씨는 “카페 이름만 보고 오해를 해서 항의메일을 보내는 남자들이 많다”며 “진정한 길들이기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3/0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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