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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 나무] 주목

지금쯤 깊은 산에는 눈이 쌓이고 쌓여 한나절을 걸어도 눈위 일 듯 싶다. 온통 교통체증을 만들어 놓고 이내 시꺼먼 도시의 먼지와 섞여 검게 질척거리는 도시의 눈이 아니라 더럽혀지지 않은, 차고 깨끗한 눈 덮힌 숲을 보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그런 멋진 겨울여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의 하나가 소백산이 아닐까.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걸으며 그 끝쯤에 만나는 천년을 묵었을 검푸른 주목의 숲의 장엄함과 함께.

주목은 붉을 주(朱), 나무 목(木)자를 써서 붉은색 나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잘라 보면 두 부분이 있다. 오래 전에 자라나 그 재질이 굳어진 안쪽 부분은 심재라고 부르고, 만들어 진지 오래 되지 않은 바깥 부분을 변재라고 부른다.

주목은 이 심재가 유난히 붉어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향나무의 줄기도 붉지만 주목과 견줄 바 못 된다. 그래서 주목을 강원도에서는 적목이라한다. 세계의 학자들이 공통으로 쓰고 있는 라틴어 학명은 택서스 커스피디타(Taxus cuspidata)인데 이는 뾰족한 잎을 가진 붉은 나무란 뜻이다.

주목은 주목과(Taxaceae) 주목속(Taxus)에 속한다. 다 자라면 높이가 10여미터, 직경이 1미터가 넘게 자란다. 대부분 해발 1,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의 중복 이상의 능선을 따라 정상 부근, 특히 북쪽 계곡에 많다.

추운 지역에서 자라고 그늘을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땅이 척박하고 날씨가 따뜻하면 밑가지가 마르게 된다. 구름과 안개가 오가는 산의 높은 곳, 습기가 많고 땅이 깊어 비옥한 곳에서 다른 나무들이 다 쓰고 남은 햇볕을 짙푸른 잎새로 모두 받아쓰며 살아간다. 주목의 잎이 진함으로써 더욱 많은 햇볕을 효과적으로 흡수 할 수 있고 보기 또한 좋은 것이다.

다른 나무들의 남은 것을 모아 이용하면서도 더 더욱 품위를 간직하는 주목은 과소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절약의 미덕을 보여 주는 듯 하다.

가을에 익어 겨우내 달려 있는 빨간 열매와 진한 잎새의 빛깔도 참 어울린다. 앵두보다도 더욱 선명하고 밝은 장미색 열매는 터질 듯 팽팽하여 탄력이 넘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붉은 과육은 종자를 완전히 감싸지 않고 마치 항아리 속에 종자가 들어 있듯 한쪽이 열려 있다. 다른 어느 식물에서도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 맛 또한 달콤하다. 그러나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많이 먹으면 설사하기 십상이다.

주목은 오래가는 데다 목재의 가치에서 최고로 뽑힌다. 정원수로도 많이 이용되는데 유럽의 궁전에 모양을 만들며 키우는 나무들 가운데는 서양의 주목이 단연 많다.

요즈음 주목이 주목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항암 성분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에서 자라는 태평양산 주목의 줄기에서 추출되는 택솔이라는 독성분이 새로운 항암물질로 유방암, 인후암, 후두암의 치료제로 효과가 있어 임상실험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 성분을 추출하려면 주목을 베어야 했고 유난히 더디 자라는 이 나무를 1만 2,000그루를 베어야 겨우 2kg을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환경보호론자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는 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주목의 씨눈에 이 성분이 많으며 이를 유전공학적인 기술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주목을 두고 흔히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란 말을 한다. 워낙 더디 자라고 오래 살기에 살아서 천년을 살 수 있는 나무이고, 이 붉고 아름다운 목재로 만든 것은 아주 오래도록 변치 않아 죽고도 천년을 간직할 수 있는 나무다. 조급한 세상에서 주목이 품고 있는 세월의 여백이 부럽기도 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2003/01/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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