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가교를 통한 컬처 마케팅

향기 짙은 이탈리안 커피를 마시며 재즈를 통해 세대간의 벽을 허문다. 재즈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컬처 마케팅’이 펼쳐져 문화적 욕구가 높은 젊은 세대의 호평이 잇따른다.

패션을 거점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오고 있는 컬처매니지먼트 그룹 ㈜CMG의 ‘재즈 파크(Jazz Park)!’가 공연의 횟수를 거듭해 오면서 새로운 재즈 거점으로 자라나고 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국내 재즈 1세대가 모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 데 모여 펼쳤던 2002년 3월의 첫 공연 이후 입소문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이후 매월 세번째 수요일이 되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패션 센터는 누구의 귀로 들어도 친숙한 재즈가 사람들을 손짓한다. 무료 공연에 간단한 음료까지 제공돼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으로 불리웠던 강남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1월 15일 오후 7시 이 건물 3층 이벤트홀. 400여석의 임시 좌석이 다 차고 30여명은 맨 뒤에 서서 웅성이고 있었다. 인터넷 다움 카페에 있는 ‘재즈 파크’에 올라 있는 ‘30분전에 가야 자리 잡는다’는 글은 장난이 아니었다.

주최측이 제공한 말쑥한 무대복으로 차려 입은 신관웅(피아노), 최세진(드럼), 강대관(트럼펫), 이검(베이스) 등 재즈맨들과 가수 박선주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 기차(Blue Train)’, ‘헬로 달리(Hello Dolly)’ ‘체리 핑크 맘보’ 등 귀에 익은 스탠더드들이 백전노장의 손과 입에서 풀려 나오기 시작했다.

객석의 환호는 한동안 무대에서는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었던 박선주의 등장으로 점점 고조돼 갔다. 이미 최희준, 신효범 등 독특한 색깔의 가수들이 달구었던 무대다.

가창력 있는 발라드 가수로만 알려져 있던 그녀는 이날 재즈 가수로 둔갑해 있었다. ‘네 미소의 그림자(The Shodow Of Your Smile)’, ‘내가 사랑에 빠질 때(When I Fall In Love)’ 등 유명한 스탠더드를, 청아한 목소리로 뽑아 올리는 ‘귀로’, ‘소중한 너’ 등을 부를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들려주었다.

20세 때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로 가요계에 신선한 화제를 뿌렸던 그녀는 대중가요계를 떠나 뉴욕서 재즈를 정식으로 공부한 뒤 일본으로 건너 가 클럽 출연을 한 어엿한 재즈 가수. 현재 명지대 실용음악과 강사로 있는 그녀는 무대에 서면 재즈만 부른다. 성공적인 변신에 객석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다.

매 공연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연주자들을 지정하는 신관웅씨는 공연의 브레인이다. 신동진 신광식 김기철 엄창용 윤효중 맥커비(색소폰), 장응규 이검(베이스), 홍덕표 윤광섭 이기호(트롬본), 최세진 유영수 임민수(드럼), 최선배 강대관 최진현 박성원(트럼펫), 이동기(클라리넷) 등 국내의 1급 재즈맨들과 이 무대의 링크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상비군격으로 포진 중인 가수의 면면 또한 만만찮다.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을 비롯, 김준 임희숙 최희준 등 그간 가요계의 노장으로 활약해 왔던 가수들이 이번 자리를 빌어 평소 품어 왔던 재즈에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준다.

세대를 초월한 1급 뮤지션들의 재즈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이 공연이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완전 무료라는 점이다. 나아가 CMG가 꾸민 자리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마련한 선물도 준비돼 있다. 신양 엔터프라이즈는 모든 관객에게 이탈리안 커피를, ㈜로얄비앤비와 라디오가든 등 패션 업계는 연주자들의 복장을 후원해 오고 있다.

또 재즈를 자사 이미지로 내세우는 캐주얼 업체인 애스크는 행사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있다. 관객들을 위해서는 와인이나 맥주 등도 협찬된다.

새로운 형식을 통한 문화와 기업의 만남이 오늘도 재즈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3/01/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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