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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流로 변한 한류 열풍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스타마케팅 재정립 필요

‘로마제국과 가톨릭 교회가 주도한 라틴 문명과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뒤를 잇는 미국 대중문화는 세계 통일을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최종 완결판’ 이라는 뉴욕대학의 토드 기틀린 교수 지적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그 오만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세계는 총성 없는 대중문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문화 전쟁에서의 승리는 단순히 문화 분야의 패권만 차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의식과 정서를 지배하고 소비패턴마저 변화시키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면적 승리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자국의 대중문화를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90년대 말부터 중국, 베트남, 대만 등에서 일기 시작한 우리 대중문화 열기인 한류(韓流)는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1903년 활동사진의 형태의 영화인 ‘의리적 구투’로, 1925년 일본 축음기 상회에서 낸 유행창가 ‘이 풍진 세월’로 대중문화의 문을 열었고, 1927년 경성 라디오 방송국 개국으로 방송 시대가 막을 올렸다.

그리고 1950~60년대는 영화 중심으로, 70년대 이후엔 TV 중심으로 대중문화가 커갔다. 하지만 외국의 대중문화를 우리에게 이식한 것에 불과했다.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은 꿈을 꾸기 어려웠다.


반짝연기 한계 스스로 드러내

우리 드라마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선보이면서 불기 시작한 한류는 가요, 영화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안방 연예인’에 머물렀던 우리 연예인들이 아시아의 스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동남아에서 안재욱 차인표 장동건 등 연기자 팬클럽이 생겨 한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국내 가수들의 현지 공연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우려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류가 주춤하다 못해 사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드라마와 음반 등 우리 콘텐츠의 획일성이다. 감각적이고 젊은이 위주의 트렌디 드라마와 댄스 음악, 그리고 신선한 느낌의 우리 스타들이 처음 동남아에 진출할 때는 중국 등 동남아의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매력 요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획일적인 주제와 내용의 트렌디 드라마, 댄스 가요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저가 정책으로 물량공세를 펼쳐온 방송ㆍ연예업체들이 콘텐츠의 수출 기조를 고가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남아 수입업자들이 난색을 표명하는 등 드라마 등의 해외 진출 신장세가 꺾인 것도 한류의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연예 기획사를 비롯한 민간단체 등에서 주도했던 한류가 현지의 정확한 시장이나 제도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 혹은 일회성으로 진행되고, 완성도 낮은 공연 등을 주최해 스스로 한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H.O.T, SES 등 가요 그룹들의 해체와 부진한 국내 활동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는 한국 스타들의 해외 진출은 제2의 한류 열풍을 불러올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의 대중문화 수출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현재 우리 스타들의 해외 진출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권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 집중돼 있다. 한류의 본거지인 중국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드라마. 2001년 이태란이 중국 CCTV가 30부작으로 만든 ‘현대가정(摩登家庭)’ 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임경옥이 CCTV의 특집극에 주인공으로 나섰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류의 진원지 역할을 하며 선봉에서 한류 붐을 조성한 안재욱이 중국 TV의 21부작 ‘아파트’ 에 주연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는 iTV(경인방송)에서 들여와 요즘 방송 중이다.


차인표ㆍ이정현 중국서 열기 재점화

뒤이어 ‘불꽃’ ‘그대 그리고 나’ ‘왕초’ 등이 대만과 중국 등에 소개되면서 ‘표동인심(表動仁心 차인표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이라는 팬클럽이 생기는 등 중국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차인표가 중국 무협물 사대명포(四大名捕)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현재 두달째 촬영중인 이 드라마는 청나라를 시대적 배경으로 네명의 무사의 활약을 그린 것으로 차인표는 가장 비중이 높은 배역을 맡았다. 차인표는 “중국과 대만에서 방송될 예정인 ‘사대명포’에 출연한 것은 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의 연예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출연하게 됐다.

한국 연예인이 현지인들에게 호감을 얻으면 그것은 곧바로 우리 대중문화 열기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가수겸 연기자로 활동하는 이정현도 중국 드라마 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이정현은 중국 베이징 텔레비전의 20부작 드라마 ‘재생지려(再生之旅, 재충전 여행)’에 출연키로 계약을 하고 1월 말 중국으로 건너가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6월 중국 전역에 방송될 ‘재생지려’에서 이정현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용수에서 가수로 발돋움하는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이정현은 최상급 대우에 해당되는 회당 1,50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조용필 계은숙 김연자 등 트롯 가수 등 일부 가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일본 대중문화계의 진출은 한류와 때를 같이해 연기자 부문으로 확산됐다. 2001년 초 김지수 김현균이 마이니치(MBS) 특집극 ‘해협에서의 바람’ 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탤런트 김윤경은 지난해 2월 아사히 TV에서 방송한 4부작 ‘결혼의 조건’에 주인공으로 등장해 일본 내 한류의 불을 지폈다.

특히 일본 미니시리즈 두편에 주인공으로 나선 탤런트 윤손하와 지난해 일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가수 보아가 일본의 한류 열풍의 선봉장을 하고 있다.

윤손하는 2001년 NHK에서 방송한 10부작 ‘모이치도 키스’에 주연으로 나서 특유의 청순미를 과시해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후지TV의 미니시리즈 ‘파이팅 걸’ 에서 일본 인기 배우 후카다 교코와 주연으로 나서 일본 시청자들에게 한국 연예인의 위상을 높였다.


투자개념의 팬관리등 발상 바꿔야

가요계에선 보아의 일본 활동이 눈부시다. 일본에서 지난 한해만 40억원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일본의 최정상 가수들만 서는 NHK 홍백전에 출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보아는 1월 말 일본에서 두 번째 정규 앨범 발표할 계획이며 3월말에는 오사카, 나고야, 도쿄 등 3개 도시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보아는 일본 진출에 이어 올해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아시아 스타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중훈의 할리우드 진출은 한국 영화사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의 본고장이라는 할리우드에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스크린 출연이기 때문이다. 박중훈은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 에 전직 특수요원 역인 조연을 맡아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박중훈은 올해도 할리우드에서 출연제의를 해온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 출연할 예정이다.

우리 스타들의 해외진출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류에 거품이 많았다. 연예계에서는 자주 달려가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것이 일종의 투자인데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결실 보기가 힘들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외 대중문화 시장을 개척하기가 힘들다”는 안재욱의 말은 한류가 전환점에 와 있고 우리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한 동남아 등에서 우리 스타에 대한 호감도와 인기는 전적으로 극중 캐릭터와 이미지에 기반한 신비감과 신선감에 유발되는 것이다. 해외 작품의 직접 출연은 신비감과 신선감을 저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제작사의 공신력과 작품의 완성도, 캐릭터의 비중, 이미지 극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출연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iTV에서도 방송한 적이 있는 이태란 주연의 ‘현대가정’은 작품의 완성도나 이태란의 이미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것이 많았던 작품이다.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면 한류의 핵심인 스타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한류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등장할 소지가 크다.

무엇보다 스타들의 국내의 활발한 활동과 다양하고 차별화 한 질 좋은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 뒷받침 돼야만 우리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더 활성화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 스타의 자국 진출을 자신들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한국에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구사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2003/01/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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