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줄 쥔 '미다스의 입과 발'

영업맨 전성시대… 변희영·정재형·김용만의 '고객관리 노하우'

'한 번 물면 놓아주지 않는 승부욕. 꺾이지 않는 잡초 근성. 최악의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 정신. 기업에서 내로라는 영업맨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아주 특별한 상술이 몸에 배어 있다'.

'불꽃 승부욕'. '잡초근성', '오뚝이 정신' 등은 영업맨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속성이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이루는 시장 최전선에서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는 영업맨의 활약은 곧 기업의성과로 수치화돼 투명하게 나타난다.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체감하는 영업맨들의 순발력과 대응 자세는 결국 기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때문인지 최근 대기업 임원인사는 영업담당 전문가들을 전면에 대거 중용하는 등 '영업맨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24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은 해외파 중용과 더불어 영업·기술 등 현장경험이 풍부한 최고 경영자(CEO)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국내 영업통인 삼성전자 영업사업부 사장을 중국 본사 사장으로 밝탁하는 등 중국 내수판매 확대와 유통채널 정비를 위해 국내 영업맨들을 대거 투입키로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영업·마케팅 경력이 풍부한 임원들을 대거 발탁 인사하는 등 갈수록 영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꿈과 희망을 팔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영업맨. 지난 한 해 동안 화장품과 보험,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동종업계에서 '빅 히트'를 친 최고 영업 담당자들의 성공비결과 그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꿈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 최고 화장품 판매왕

세계적으로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화장품 업체 중 시장 판매 점유율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진출 14년째를 훌쩍 넘긴 '에스티로더'는 그 햇수 만큼이나 우리나라 여성 고객들에게는 이미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에스티로더' 점장인 변희연(33)씨는 제품의 친근인 이미지를 매장에서 실제로 연출하는 판매 영업 전문 매니저. 변 지점장은 국내 업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알려진 '에스티로더'맨이다.

어느 백화점이든 1층에 마련된 화장품 매장에는 국내 화장품은 물론 내로라는 세계 명품수입화장품 브랜드 10여종이 입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고객들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를 맞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변지점장은 '에스티로더' 전세계 판매사원 중 7억원 상당의 화장품을 팔아 지난해 최우수 실적을 올린 '판매왕'으로 등극했다.

특히 그는 전년 자신이 이룬 판매 사원으로 뽑히는 영광을 얻었다. '에스티로더'는 매년 6월 세계 각국 매장의 판매사원 개인별 매출 실적을 산출해 발표, 실적 우수자엑 기본급 인상과 포상금 드으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6개 지점에 350여명의 판매사원이 근무하고 있는 '에스트로더'에서 판매 1등이 곧 세계에서 최우수 '판매왕'인 셈이다.

변 지점장은 "지나가는 고객의 인상과 특징을 재빨리 살펴 화장·피부관리 방법과 관련된 '열린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 고객이 편안하게 스스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여유는 주는 것이 나름의 판매 기법이라면 기법"이라며 '판매왕'이란 타이틀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점심 시간에도 다른 직원들보다 먼저 객장으로 돌아와 고객을 맞는 그가 직접 신경을 써 관리하는 최다고객 연령층은 30~40대 여성으로, 전체 고객의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등 비교적 단일품목에 몰리는 20대층 '컬러 고객'들 역시 잠재 고객으로 결코 등한시 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변 지점장이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관리하는 단골 VIP고객은 350여명에 이른다. 변 지점장은 "고객 관리 장부에 고객의 이름과 인상, 가족사항 등을 적어뒀다가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점에 맞춰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해 고객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머리 스타일이나 화장법 등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항상 밝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

특히 고객의 화장품 사용주기를 기억했다가 화장품을 새로 살 시점이 되면 먼저 연락을 하거나 세일이나 사은품 행사가 있을 때 일일이 알려주는 등 고객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한달 판매 7,000만원 선이 가장 넘기 힘든 벽이라고 털어 놓은 변 지점장은 "최근 그 벽을 넘어보려고 세일 기간 휴무도 반납했다"며 "1남 1녀를 둔 평범한 주부지만 앞으로 5년간 '판매 왕'수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가문의 영광'을 심는 보험맨

영업 시작 3개월만에 1억원대 수입을 올린 보험설계가 교보생명 광화문 플러스팀의 재무컨설턴트(FC) 정재현(32)씨는 금융업계에서 보기 드문 영업맨으로 손 꼽힌다. 지난해 10월 관리직인 교뵤생명 영업소장에서 영업인 보험 설계사로 변신한 그는 11월 4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둬들인데 이어 12월에는 20억원의 초회보험료 실적을 올려 베테랑 보험 영업맨도 일구기 힘든 1억6,000만원의 수입을 3개월만에 올렸다.

그가 이같이 대기록을 세우기 까지의 비결은 '가문 마케팅'이 한 몫을 했다. 정 FC의 주고객층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자신이 만나는 고객뿐 아니라 그 자녀와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 걸쳐 '가문의 영광(?)'을 위해 재정과 보장 컨설팅을 함께 해준다.

정FC는 "60세 이상 고객이 전체의 30%정도지만 그 자산 규모는 전제의 60%를 넘는다"며 "'인생은 60대부터'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이모작을 계획하는 노령층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그들의 자녀인 30·40대 층을 집중 공략, 장기적 유대관계를 맺어놓는 것이 향후 보험 영업의 연속성을 살릴 수 있는 '가문 마케팅'의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공인 재무설계사(AFPK)자격을 가진 정FC는 "현재 보험 영업은 상품이 아닌 가치를 전달한다"며 "'얼마를 내면 얼마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식의 보험 상품 판매에서 탈피, 고객에게 정말 무엇이 필요한 가를 얘기할 줄 아는 진정한 컨설턴트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녀의 상속·증여에 대한 세금 문제가 최고의 관심 거리인 요즘은 그 재원을 확보 전략으로 종신 보험 가입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라크 전 발발 가능성과 북 핵사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같아선 부동산이아 증권에는 당분간 투자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고 귀뜸했다.


99%의 노력과 1%의 믿음으로 승부

중용차 시장에서 '파죽지세'를 현대차의 아성을 깨고 지난한 해 돌품을 일으킨 르노 삼성자동차 SM5는 출시 2년만에 10만대 판매를 뛰어 넘어 택시 운전 기사에서 마이카 세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르노 삼성의 서울 잠실점 김용만(40)영업팀장은 지난 해 총275대를 팔아 SM전국'판매 왕'이 됐다.

11년 경력의 영업 베테랑인 김팀장은 2000년도데도 270대를 판매한 2년 연속 최우수 세일즈 맨으로 위상을 높였다.

"요즘은 고객들에게 상품(차)만 팔아서는 인정 받을 수 가 없어요. 고객들은 이제 '포탈 서비스'를 원합니다. 고객들을 위해 출장시 렌터카도 빌려주고, 휴가때는 콘도 예약도 해주고, 병원도 안내해주고, 사회 각 분야에 여러 정보들을 제공해 드리면 고객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김팀장은 '포털 서비스'라는 말에 힘을 준다.

'포털 서비스'는 이미 차를 구입한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차원만은 아니다. 그들을 통해 소개를 받고 차 구입에 나설 잠재적 고객들을 리스트 업하는데 더욱 짭짤한 효과가 있다.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찾아오는 새 고객이 매달 평균 10여명에 달할 정도다.

김 팀장은 "적어도 꾸준하게 평균 6개월~1년 정도를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하고 각종 포털 서비스를 해 줘야 계약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렇게 관리해도 '친지나 친구가 자동차 세일즈를 하고 있어 계약하기 어렵다'거 할때에는 가슴이 시릴 만큼 아쉬운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에는 택시 기사들의 구전(口傳)만큼 효과가 큰 것은 없다.김 팀장 역시 자신의 전체 고객 중 20%가 택시 기사라고 말했다. 고객의 성향이 다양한 만큼 똑같은 방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각 고객의 관심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해요. 가령 고객의 관심사가 음악이라면 한동안은 음악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눕니다. 일과 상관없이 말이요."

김팀장은 이 같은 노력과 더불어 세일즈맨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신뢰성을 꼽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99% 의 노력과 1%의 신앙심이 2년 연속 최고 세일즈맨으로 뽑힐 수 있었던 직접적인 동기"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탓에 지난해와 같이 판매에서 낙관적일 수는 없다"며 "앞으로 3~5년 이후 내가 직접 운영하는 오토 딜러 숍을 여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강조했다. 영업 판매원들에게 있어 꿈은 현실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묘약이다.

입력시간 2003/01/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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