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세서평] 수소는 영원불멸의 에너지


■ 수소 혁명(제러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민음사 펴냄)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자가 이번에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들고 나왔다. ‘The Hydrogen Economy’가 원 제목인 이 책은 다음 세대의 에너지는 수소이며, 이 것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제 석유 시대는 끝이 났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는 수소인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세계가 평화롭고 풍요로울 수 있는가 등의 세 부분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20세기 산업 사회를 이끌었던 화석 연료, 그 중에서도 석유는 곧 고갈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 1956년에 발표된 ‘허버트의 종형(鐘形) 곡선’은 미국의 석유 생산이 1965~70년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무시했지만, 현실은 이를 사실이라고 증명하고 있다. 세계 석유 생산이 곧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며, 남은 석유 매장량이 대부분 정치ㆍ사회적으로 가장 불안한 중동 지역에 집중되고, 화석 연료 사용에 따라 지구 온난화가 끊임없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빠르게 한 데 수렴하면서 우리에게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속히 결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수소다. 수소는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 가운데 가장 가볍고 보편적이다. 우주 질량의 75%, 우주 분자의 90%를 구성한다.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할 경우 ‘영구 연료’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수소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또 수소에는 탄소 원자가 들어있지 않아 이산화탄소도 방출되지 않는다. 환경에 더없이 좋다.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이 1874년에 발표한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이 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진영에서 탈출하다 길을 잃고 작은 섬에 도착한 북부 사람 5명이 겪는 모험 이야기다.

이들 중 한 명이 미국에 석탄이 고갈될 경우 무엇을 때지라고 물었다. 한 명이 물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은 언젠가 연료가 될 거야. 수소와 산소를 따로 쓰든 함께 쓰든 석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될 게야. 물은 미래의 석탄이란 말일세.”

그로부터 127년 후, 로열 더치 셀의 필 와츠 회장은 유엔개발계획이 후원한 한 포럼에서 미래 에너지에 대해 연설하면서 셀이 탄화수소의 종말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화석 연료는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혁명적인 새 에너지 체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 차량 개발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수소를 동력으로 효율성 있게 사용할 경우 무한한 에너지원, 연금술사와 화학자들 모두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 결국 못 찾은 에너지 연금약이 인류에게 생기는 셈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수소 에너지 출현은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에 대변혁을 가져온다. 모든 사람이 소비자인 동시에 잠재적인 에너지 공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 에너지망(HEW)에 각자의 연료전지를 연결하는 분산 시스템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에너지 권력시대에 들어선다. 저렴한 수소 에너지는 제3 세계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세계 권력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것이 저자가 그리는 미래상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수소는 자연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자유 상태에서 떠도는 것은 아니다. 화석 연료, 바이오매스, 물 등 자연으로부터 추출해 연료전지에 주입한 뒤 전기로 전환시켜야 한다. 시간 노동 자본의 투입 등에 대한 기술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또 수소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수소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수소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공기나 햇볕처럼 자유재인가, 아니면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경제재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 중간인가. 수소의 ‘지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소 경제의 미래가 결정되고, 이는 수소라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더불어 성장할 정치 사회 구조에도 근본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소가 ‘만인의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 개발단계에서 수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 저자는 낙관적이다. 인터넷의 발달 과정을 참고로 하고 있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당위성과 실현가능성을 종종 혼동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3/01/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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