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전쟁, 뒤집어질까?

盧 정권과 함께 첨예한 대립, 정면대결도 불사

‘조선일보는 2003년 1월 14일자 ‘삼성 타워 팰리스 내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의 삼성 타워 팰리스 내사가 ‘새 정부의 삼성 손보기인가’라고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므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조선일보 1월 23일자 정치면 우측 상단에 게재된 이례적인 박스다. ‘삼성 타워 팰리스 수사 인수위 무관’이라는 제하의 글은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통령령에 의거, 새 정부의 국정 과제 및 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대통령의 취임 행사 등 관련 업무를 준비하는 곳으로 검찰 또는 기타 정부 기관의 업무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임채정 위원장의 명의로 된 반론 보도 신청문이다. 이어 이 글은 ‘노무현 당선자나 인수위 측은 검찰의 내사 사실을 몰랐으며, 취재 중의 조선일보로부터 어떤 확인 요청도 받은 사실도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일부 언론간의 극심한 경쟁으로 야기된 칼바람이 한풀 꺾인 지금, 차기 정권과 일부 언론의 불화가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하나는 제 16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구상중인 정책 기조에 대해 최근 일부 언론이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세간의 관측에서 비롯된다.

또 다른 하나는 인수위와 조선ㆍ동아일보 사이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에서 나온다. 인수위가 두 신문에 대해서만 공식 정정ㆍ반론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와 보수언론의 불화

‘인수위는 또 하나의 정부가 아니다.’

인수위측이 현 정부 부처를 질책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볼썽사납다는 조선일보의 1월 11일자 논설의 요지다. 이미 권력의 중심 이동이 이뤄진 만큼 인수위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이 신문은 ‘김대중 칼럼’ 에서 인수위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점령군의 진주?’라며 인수위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인수위를 권력 이양 차 들어온 점령군에 비긴 것이다. 인수위에서 저 사람은 반개혁적인 사람이니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손가락질이 횡행하는 상황은 ‘자기 편’을 만드는 일 인지는 몰라도, ‘자기 적’을 양산할 뿐인 처사라는 요지였다.

본문 중 ‘노무현씨를 찍지 않은 것이 무슨 대역죄라도 된단 말인가’라는 대목에서는 인수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일체의 가감 없이 표출됐다. 맞은 편 지면에는 독자기고란 머릿기사에 한양 사이버대 최선 교수의 ‘인터넷 포퓰리즘’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오피니언 면의 단서가 사족일 수 밖에 없었던 날이었다.

비판의 수위가 절정에 오른 것은 16일자의 정치면 머릿기사. ‘어디 무서워서…살벌한 기자실’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인수위가 자기 편의에 따라 언론 보도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며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인수위의 ‘고압적’ 분위기를 톱으로 보도한 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는 달리, 이날 여타 신문에서 인수위 관련 기사는 여타 정치 기사에 파묻혀 매우 작게 취급됐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도 17일자 사설에서 ‘인수위측이 일부 언론에 대해 흠집내기라며 발끈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손상시키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6일자 사설 ‘인사청탁 불이익 반드시 지켜야’에서 정상 채널을 통하지 않은 추천은 모두 청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새 정권에서 뒤를 확실히 봐 줄 수 있는 부동의 실세가 보이지 않아 누구에게 줄대는 게 효과적인 지 알 수 없다’며 청탁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 인수위측의 잘못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앞서 ‘재벌 정책, 충격 없이 신선하게’(1월 3일자 사설), ‘정부, 기업 조직 간섭은 잘못’(1월 4일자 1면 기사) 등의 기사로 갈등의 소지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인터넷이나 시민 단체의 비중을 의식해 온 노 당선자의 행보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이라며 ‘못 미덥다’고 일부 언론사들의 사세 경쟁과 맞물려 시계를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구독자 확보 위한 진흙탕 싸움

달라진 언론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한 각 신문사 간의 치열한 싸움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1996년 7월 중앙일보 지국장이 건달패를 동원해 경쟁 관계에 있던 조선일보 지국장을 식칼로 살해한 사건은 ‘신문 전쟁’의 표상으로 남아 있다. 이후 사태는 자전거 등 고가의 불법 경품 제공과 맞물려 재연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이와 관련, ‘미디어 오늘’이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2002년 12월 23~24일 전국의 기자 307명을 대상으로 벌인 대선 보도 관련 여론 조사에서는 최근 자전거 등 경품 제공이 신문의 실질적 구독률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효과 있다고 답한 기자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85.5%였는데, 그 중 40.0%의 기자들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신문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없거나 적다고 응답한 기자는 14.1%에 머물러 자전거 등 경품의 시장 효과에 대해 기자들도 현실적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안상훈 변호사는 “해약을 하더라도 약관에 따라 독자는 경품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중도 해약시 쓰던 경품을 돌려 주는 경우는 인정상 이뤼지는 것일 뿐이라 지국이 떼여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가 경품 판촉을 둘러싸고 분쟁 상담이 증가일로인 현실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은 일단 받은 경품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안 돌려줘도 된다는 세부 규정을 만드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등 고가 경품의 경우 의무 구독 기간은 평균 18개월이다. 2003년 상반기쯤이면 중간에 해약하는 독자가 늘 것이고 그에 따라 지국과 독자 간에 다툼이 늘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유력하다. 언론계는 그 경우 만약 지국의 손을 들어 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태는 지국이 아닌 신문사 차원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메이저 신문들이 제2의 신문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구독자 확보에 나서는 것은 12ㆍ19 대선 이후 달라진 언론환경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여러 신문을 온 라인에서 비교해 읽어, 기사의 소재가 된 사안을 조금의 가감도 없이 ‘날것’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독과점 신문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이 바로 인터넷 매체다.

우리 시대의 화두인 ‘온 라인’ 문화와 얽혀 들면서 언론 전쟁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독자 개념은 갔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들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점, 접근의 용이성,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 등의 이유로 부쩍 각광을 받고 있다. 좋은 예가 대선과 여중생 사망 추모 촛불 시위다.

이제는 기존의 오프 라인 매체가 온 라인의 밀물에 대처해야 한다. 실제로 2002년 12월 18일 조선일보는 홍재희씨 등 5명의 네티즌을 명예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해 둔 상태다. 홍씨는 안티 조선 사이트인 ‘우리 모두’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 사설과 김대중 편집인에 대한 비평은 공공성 있는 언론사인 조선일보 논조에 대해서 수요자가 취하는 정당한 반론”이라며 법정 시비의 뜻을 확실히 했다.


메이저 신문들 변신경쟁

1등 신문을 향한 메이저 신문간의 변신 경쟁도 장난이 아니다. 대선이후 변화의 압력을 받아온 조선일보가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진 일본식 신문 편집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사고를 담을 수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겠다는 사고를 내자 중앙일보는 1월20일자부터 전격적으로 달라진 지면을 선보였다.

가장 큰 변화는 사회면(30~31면)을 오피니언면(6~7면)과 서로 바꾼 것이다.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뉴스를 앞쪽으로 배치한다는 명분에다 가독성이 높은 지면에 독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겠다는 자성의 모습을 내보인 것이다. 또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겨냥한 편집과 기획, 글쓰기도 계획중이다.

언론계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신문의 섹션화를 주도한 중앙일보는 대선에서 젊은 민심의 폭발을 확인한 뒤 방송 매체는 물론 인터넷 매체와도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지면 구상에 들어갔는데, 이를 감지한 조선일보가 먼저 사고를 내 ‘개혁 명분’을 낚아챘다고 한다. 놀란 중앙일보는 기획이 미완성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지면 개편을 시도했고, 뒤이어 조선이 24일자부터 새로운 편집의 신문을 내놓았다.

한양대 신문 방송학과 이재진 교수는 최근의 언론 문제를 두고 “그 간 미뤄왔던 변화의 단초”로 보고 있다. 1면의 변화, 섹션 경쟁, 사설 및 독자의 소리의 후미 배치 등 조선ㆍ중앙일보가 보여준 새 시도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경품 경쟁 등의 수법으로 순위 다툼을 벌이는 것은 맹목적 경쟁으로 치달을 소지가 있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언론 개혁은 시대적 요구로 굳어졌다. 그러나 최근 언론 대 언론, 언론 대 정부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언론 전쟁이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일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럴 바에야 여론을 왜곡하는 일부 언론사와 언론 개혁 입법을 저해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3/02/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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