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그녀는 여전한 '여우' 고소영

2년만의 스크린 나들이, 꽉 찬 연기로 또다른 이미지 선 뵈

“성격이 밝다구요? 사람의 성격이 어디 ‘밝다’ ‘어둡다’로 딱 나눠지나요. 전 한 번도 ‘성격이 이렇다’ 하고 말했던 적이 없어요. 모두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얘기를 하죠.”

당당하고 개성이 넘치는 톱스타 고소영(30). 그녀가 1월 23일 개봉한 영화 ‘이중간첩’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2001년 그녀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하루’ 이후 2년 만이다.

톡톡 튀는 개성 연기의 대명사였던 그녀는 스크린을 떠나 있던 시간만큼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차분해졌다’ ‘여성스럽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로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고정간첩 역할로 등장하는 영화의 배역 때문인지 어딘가 어두워 보이기까지 한다.

“많이 달라졌나요? 스무 살 때와 비교하지 마세요.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나 서서히 변해가는 것 아니겠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간첩이라는 역할 때문에 일부러 말투를 느리게 바꿨어요. 그녀의 비극적 운명처럼 우울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죠.”

영화 ‘이중간첩’에서 고소영이 맡은 윤수미 역은 남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북한의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고정간첩. 극중 라디오 방송국 DJ로 일하며 림병호(한석규 분)의 연락책 역할을 하지만 결국 북에서도 버림을 받게 되는 비극적 운명의 여인이다.

“남북 소재의 영화라 흥미로웠다는 것”이 그녀가 밝힌 출연 이유다. 국내에서만 제작이 가능한 특별한 소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루’에서 인연을 맺은 쿠앤필름 구본한 대표에 대한 믿음도 한몫 했다.


어느덧 연기생활 11년째

1990년대 이후 똑 부러지는 신세대 여성의 이미지를 고수해 온 고소영의 이미지 변신도 놀랍지만, 그녀의 이름값에 비춰볼 때 역할의 비중이 작다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녀의 표현대로 ‘한석규-고소영’ 주연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들릴 정도다.

“이중간첩은 명백한 남성 영화에요. 그렇다고 계속 남자 배우만 나오면 딱딱하잖아요. 무거운 영화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여자 배우의 역할이 꼭 필요해요. 비중은 작을 수 밖에 없지만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저만 나오는데 스토리가 이상한 영화보다는 훨씬 나아요.”

올해로 연기 생활 11년째를 맞은 고소영은 베테랑답게 속이 꽉 찬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녀는 영화 ‘하루’를 찍던 때를 기억하며 “그때는 여성 영화라서 상대역인 이성재 씨가 양보한 부분이 많았다”며 “역할의 비중을 떠나, 영화가 잘 되는 것이 곧 배우도 잘 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더니 “한석규 오빠가 고생한 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쑥스럽게 말을 잇는다.

“11~12월에 여름 장면을 촬영했어요. 겨울에 반팔을 입고 찍는 것만도 고역인데, 비까지 맞았죠. 옷 안에 핫팩을 붙이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발 밑에 스토브도 갖다 놓았는데 그래도 너무 추웠어요. 끔찍할 정도로요.”

고소영은 1972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 두 살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생기발랄하다. 몸매 역시 군살 하나 없이 탄력이 넘쳐 보인다. 살이 찌지 않는 비결을 물었더니 “왜 살이 안 쪄요?”하고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뜬다.

“먹는 만큼 살이 찌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나잇살이라는 게 있잖아요. 갈수록 몸 관리에 엄격하게 돼요. 예전에는 자다가도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요즘에는 억지로 참고 자요.”

낯가림이 심한 편인 고소영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한가롭게 보인다”며 커피숍에도 가지 않는다. 때문에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많다. 이미 일반인들이 말하는 결혼적령기에서 조금은 비껴선 그녀에게 결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어릴 때는 만화주인공 등의 이상형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보통 남자들은 ‘무조건 이쁜 여자면 돼’하는 식으로 뚜렷한 이상형을 가지고 있는 편이지만 여자들은 다른 것 같아요. 대부분 남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죠.”

고소영은 지난 2년 동안 ‘삼성카드’나 비너스 등 CF를 통해서만 팬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때문에 “돈 벌더니 연기는 안 하냐”는 비난을 받고, 근거 없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은 또 언제 들어갈 거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좋은 작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거예요. 아직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어요. 원래 어떤 작품을 찍고 있을 때는 다른 작품의 시나리오조차 받지 않거든요. 제의 받은 시나리오가 좋으면, 찍고 있던 작품에서 마음이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강한 캐릭터의 성격연기 해보고 싶어

고소영이 쉽게 작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영화의 여성 캐릭터가 지나치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역할만 요구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한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강한 캐릭터가 맘에 들어요. 할리우드식 오락영화말고 다중인격이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영화 ‘디아더스’ 같은 작품이요. 요즘 케이블 TV에서 ‘섹스 앤 시티’를 보고 있는데 일상 생활의 방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볼거리가 많은 작품도 좋아요.”

오랜 만에 영화 팬들 곁으로 돌아온 고소영은 시사회에서 “목소리가 극장에서 흘러나올 때는 귀를 틀어막고 숨어있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1994년 ‘구미호’로 스크린에 첫 발을 들여놓았음에도 “영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신인 같은 기분”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복귀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상대는 이병헌이예요"

“이병헌을 찜했다?”

고소영이 “다음 영화에 함께 출연하고 싶은 남자 배우는 미남스타 이병헌”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고소영은 영화 ‘이중간첩’의 시사회를 마친 뒤 가진 간담회에서 다음 상대 배우는 이병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1992년 그녀의 TV 데뷔작인 ‘내일은 사랑’에서 이병헌과 잠깐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지만, 영화에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 희망 상대 배우는 최근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박중훈이다.

고소영이 이들 배우를 상대역으로 원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역으로 나이 어린 배우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연하의 배우와 출연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서른 살을 넘어서니, 또래 배우나 연상인 남자 배우가 많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고소영은 1994년 영화 ‘구미호’ 이후 ‘비트’ ‘연풍연가’ ‘러브’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하루’ ‘이중간첩’ 등 7편의 작품에서 정우성 장동건 임창정 이성재 한석규 등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 프로필
  • 생년월일: 1972년 10월 6일 키: 168cm 몸무게: 47kg 종교: 천주교 취미: 헬스, 골프 별명: 왕눈이, 고양이 가족사항: 1남 1녀 중 둘째 학력: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동 대학원 중퇴

    입력시간 2003/02/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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