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가을 구두] 발의변신… 파격의 멋을 신는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히피&빈티지 스타일 유행

복고, 히피, 빈티지…2002년 패션계를 강타한 옷차림들이다. 옛날 엄마가 입었던 낡은 옷을 꺼내 구슬을 달고, 찢어 입어 보기도 했고, 멀쩡한 바지에 소재가 다른 천을 덧대어 입기도 했다. 때가 타고 낡으면서도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옷차림을 하다 보니 신발에도 그 영향이 미쳤다.

많은 사람들이 1970,80년대 유행했던 굽이 뾰족하고 높은 하이힐에 청바지에나 쓰였던 데님을 덧대어 신기도 했다. 2003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구두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구두 디자인 매년 20만개 쏟아져

몇몇 고고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10만년 전, 아프리카 남쪽 끝에서 살던 사람들이 야자수나 파피루스, 또는 풀을 엮어 만든 샌들이 인류 최초의 신발이라고 한다. 신발은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본래의 기능과 함께 사회적으로 한 개인의 부와 명예를 나타내면서 정치적인 성향까지 보여줄 수 있는 신호가 되었다.

예를 들자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발로 노예와 자유민을 구분했는데 노예는 신발 신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자유민은 노예로 오해받는 것이 두려워 신발을 신지 않고서는 공공장소에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신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하자 다양한 모양의 신발과 함께 사람들의 기호도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신발의 디자인은 일곱 가지의 오래된 신발 형태를 기초로 하여 그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샌들, 부츠, 옥스퍼드(신사용 단화), 펌프(가벼운 댄스용 구두), 클로그(진창을 걷기위한 나막신), 모카(바닥이 평평한 가죽신)에서 다양한 변화를 통해 디자인되어 시장에 나와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 해에 20만 개 이상 쏟아지는 새로운 디자인의 신발 중 절반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사라지고 살아 남는 신발은 2만5,000개 정도로 8분의 1에 불과하다.


다양성 살린 크로스오버시대

옷차림에 따라 구두의 디자인이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2003년은 신발의 역사 이래 가장 다양한 모양이 출시되고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통굽은 4~5cm부터 20cm에 이르는 다양한 높이의 굽으로 작은 키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았다. 좀 더 크고 날씬하게 보이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반영하며 여성들과 일부 키 작은 남성들에게 키높이 구두까지 선물하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서구적인 식단이 준 평균키의 상승으로 170cm가 넘는 여성들이 늘면서 굽이 2~3cm에 이르는 발레슈즈와 어느 옷차림에나 편안하게 어울리는 스니커즈가 또 다른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는 굽이 가늘면서 7~8cm에 이르는 뾰족한 구두 끝을 가진 웨스턴식 앵클부츠와 종아리까지 감싸는 롱부츠, 허벅지까지 달라붙는 롱롱부츠까지 다양한 길이의 부츠가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가죽이 구두의 주요 소재였다면 최근 나오는 구두의 소재는 가죽을 기본으로 하여 모피, 스웨이드, 골덴, 데님, 타조깃털, 토끼털, 양털 등 옷에 쓰이던 천을 가죽에 덧댄 것이 많다. 낡은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상반된 느낌을 강조한 이른바 히피와 빈티지 스타일이다.

굽과 소재면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는 많은 디자이너들은 각기 다른 소재를 섞음으로써 전혀 다른 느낌을 주려는 시도인 셈이다. 바야흐로 구두에도 크로스오버 시대가 온 것이다.


소재파괴로 흥미 유발

2003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구두들은 전혀 다른 세계인 지구와 우주가 서로 만나 교감을 나누듯 상반된 느낌의 소재들이 새롭게 시도된다. 일자형의 통굽에서 벗어나 구두의 뒤축을 좁게 만들어 가는 발목을 강조, 섹시함을 드러내고, 천이나 가죽 소재의 발목밴드로 발을 감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또한 발목밴드로 감싼 라인을 부각시키려고 복잡하게 꼬아 만들기도 한다.

가죽소재에 데님이나 골덴천을 덧대어 빈티지 느낌을 주던 지난해와는 달리 밝은 색상과 광택이 나는 소재들로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봄과 가을을 겨냥하여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구두의 새로운 디자인은 대체로 구두의 라인이 편안하다. 여러 종류의 환경과 삶의 방식에 적합하도록 활동성을 강조한다.

구두의 장식들은 자연스러운 소재와 그 혼합으로 눈길을 끈다. 금속을 정교하게 다듬어 돌, 조개껍질과 뼈, 뜨개질에 이르는 전혀 다른 소재로 상반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은, 동, 놋쇠 등을 불규칙하게 사용하여 낡은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민간전통신앙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발목 장신구는 많은 여성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기억해야 할 구두 구입요령

발은 생체리듬에 따라 오후에는 붓는다. 따라서 구두는 오후5시 이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들은 생리주기의 특성 때문에 생리 일주일 전에 신발을 고르면 발의 부종 때 발생하는 신발 조임을 방지할 수 있다.

▦ 반듯이 좌, 우를 다 신어보고 구입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좌, 우 양쪽 발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한쪽만 신어보고 구입하는 것은 나중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좋지 않다.

▦엄지 발가락 부분은 1cm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을 신고 매장을 10보 이상 걸어 이상이 없는 것을 구입한다. 걸어보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신어보는 것만으로 구두를 고른다면 거리를 걷는 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 구두는 가벼운 것일수록 착용감이 좋다. 또 신발의 밑창 역시 가벼우면서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다. 최근에는 이런 특성들을 감안하여 출시된 구두들이 많이 나와 있다.

▦ 보행시 발가락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신발의 앞부분이 부드러워야 한다. 구두를 신고 서 있거나 걷다 보면 발이 부어 발가락이 불편할 때가 있는데 딱 맞는 구두를 구입하면 그런 경우 발에 심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 소재는 겉감(upper)과 안감(lining) 모두 다 땀을 잘 흡수하고 통풍이 잘되는 천연소재를 고른다.

▦ 구두의 굽은 높이가 3cm정도가 가장 적당하며 그 이상의 구두는 발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을 경우 시간차를 두고 구두를 벗어 발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김선희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2/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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