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감동과 즐거움이 잇는 철학이야기


■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김상봉 지음/한길사 펴냄

서점에 가면 수많은 종류의 입문서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철학책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 어려운 책이다. 한 문장을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고,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고 책을 잡더라도 중간쯤에 가면 지쳐 나가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또한 철학 교양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타의 철학서적과는 다르다. 지은이는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차 한잔을 마주한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고, 즐거움이 넘쳐 난다.

지은이는 자신이 파악한 그리스 고전 비극의 핵심과 본질을 들려준 뒤 이를 우리 삶의 문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은이가 파악한 그리스 비극은 “직업적인 시인이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예술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인 인간의 미적 반성의 표현”이다.

예술이 한갓 미적 가상을 창조하는 활동만이 아니라 동시에 공공적 현실을 형성하는 정치적 활동이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그리스 비극 시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민주주의, 곧 자유로운 시민 공동체의 형성을 갈망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비극과 1980년 광주에서 도청을 끝까지 지키다 아름다운 최후를 맞았던 시민군을 대비시키는가 하면, 미당 서정주를 예로 들면서 그리스 비극 시인과 우리 시대 시인의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것은 그의 주장에 대해 독자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입력시간 2003/02/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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