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임신중에 피해야 할 한약 90종

황제(黃帝)내경에는 신장(腎臟)을 ‘작강(作强)하는 기관’이라고 하며 여기에서 기교(技巧)가 나온다고 한 부분이 있다. 신장은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서 후천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저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장은 수(水)에 해당하는 장기로 여기에는 생식을 담당하는 인체 기관도 포함된다. 따라서 신장에서 하는 중요한 기교 중 하나로 2세를 만들어내는 묘한 작용이 있는 것이다.

임신이 되면 엄마 뱃속에서 10달 동안 잘 키워서 이 세상에 내보내게 되는데, 이 뱃속에 있는 10달 동안이 밖에 나와서 배우는 기간보다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엄마와 아빠의 생각을 배우고, 정신을 이어받고, 주변 상황을 엄마의 눈을 통해서 보게 된다. 임산부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이 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임신 기간에는 음식에서부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약물 복용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요즘은 환경오염 등으로 정상 부부가 기형아를 낳을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기형아는 유전이나 약물 복용, 감염, 방사선 노출 등의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이 중 약물로 인한 기형의 영향은 언제 어떤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항생제, 호르몬제, 해열제, 진통제, 진정제 등의 복용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의를 한다. 그렇지만 비타민제나 칼슘제 등도 권장량 이상 과다 섭취하면 기형 유발물질이 된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태아의 심장, 폐, 뇌, 눈, 귀, 사지 등이 형성되는 시기는 임신 3~8주 사이인데 이때는 약물이나 방사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사실 이 시기가 지나도 태아 발육에 영향을 미치므로 항상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 중 한약을 먹어도 되는지 물어온다. 또 한약을 먹다가 임신이 된 경우에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은 동, 식물 등의 천연 재료를 쓰기 때문에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한약 중에서도 임신 중에 피해야 할 약이 90여종이 넘는다. 물론 환자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이 금기약들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나게 하거나, 설사를 일으키거나, 소변을 너무 많이 나오게 하는 약, 구토를 일으키거나 독성이 있는 약 등은 임산부에게는 피해서 쓴다. 처방을 하는 한의사가 주의하는 것과 별도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남용되고 있는 약물들이나 한방차 중에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땀을 나게 하여 근골의 긴장을 풀어 주는 계피, 바짝 말린 생강, 수분대사를 조절하여 군살을 빼게 하는 이뇨제들, 가래를 삭이는 반하도 때로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변비나 피부미용에 이용하는 알로에, 어혈을 풀어 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생리통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는 복숭아씨, 홍화, 모란껍질 등과 몸을 덮혀주는 더운약으로 알려진 부자 등은 태아손상이나 유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흔히 보약같이 생각하고 쉽게 이용하는 우황청심환이나 강심작용 안정효과가 있는 우황, 사향, 주사 등도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피해야 한다. 반묘, 수질, 망충 등 독극약이나 동물성ㆍ광물성 한약재도 대부분 임신금기약에 해당된다.

임신 중에는 강한 이뇨제를 안 쓰는데, 부종이 있을 경우 호박, 팥, 녹두, 콩나물, 잉어 등을 먹는 것은 괜찮다. 호박을 썰어 쌀과 잣을 많이 넣고 죽을 쑤는 호박죽은 영양식으로 부종에 좋다. 입덧으로 구토를 할 때에는 보리차나 결명자, 생강, 귤피 등을 살짝 달여 따뜻하게 마셔 수분을 보충한다. 청매의 과육을 갈아 즙을 짜서 달여 만든 매실차나 오매(烏梅)차로 구토를 달래거나, 무우즙에 생강을 넣고 먹어도 좋다. 연꽃밥이나 쑥, 배꽃 등을 달여 마시는 방법도 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3/02/11 15:4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