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시대] "인천이 떠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인터뷰/ 안상수 인천시장

경제자유구역 법안이 여ㆍ야간 치열한 공방 탓에 자칫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해 11월.

안상수 인천시장은 매일 밤낮을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를 십수일. “경제자유구역법 통과 지연으로 인천시가 미국 게일사와 추진중인 외자 유치 계약이 무산될 위기”라는 안 시장의 호소가 결국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된 후,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법안 통과의 1등 공신은 안 시장”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물론 그가 이렇게 발 벗고 나선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경제자유구역 후보지 중 육ㆍ해ㆍ공을 두루 갖춘 천혜의 입지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곳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13 지방 선거에서 ‘동북아 중심 도시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였던 것이다.


동북아 중심도시로 도약

그런 그가 마지막 남은 짐마저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비상하기 위한 날개를 달았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 경제자유구역의 성격을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빚어왔던 갈등이 일단락되고, 송도 신도시를 축으로 하는 인천 지역은 물류와 정보기술(IT) 중심의 동북아 중심도시로 건설한다는 틀이 확정된 때문이다.

“인천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세계적인 공항이 자리잡았다는 것이고, 둘째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거죠.” 안 시장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인천에 근거지를 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중국이 아무리 팽창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할 때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달걀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죠? 아마 제조 공장을 중국에 두려는 기업들도 연구센터 등 ‘머리’에 해당하는 핵심 시설은 중국 외곽 지역에 분산시키고 싶어 할 겁니다.”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는 것 같아 “왜 하필 인천이겠느냐, 아무래도 싱가포르나 홍콩을 더 선호하지 않겠느냐”고 쏘았더니 명쾌한 해석이 그럴싸하다. “홍콩은 이미 중국에 편입됐으니 위험 분산에 별 효과가 없죠. 싱가포르도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습니다. 인천은 중국 안에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생활 환경이 먼저 180도 뒤바뀌어야 한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곳이 뉴욕인지, 플로리다인지, 아니면 런던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교육 문화 교통 등 주변 편의 시설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ㆍ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산학 연계를 통한 발전에도 공을 쏟겠다고 강조한다. “인천에서 육성된 학생들이 ‘인천 출신 물류전문가’ 혹은 ‘인천 출신 IT전문가’로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과 교육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경제자유구역의 성격에 대해서도 안 시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일각에서 외자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미 미국 게일사 투자 유치에서 가능성이 입증된 것 아닌가요? 또 물류와 IT는 상호 배치되는 기능이 아니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결국 물류와 IT 중심으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관문이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10년후면 경제규모 부산 앞설 것”

이런 청사진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송도 미사일 기지의 주변 지역 이전 문제가 지역 주민들에겐 발등의 불이다.

“올 상반기 중에는 어떻게 해서든 결론을 내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 안 시장의 답변이지만 혹시 ‘정치인 시장(한나라당)다운 발언’은 아닌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예산 지원 문제로 미뤄지고 있는 ‘제2 연육교(인천 국제공항-송도 신도시 간)’ 건설 문제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당초 공약과 달리 좀처럼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도 의구심을 더 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개발이 이뤄진 후다. 혹시 막대한 예산만 투입된 채 껍데기 뿐인 도시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지만 안 시장의 답변은 단호하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시스코 브리티시텔레콤 AT&T DHL 등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인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어요. 오는 7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인프라 시설들이 하나씩 모습을 갖춰가면 동북아 최대의 도시가 될 게 틀림 없습니다.”

그렇다면 안 시장이 내다보는 10년 후의 인천의 모응? “인천의 경제 규모가 현재 전국의 4%에 불과하지만 10년 뒤에는 10% 정도는 될 겁니다. 그 때쯤 되면 부산은 거뜬히 앞지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구호처럼 한마디 덧붙인다. “인천이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2003/02/17 10:34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