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시대] 바다 위에 세워지는 정보화신도시 '송도'

인천 송도 일대를 찾은 것은 5일 오전. 행정구역으로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이다. 인근에서 가장 높다는 13층짜리 한 호텔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곳곳에 ‘송도 정보화 신도시’라는 푯말이 내걸린 채 공사가 진행중인 땅이 광활하다. 신도시 전체가 500만평이 넘는다는 것이 호텔 직원의 친절한 설명이다.

포크레인이 곳곳을 헤집어 놓은 현장 한가운데서 어렵지 않게 대형 홍보관을 찾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맨 먼저 맞이하는 것은 상징물인 고대 무역선이다.

인천이 고대로부터 세계의 중심이자 약속된 땅이었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방명록에 서명을 부탁하는 안내 여직원은 “시나 상공회의소 등에서 초청한 외국 바이어들이 적잖게 홍보관을 들른다”고 말해 준다.

홀로그램 등 입이 떡 벌어질만한 최첨단 설비들이 수년 후 달라질 송도의 모습을 요란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연도별로 변천해 온 송도 바닷가의 모습을 차례로 찍어놓은 사진 네 컷. 온통 바다 뿐이었던 송도가 불과 4년만에 최첨단 도시의 위용을 갖춰가는 광경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 역시 경제자유구역과 관련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 하나하나를 모두 외고 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최근 인수위 내부에서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최첨단 기업의 집적지로 만들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일이 있다. 주민 홍태의(50)씨는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 한다. “땅이 얼마나 된다고 국내 공장들이 들어섭니까. 그래서는 송도가 제대로 된 경제자유구역이 될 수 없고 살기만 불편해집니다.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야 육, 해, 공의 물류를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요.”

초등학생 아이를 두 명 두고 있다는 한 30대 주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외국인 학교에 잔뜩 눈독을 들인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어요. 남들은 생돈 내고 외국 유학까지 보낸다는데 주변에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이들이 더 커버리기 전에 빨리 들어서야 할 텐데….”

뉘엿뉘엿 송도 바다 너머로 해가 진다. 하지만 주미들의 마음속 송도는 더 이상 '해뜨는 도시'였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2003/02/17 10:44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