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호도 고맙고"… LG는 되는 집안?

盧정권 경제정책과 호흡 척척, 천군만마 타고 비상의 날개

2003 새 정부 출범과 함께 LG의 화두는 단연 ‘축제’와 ‘1등 주의’를 향한 투자다.

2월25일 거행되는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은 시민 1만5,000여명이 참석해 축제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열린 취임식’이 될 전망이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시민들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행사를 지켜볼 수 있게 파격적으로 대형 전광판이 설치될 예정이다.

취임식의 기획ㆍ진행자가 바로 LG애드이다. 이에 맞춰 LG백화점은 예비 신혼 부부들에게 신혼 여행권과 웨딩 촬영권 등을 나눠주는 ‘1억원 웨딩 축제’를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다 LG카드 역시 신학기 신입생들을 위해 3월말까지 교복 무이자 할부 등 ‘입학 페스티벌’을 펼친다.


취임식 총괄 등 축제 분위기

대단위 투자가 일궈낸 축제 분위기다. LG필립스는 올들어 처음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설비투자를 일궈냈다. 외환 위기 직후 대단위 설비 투자를 실행했던 이 회사는 경기 파주 지역에 50만평 규모의 LCD(액정화면) 생산공장을 설립키 위해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은 2001년 10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1호 적용 대상 업체인 현대석유화학을 1조7,000억원 대에 인수했다.

천군만마의 등에 올라탄 듯, LG가 올들어 새롭게 비상(飛上)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LG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건호(30)씨가 LG전자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연초부터 대단위 설비ㆍ기술개발(R&D) 투자와 사업 수주 등 적극적인 자세로 ‘1등 LG’의 기치를 표방하고 나섰 던 것. 결과적으로 지주 회사 설립 등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계에 요구하는 미래 기업상을 여타 대기업에 비해 가장 빨리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LG그룹은 3월중으로 주요 대그룹 중 제일 먼저 그룹의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LG를 발족할 계획이다. 한시적인 구조조정본부에서 한 단계 도약해 선진 기업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의 LG에 대해서 인수위 역시 가장 우호적인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노태우 정권에서 사돈 기업인 SK그룹이, 김영삼 정권에서는 삼성차 부산 공장 등으로 삼성과 롯데 등이, 또 김대중 정권에서는 현대와 금호그룹 등이 혜택을 입었던 것처럼 차기 정권에서는 LG그룹이 정권 주체들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지주회사 출범, 구조본 해체

LG는 DJ정부 초창기 대기업간 ‘빅딜’에 의해 당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게 넘겨주는 쓰라림을 겪은 데 이어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마저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LG로서는 더 할 수 없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그룹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대선이후 구본무 회장의 표정이 비교적 밝은 편”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정권과의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특히 경남지역을 연고로 출범한 LG그룹은 같은 지역이 연고지인 노무현 당선자와 간접적으로 통하는 인맥도 나름대로 구축해 놓고 있다는 후문.

또 노건호씨가 LG전자에 다니고 있어 다른 그룹에 비해 수혜를 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도 팽배하다.

이에 대해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인 한 교수는 “LG그룹이야말로 노무현 당선자가 요구하는 기업들의 투명성, 재벌들의 소유구조 개선 등으로 다른 그룹에 비해 가장 먼저 달성할 기업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재계 중에 가장 먼저 구조조정본부도 자진 해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LG는 1월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LG CI(LG 화학계열)과 LG EI(LG 전자계열) 양사의 합병승인을 얻어 통합 지주회사인 ㈜LG를 3월중 출범키로 결정했다. 그 동안 LG를 비롯한 국내 주요 재벌 그룹들은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채무보증으로 한 기업이 부실해지면 보증을 선 기업도 함께 경영난을 겪어 투자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왔던 터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모회사는 출자 및 자회사 관리만 전담하고, 자회사들은 고유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 투명 경영이 가능해진다. 또 신규 투자와 출자 등은 모회사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계열사간 상호 순환출자도 불가능하다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지주회사체제를 도입, 순환출자와 오너 중심의 1인 지배체제 등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들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지배구조를 고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효과가 클 경우, 선례를 따라 지주회사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 것”이라며 LG의 지주사 출범에 관심을 표명했다.


증시변동 등 악재ㆍ장벽 많아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LG CI와 LG EI의 합병이 LG전자 등 그룹 자회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지주회사 통합 자체가 갖는 시너지 효과와 기업의 투명성으로 직결될 지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증시관계자는 “지주통합회사 출범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자회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자회사의 지분 평가 수익이 지주회사의 유일한 수익원이라는 사실이 지주회사의 한계선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곧 투명 경영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 이른바 ‘황제식 경영’ 등 수 십년 간 지속돼온 그룹의 관행을 탈피하기 위한 경영진 및 조직원들의 내부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도 LG가 지주회사 출범에 앞서 넘어야 할 만만찮은 장벽이다. 만약 2월 증시가 계속 급락할 경우 지주회사 설립에 따른 반발로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 청구가 일시에 쇄도할 수 있어 LG측으로선 이를 대비해 급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LG측은 주식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양대 지주회사인 LG CI와 LG EI가 통합을 이루면서 LG 그룹은 구조조정 본부 조직 중에서 4~5개 팀이 해체되거나 관계 계열사로 이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LG와의 밀월 관계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3/02/18 16:23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