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신예 스타' 손예진

순도 100%의 사랑일것 같은 그녀

“어머니의 사랑이 딸 세대에까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이어진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어요. 누구나 순수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갈망이 있잖아요.” 1월 30일 개봉돼 ‘이중 간첩’과 함께 한국 영화 흥행순위 1~2위를 다투며 사랑 받고 있는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ㆍ제작 에그필름)’의 주연 배우 손예진(21)의 연애론이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어 보는 맑고 따스한 사랑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것도 1인 2역으로 멋진 두 남자 배우와 열연했다. 조승우(준하 역)와는 70년대의 고전적인 순수한 사랑을, 조인성(상민 역)과는 현대식의 발랄한 사랑을 나눴다.

영화 ‘클래식’은 순도 100%의 멜로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다락방에 묻혀 있던 엄마(주희)의 비밀 상자를 통해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차츰 알게 되는 딸 지혜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애틋하고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다.

“주희와 준하의 안타까운 사랑도 아름답고, 딸 지혜와 상민의 수줍은 사랑도 풋풋해요. 어떤 사랑이 더 가치 있다거나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1960~70년대 사람들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했던 엄마 세대의 사랑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아요.”


1인2역 깔끔하게 소화

손예진은 이번 영화의 열연으로 영화계 안팎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상큼한 외모는 기본. 만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1인 2역을 깔끔하게 소화해냈기 때문. 더 이상 그녀의 이름 앞에 ‘신예 스타’라는 말은 필요치 않다.

손예진은 연예계에서도 전례가 드문, 그야말로 ‘신데렐라’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할 때부터 주연 자리를 꿰 차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로 뜬 것이다.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MBC ‘선희 진희’와 SBS ‘대망’, 영화 ‘취화선’과 ‘연애소설’ ‘클래식’ 등 그동안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것도 흥행 배우로서 그녀의 진가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 이쯤 되면 꽤 우쭐할 법도 하다.

하지만 손예진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연기자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뗐어요. ‘연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그저 맡은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살아 숨쉬는 캐릭터가 되도록 노력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손예진은 데뷔 초부터 다소곳하고 참한 여성의 이미지를 지켜오면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바람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리고 창백한 분위기의 긴 머리 여인의 이미지 그대로다. 청순한 그녀의 이미지는 현재 상한가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순수함의 이미지 속으로 한층 더 파고들었다. 검정색 옛 교복을 입은 댕기머리 청순한 아이 ‘주희’로 분했던 것. 반면 딸 ‘지혜’ 역할을 하면서는 태권 소녀로 남학생의 코피를 흘리게 만드는 액션 연기를 하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명랑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원래 제 성격이 여성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내숭’인지 물어보세요. 조용한 편인 것은 맞아요. 사실 ‘주희’의 얌전한 성격이나 ‘지혜’의 발랄한 면이 모두 제게 있다고 생각해요. 딱히 어떤 한 쪽이라기보다, 저의 성격이 두 역할에 골고루 배어 있는 거지요.”

멜로 영화의 주인공 답게 우는 연기에는 ‘둘째 가라’ 하면 서러워 한다. 극 중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기차 신, 그리고 재회 장면을 촬영할 때는 꼬박 5~6일을 울기도 했다.

“평소 슬픈 영화를 봐도 울고, 팬들이 보내온 찡한 편지를 읽을 때도 울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눈물 신이 많았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려야 했거든요. 하도 울다 보니 나중에는 슬픈 감정은 드는데 눈에서 눈물이 안 나와서 고생 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서보니 제 눈이 퀭한 것이 섬뜩할 만큼 무섭더라구요.”


다음작품은 망가지는 코미디

톡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한 모습이지만 체력도 대단하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나 감독들이 인정하는 부분. 100m를 17초에 주파해 중ㆍ고 시절에는 계주 선수로 활약했다. 늘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공주는 절대 아닌 것. 촬영이 없는 날에는 조깅과 등산을 즐긴다.

하지만 이것도 “요즈음에는 너무 바빠 좀체 하지 못한다”고. 잠시 짬이 나면 부족한 잠을 자거나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손예진은 영화 ‘클래식’을 끝내자 마자 다음 작품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에 합류했다. “인물이 망가져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웃기는 코미디라면 언제든지 도전하겠다”던 그녀의 바램처럼 드디어 코믹물에 출연하는 것.

‘클래식’에서 ‘머리 들이밀기 댄스’라는 황당한 춤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던 손예진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자못 기대 된다.


5학년때 첫사랑… 사랑은 똑부러져야

“사랑의 시작은 운명이겠지만, 지켜가는 것은 노력이겠죠.”

어린 사슴 같은 고전적 청순함을 지닌 배우 손예진. 그녀의 이미지는 한 마디로 학창시절 풋풋한 첫 사랑의 이미지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첫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이 한 눈에 반한 여인 ‘소운’ 역으로 스크린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연애 소설’과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련한 첫 사랑의 대상으로 출연했다. 다음 작품은 제목부터 ‘첫사랑’을 내건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다.

그렇다면 손예진의 실제 첫 사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또래 남자 아이를 좋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 심각하게 누군가를 사귀어 본 경험이 없어 아쉽다고 한다.

손예진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클래식’에서 우연으로 시작돼 운명이 되는 가슴 시린 사랑 연기를 펼쳤다.

손예진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는 건 분명 운명의 힘이겠지만, 그 사랑을 키우는 데에는 서로의 행동과 태도, 주변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처럼 약혼자의 남자 친구와 안타까운 삼각 연애를 펼치는 데 대해선 “마음이 가는 데로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손예진은 “우왕좌왕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없이 여려보이지만 강단 있는 성격처럼, 사랑에 대한 생각도 야무지다.


  • 프로필
  • 생년월일: 1982년 1월 11일 키: 165cm 몸무게: 45kg

    취미: 음악감상, 영화감상, 독서 특기: 수영

    이상형: 이해심 많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남자

    좋아하는 음식: 떡볶이, 한식류 주량: 소주 반병 학력: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00학번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2/20 10:28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