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스무치 죽이기'

방송계의 음모… 그 바닥이 다 그런가?

로빈 윌리엄스의 '스무치 죽이기'(12세·워너)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감독 데니 드 비토, 주연 배우 로빈 윌리엄스와 에드워드 노튼의 필모그라피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땅딸막한 대머리 배우 테니 드 비토를 외모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실례다. 배우답지 못한 외모로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를 오가는 성격파 배우로 이름을 얻고있는 것 못지 않게 제작자와 감독으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기살기의 부부싸움을 그린 '장미의 전쟁', 미국 트럭 노조 지도자의 삶을 그린 '호파', 어린이용 영화 '마틸다'의 제작자 및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주니어' '트윈스' '로맨싱 스톤' 'L.A. 컨피덴셀' '화성침공' '겟 쇼티'가 꼽히며, 제작 참여작으로는 '펄프픽션' '필링 미네소타'가 있다.

로빈 윌리엄스는 빠른 대사와 성대모사에 능한 미국 최고의 희극배우다 '뽀빠이'로 데뷔하여 '굿모닝 베트남'의 DJ,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딩 선생님,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여장 유모, '굿 월 헌팅'의 이해심 많은 교수, '패치 아담스'의 인자한 의사, '바이센테니얼 맨'의 로봇인간 등 긍정적인 인물을 연기해왔다.

헌데 2002년 들어 '인섬니아' '스토커', 그리고 '스무치 죽이기'로 악역에 도전하고 있다. 웃음이 떠나지 않던 선한 얼굴에서 어두운 내면에 빠진 삐뚤어진 인간으로의 변화가 한 인물의 연기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에드워드 노튼은 노련한 변호사를 감쪽같이 속이는 범죄자로 분한 '프라이멀 피어'로 단숨에 헐리우드의 이목을 끌었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 유' ''래리 플린트' '라운더스' 키핑 더 페이프' '스코어' '레드 드래곤'의 성실한 보통 사람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스킨 헤드족으로 분한 '아메리칸 히스토리 X' 는 '프라이멀 피어'의 충격을 잇는 냉정한 연기였다.

'프라이멀 피어'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노튼은 '-X'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스무치 죽이기'는 이처럼 내로라하는 연기자 세 명이 함께 한 블랙코미디다. 어린이 프로의 인기 스타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과 상업화, 악용을 둘러싼 음모가 주된 줄거리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조연들이 사건을 복잡하게 얽는다.

어린이 방송국이 주 배경이어서 무대 장치와 의상은 원색의 알록달록 함으로 채색된다.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의 반 정도를 에드워드 노튼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또 한 스태프의 명단이 오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노튼과 윌리엄스, 그리고 여주인공 노라로 분한 캐서린 키너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등, 배우들 노력이 적지 않다.

그러나 메시지를 전하는 치밀한 영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에 너무 치중한 탓이 아닌가 싶다. 인기방송 프로를 둘러싼 음모에 깊이를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린이 대상 전문 방송국 키드 넷의 인기 캐릭터 레인보우 랜돌프로 분한 랜드(로빈 윌리엄스)가 자신의 아이를 출연시켜달라는 부모로부터 거액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FBI의 함정수사였고, 랜디는 하루 아침에 추락한다. 개발 부사장 노라(캐서린 키너)는 자선 공연중인 젊은 배우 쉘든 몹스(에드워드 노튼0을 발탁해 스무치 캐릭터로 성공을 거둔다. 셀든은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반대하여 매니저(데비 드 비토)를 고용하나, 매니저는 오히려 검은 손과 결탁한다.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는 랜디까지 가세하여, 쉘든 역시 나치 추종자로 오인되어 구속된다. DVD에는 감독 인터뷰와 영화 제작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2/20 15:3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