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지방대학] 학과 특성화·실무형 교육이 돌파구다

전문인력 집중양성으로 취업률 높이고 학교 경쟁력 키워

지방대학 위기시대다. 대학마다 무더기 미달 등록사태가 벌어지면서 존폐 위기에 몰려 있는 지방대학들은 자구책 마련에 몸부림친다. 학과를 특성화해 수도권 학생들이 몰려들게 만드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해외로 시야를 넓혀 경쟁력을 키우는 대학도 있다.

경북 포항 한동대학은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는 목표로 박사과정을 개설하지 않고 ‘실무형 인재 교육’에 매달려 왔다. 지방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률 저조에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주기 위해 복수전공을 의무화 했고, 수업은 철저히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했다. 이러한 선택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그 동안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 학생들에게는 입사원서 제출조차 막는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가운데 이 학교는 올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무더기로 입사하는 개가를 올렸다.


수요자중심 교육으로 인재 배출

특히 전산전자과학부는 졸업예정자 51명 가운데 삼성전자 20명, LG전자에 11명이 입사했다. 21명이 졸업하는 기계제어시스템학부는 삼성전자에 4명, LG전자에 2명이 입사한다. LG전자에 입사한 김영찬(25ㆍ경영경제학부)는 “요즘 대기업에서는 캠퍼스 리크루팅을 하기 때문에 학교와의 연관성이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그 동안 지방 사업장이 많은 기업들이 현지 채용을 하려 해도 우수한 지방 인재가 적어 고민이었는데, 대학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 인재를 늘러 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영남대학의 국제통상학부는 30여 년 전통의 무역학과와 경제학과를 통합한 학부로, 97년부터 ‘중점육성학과’로 지정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산업자원부 지원 무역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TI(Trade Incubator) 사업기관으로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2001년)됐고, 이 사업단의 1기 수료생인 27명 중 교환학생 및 해외연수 중인 학생 13명을 제외한 14명 전원이 100% 취업하는 결실을 거뒀다.

이번 졸업생 가운데 2명은 경쟁률 200대 1을 뚫고 산자부에서 지원하는 ‘청년무역인 양성프로그램’에 선발돼 현재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벨기에 무역관과 현대종합상사 필리핀 지사에 근무 중이다. 이 외에도 금융결제원, LG마이크론, 대구은행, 한미약품 등 대기업에 전원 들어갔다.

경북 경산 경일대는 사진영상학과로 지방대의 설움을 씻고 이 분야에서 전국적인 명문으로 올라섰다. 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의 80%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출신. 입학 경쟁률도 평균 5:1에 달한다.

88년 개교 이래 14년 만에 18명의 전임 교원을 배출했고,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사에 입사하한 졸업생이 무려 250여 명이나 된다.

이 학과가 이처럼 발군의 성과를 보이는 데에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반영하는 발 빠른 교과목의 개설 때문. 이번 학기에는 ‘홈페이지 제작’ ‘멀티미디어 실습’ 등 디지털과 정보계열 수업이 대폭 강화했다.

최근 언론사의 신입사원 선발이 줄어들자 인터넷 쇼핑몰과 뮤직비디오 제작업체 등 새로운 분야 진출에 눈을 돌린 까닭이다. 이용환 교수는 “매년 두 세 차례 졸업생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다. 실무에서 부족한 점을 빨리 파악해 개선하는 시스템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의 직업에 발빠르게 대처

전주 기전여대는 올해 애견학과, 여성공무원 양성과, 치위생과, 플라워아트과, 골프산업과, 문화전통규수과, 어린이컴퓨터교육과 등 7개 전공학과를 신설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신세대의 눈높이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대부분의 전문대가 무더기 미달 사태로 고전했지만, 이 학교는 1,500명 정원에 2,200여명이 몰리는 인기를 누렸다. 기전여대 서정숙 학사지원처장은 “대학도 살아 남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신세대의 취향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2/25 16:55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