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가 학교에 가는데요…"

초등학교 입학 자녀 둔 학부모들 설렘 반 불안 반

“와, 우리 학교 정말 크다.” 지난 주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있던 날, 널찍한 학교 운동장을 몰려다니며 좋아라 떠드는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정보를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다.

자식 문제, 특히 자녀 교육 문제라면 만사 제쳐두는 우리 학부모들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부모로서 맨 처음 치르게 되는 중대사다. 대부분 어린이들이 이미 유치원, 학원 등을 통해 집단 생활과 사회 적응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공교육과의 첫 대면이란 점에서 부모들이 갖는 심리적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학교는 즐거운 곳, 호기심 주어야

자녀의 첫 학교 생활이 염려스럽다보니 지나치게 긴장하는 부모도 있다. 특히 첫 자녀의 경우엔 심하다. 이런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너 선생님께 다 일러 줄 거야”, “이렇게 공부 안 하면 학교 못 다닌다”, “학교 가서도 이런 식으로 하면 선생님께 혼나” 등의 말은 흔히 하는 꾸지람이지만 입학을 앞 둔 아이에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소아 정신과 심현태 박사는 “입학 후 한동안 야뇨증, 수면 장애, 손가락 빨기, 구토나 복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는 퇴행 현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며 “이는 부모가 학교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주거나 간섭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일일이 간섭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우호적인 조언자’의 입장에서 학교 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 학교를 찬찬히 둘러보며 앞으로 그곳에서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앞서 경험한 학부모들은 조언한다.


준비된 학생이 앞서 간다?

올해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채미경씨(33)는 “우리 아이는 한글은 거의 완벽하게 읽고 쓰는 수준이고, 수학은 지금 곱셈을 배우고 있어요.”라며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해요. 잘하고 못하고는 결국 상대적인 것이니까 다른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더라구요.”라고 말한다.

교육 관계자들은 “1~10까지의 수 개념과 한자리 셈, 국어에 관한 기초 지식만 갖추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부모들은 아무도 없다. 입학 후 한달 여 동안은 ‘우리들은 1학년’이란 교과서 한 권으로 기초질서와 생활에 대한 공부를 이야기식으로 진행하게 되지만, 곧바로 알림장 쓰기와 셈하기에 들어가게 되며 교사에 따라서는 받아쓰기와 독후감 쓰기를 실시하기도 한다.

경력 18년차인 박은미(42)교사는 “80% 이상이 한글을 거의 익히고 와요. 수학도 두 자리 수까지 계산 할 수 있는 아이도 많더군요.” 라고 말해 선행학습이란 비정상적인 풍토가 이미 보편화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선행학습의 병폐 역시 만만찮다. 일시적으로는 두각을 나타내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수업에 흥미를 잃게 만들고 이는 자칫 주의 산만으로 연결되기 쉽다.

“입학 전이나 방학을 이용해 한 학기 과정 정도를 대강 예습 한 후 학기 중엔 학교 진도에 맞춰 아이가 원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복습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더라”고 선배 학부모 김인숙씨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밝힌다.


기본 건강 및 생활 습관도 점검해야

소아과 전문의 박성희 원장은 “교과 준비에 비해 건강이나 생활 태도에 대한 준비에는 의외로 소홀한 부모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만 4~6세에 시행하는 MMR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치과 검진을 통해 유치에서 영구치로의 전환 상태 및 충치 여부와 시력, 청력 검사도 실시할 것을 권했다.

칠판을 이용한 학습에 생소한 1학년생들은 시력이 나빠져 글이 잘 안보이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흔하므로 부모가 미리 살펴 주어야 한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 중 하나가 집중력이다. 3~40분 단위로 진행되는 수업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최소 20분 이상은 집중하는 습관을 키워 주어야 한다. 정도가 심할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라 부르며 전문가들은 약물과 상담치료를 권하기도 하지만, 선배 학부모들은 “일단 좀 더 지켜 볼 일” 이라고 말한다.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2,3학년이 되어서야 수업 태도가 차분하고 진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학 준비 체크리스트
   

필수건강 확인하기  

1. 시력은 어느 정도이고 색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가 2. 치료하거나 뽑아야 할 이는 없는가 3. 축농증을 앓거나 코피를 자주 흘리지 않는가 4.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걷고 뛰는데 이상이 없는가

바른 생활 습관 갖추기

1. 등교시간 1시간 전에는 일어나는가 2.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밤 10시전에 잠을 자는가 3. 집이 아닌 곳에서 대소변을 지장 없이 가리는가 4. 혼자서 자기 물건을 잘 챙기는가 5. 낯선 사람을 대하는 요령을 알고 있는가 6. 간단한 지시 사항을 잘 이해하는가 7. 가족과 떨어지는데 익숙해졌는가

학용품

1. 가방은 가볍고 질기며 등에 맬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한다. 2. 필통은 소리가 요란한 철제 필통류는 삼간다 3. 연필과 색연필은 심이 무른 것으로 준비한다 4. 크레파스는 대부분 24색정도가 무난하다. 5. 공책, 리듬악기, 모양자 등 기타 학용품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 구입 하도록 한다.

기타

1. 횡단보도를 혼자 잘 건널 수 있는가 2. 가까운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가 3. 비상시 연락할 가족의 전화번호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가

 

황순혜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2/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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