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노통장' 김상태

4년 무명설움 털고, 인기 대박 행진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 성공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됐을때 많은 이들은 그 쉽지 않았던 인생 역정에,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난 성공에 박수를 보냈다.

그 감동이 채 식기도 전인 2003년 1월,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빚어졌다. 노무현 당선자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그 특유의 말투인 "맞습니다. 맞고요."를 히트시긴 '노통장' 김상태(31). 그가 또 다른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남다른 역할, "꿈만 같아요"

불과 두달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무명이었던 개그맨 김상태. 1999년 KBS 14기 공채로 시작해 거의 4년 동안 무명의 서러움을 견디어낸 그였기에 지금의 성공이 남다른 터인데 "꿈만 같죠. 하지만 제가 잘나서 얻은 인기는 아니라고 봐요. 노무현 당선자님의 은공이 크죠."(웃음)

그가 노무현 당선자를 연기 소재로 눈여겨 본 것은 대선 전이었다고 했다. 청렴하면서도 푸근하고, 서민적인, 거기에 젊은 층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새로운 모습의 정치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흉내내기로 결심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다.

또한 TV에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물이니 만큼 그 성공 여부도 불투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모험은 단 한번의 방송만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통장'김상태 이름 석자를 각인시킬 만큼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결국은 저 김상태 개인에 대한 인기라기보단 노 당선자님의 인기라고 생각해요."

폭발적인 인기에 따른 해프닝일까? '노통장'의 인기가 치솟아감에 따라 타 방송사에서 다른 개그맨이 노무현 당선자를 성대모사하면서 "누가 더 똑같은가" "누가 원조인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에 대한 그의 감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똑같은 면으로 보자면 그 개그맨이 더 똑같을 수 있어요. 일단 노 당선자님과 같은 경상도 사람이고, 높은 톤의 목소리인 저하고 달리 목소리 톤 자체가 낮아서 노 당선자님과 더 흡사할수 있죠. 하지만 저와 그 개그맨은 달라요. 그 개그맨은 성대모사를 전문적으로 해왔고, 전 성대모사가 아니라 시추에이션에 따른 코미디 연기를 하는 개그맨이라는 거죠. 제가 하는건 노당선자님의 성대모사가 아니라 노당선자님의 이미지를 녹인 노통장으로서의 개그죠. 방향이 서로 다른 만큼 비교는 사절합니다."

성대모사가 전문분야가 아니었던 만큼 노통장을 연기하기란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도 일과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TV를 보면서 노 당선자의 모습을 모니터 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서 예전의 동영상들을 찾아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바람잡이 역할, 속눈물 많이 흘려

요즘 그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연기 스케줄 뜨기 전이나 뜨고 난후나 변한 것은 없지만 밀려오는 인터뷰 요청이나 각종 출연 요청 등에 몸살을 앓을 정도라고 한다.

"뜨고 나니까 정말 많은게 달라지더군요. 많은 분들이 알아주는 건 물론이고 일단 경게적인 면에서 차이나 나던데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출연료도 올려주신다고 하고(웃음). 얼마전엔 라디오 CM도 녹음했고, 지면 광고도 했습니다. 이젠 TV CF만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무명 세월이 길었던 만큼 지금의 인기에 함께 기뻐해 주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오랜 기간 아들의눈물을 말없이 지켜보셔야만 했던 부모님은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한턱 내느라고 정신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한턱 쏘시고 영수증만 제출하세요'라고."(웃음)

또 갑작스런 인기에 동료들이 시샘도 할만한데 모두 하나같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모습을 보며 "헛살지는 않았구나. 내가 이렇게 복 받고 있는 사람이었구나"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무명의 고난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만 유난히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요. 뭐, 물론 출연했던 코너가 없어지고 동료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할때 바람잡이 역할이나 성우 역할만 할땐 혼자서 눈물도 많이 삼켰어요."

특히 작년에 3개월간 배역 하나 없이 무대 아래에서 바람잡이 노릇만 할 때 "정말 포기해야 한, 난 안되는 건가"하면서 많이 고민도 했다고 했다.

그때 선배 개그맨 유재석이 해 준 말을 잊을 수 없다고. "재석이 형님이 그러더라구요. '야 난 뜨는데 9년 걸렸어. 힘들어도 다른 생각말고 꾸준히 같은 생각만 해. 그럼 할 수 있어." 그래서 저도 그만큼은 견뎌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결실을 보게 된거에요."(웃음)

아주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서서 '까부는 포즈'나 '헐크' 흉내로 웃기기를 좋아했다던, 자신은 천상 개그맨일 수 밖에 없다는 그에게는 닯고 싶은 선배가 있다.

"이홍렬 선배님 같은 개그맨이 되는게 제 목표에요. 늘 공부하는 자세로 꾸준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그런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뜨고 나니 변했다"란 말만큼은 죽어도 듣기 싫다는 개그맨 김상태. 인기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한결같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펼쳐나가겠다는 그의 공약이 지켜지길 기대해본다.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어요"

'노통장' 김상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TV 토크쇼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 인연으로 2월25일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받았다는 그에게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게 가지는 기대를 들어보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 가려진 곳에 있는 이들이 햇빛을 볼 수 있는 정책들을 펼쳐 나가주시길, 서민들의 희망이 되는 정치를 펼쳐주시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입력시간 2003/02/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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