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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여행] 로커스트

하늘색으로 채색한 젊음의 희망

1980년 7월 31일 장충체육관에 마련된 TBC '제3회 젊은이의 가요제' 가설무대. 당시는 77년에 태동한 MBC 대학가요제의 영향으로 젊은 아마추어 음악인들을 겨냥한 가요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가요제 열풍시대엿다. 해변가요제를 모태로 한 TBC 젊은이의 가요제는 MBC 대학가요제에 대항하기 위한 대학생 가요제였다.

흔지 않은 5인조 대학생 혼성 록그룹 로커스트(사철 메뚜기)는 이날 무대의 슈퍼스타였다. 프로를 능가하는 감각적 연주에 가창상까지 거머쥔 여성 보컬 김태민의 다이나믹한 보컬은 참가 17팀중 단연 발군이었다.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이 대상은 물론 가창상까지 휩쓴 것은 당연할 결과였다.

'하늘색 꿈'은 79년 2회 대회때 우수상을 받은 라이너스의 '연'등과 더불어 대학가요의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공전의 히트 곡 중 하나였다. 한바탕 젊은 몸짓으로 희망에 찬 메시지를 담은 '하늘색 꿈'은 광주사태로 얼룩 진 젊은이들의 어두운 마음에 꿈을 제공했다.

이 곡은 97년 12월. 당시 여고생이었던 인기 댄스 가수 박지윤에 의해 랩을 가미한 신세대풍으로 리메이크돼 가요차트 상위에 랭크되는 생명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로커스트는 80년 초 연·고대에 재학중인 친구사이 남자대학생 4명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다. 결성 당시의 라인업은 고려대 건축과 (2학년)에 함께 다니던 베이스기타 이성의와 오르간 김성배, 연세대 전기과 2학년인 드럼 김기태, 그리고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인 리드 기타 한태준이었다.

그 해 6월, 한태준의 여동생 친구였던 덕성여대 비서학과 신입생 김태민이 가입하면서 5인조로 변신했다. 2기 라인업을 마친 로커스트는 일반무대보다는 숙명여대, 중앙대, 덕성여대, 경기대 등 서울시내 대학 축제의 단골손님으로 출연하면서 대학가의 스타급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김태민은 노래실력뿐 아니라 통통하고 귀여운 용모로 또래의 사랑을 받았다. 통통한 그녀의 외모 때문에 로커스트는 대학가에서 '통닭의 인생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어졌다. 독특한 그룹명에 대해서는 "메뚜기는 한철이라는 게 싫어 사철 메뚜기라 지었다. 메뚜기 한 마리는 약하지만 펄벅의 '대지'에 니오는 메뚜기 떼의 힘은 무섭지 않는가. 우리는 헤어지면 약하고 뭉치면 강하다는 논리의 음악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의 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로커스트는 대학축제무대에서 20만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 특별 대접을 받았다. 이따금 이뤄진 방송출연료를 모아 새로 악기를 장만하고 신촌에 7편 규모의 건물 지하실을 월 80만원에 빌려 연습장으로 삼았다.

'하늘색 꿈'이 빅히트의 조짐을 보이자 프로무대의 유혹이 거세졌다. 하지만 이들은 인기와 돈을 노리는 상업적인 활동보다는 "팀해체 이전에 기념음반을 한장 내보자"는 소탈함을 보였다. 평범한 여타 대학 록 그룹들과는 달리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했던 이들의 비범함을 인정한 대성음향에서 음반제작 제의를 해왔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주관했던 신흥 레코드사 대성음향은 인기보다는 음악성 높은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음반을 주로 발매해 가요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이다.

히트곡 '하늘색 꿈'을 빼고, '내가 말했잖아' '바람' '밤길'등 10여곡의 창작곡을 담은 <로커스트/내가 말했잖아-대성.1981년>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대학생 특유이 순수함과 실험정신이 담긴 이 음반은 젊은 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가요계의 주목을 끌었다.

사실 '내가 말했잖아'는 여고생 3학년생이 작사 작곡했던 평범한 통기타곡 이었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들은 멤버들이 자신들의 개성에 맞추어 상큼한 록 사운드로 편곡해 부른 것이었다. 발랄한 리듬 감각이 돋보이는 보컬 김태민의 맑고 감정이 풍부한 다이나믹한 음색과 강한 비트의 신선한 연주력은 "기성 그룹에서 볼 수 없는 폭발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상권으로 발돋움할 기미를 보였다.

제작자로 5곡을 제공했던 김창완은 "젊은이다운 강한 비트와 다이나믹한 톤. 그러면선도 대학생답게 지적으로 정리된 음악성에다 싱어 김태민의 재치 넘치는 노래 표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로커스트에겐 유일한 이 독집 음반은 23년이 지난 지금도 가요 마니아들이 탐내는 한국 록의 필수 소장음반으로 대접받고 있다.

로커스트는 결성 당시의 약속대로 본격적인 상업음악활동을 하지 않았다. 독집음반에 들어있는 5분32초 분량의 긴 곡 '밤길'은 이들이 추구했던 음악을 잘 보여주는 명곡이다. 순수한 대학생들의 노래 축제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대학가요제가 점차 직업가수로의 등용문으로 전략해 버린 지금, 돈과 인기를 보장받을 만큼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지녔음에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미련 없이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간 로커스트 멤버들의 순수한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의 음악이 단 한 장으 음반으로 그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대학가요제의 순수함을 지킨 대학사회의 표상이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2003/02/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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