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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정권교체가 아니더라도 새 정권의 출범시 갓 취임한 대통령과 언론과의 관계가 주목을 끄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새 정권의 앞날이나 정책 구현 가능성 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의 하나로 언론과의 관계가 거론된다.

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 매체의 등장으로 언론 환경이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지만 언론계에서 불문율로 통하는 권력과의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은 여전히 통용된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너무 멀어져서도 안되는 운명적인 관계를 대변하는데, 그만큼 미묘한 관계다.

그러나 언론의 본령이자 책임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을 생각하면 둘 사이를 긴장관계로 보는 게 옳다. 정권 교체기일수록 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더욱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을 언론 스스로 깨는 시기가 있다. 새 대통령 취임 후 몇 개월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이념과 정책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이 시기에 언론이 딴지를 건다면 국민의 선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간을 ‘허니문’(정치적 밀월기간)이라고 부르고, 새 정권은 언론의 전폭적인 도움아래 전 정권의 잘못을 고치고 국정 과제를 새로 세우고, 개혁을 추진한다.

미국에서 허니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통령으로 최근 92회 생일을 맞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꼽힌다. 전 세계에 보수 물결을 몰고 온 그는 1981년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을 기조로 한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밀어붙였다. 세금을 줄여 개인과 기업이 돈을 많이 쓰게 함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국가 부채만 배로 늘리는(레이건 정부의 예산정책 담당자 데이비드 스톡먼) 것으로 끝났지만 언론의 전폭 지원이 없었다면 ‘레이거노믹스’란 용어조차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갓 출범한 노무현 정권에게도 앞으로 몇 개월이 레임덕없이 ‘참여정부’의 국정이념을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장 좋은 기회다. 희망에 부푼 여론과 언론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각 분야에서 허니문을 누리긴 힘들 것 같다. 취임식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대구지하철 참사로 어두운 분위기속에 치러졌고, 대북송금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제 도입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3대 재벌 SK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 수색과 최태원 회장의 구속을 ‘재벌 길들이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현대그룹의 대북불법 송금 문제는 덮어주면서 자신들에게는 ‘수사의 칼’을 겨누는 검찰과 그 배후에 대해 벌써부터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대구지하철 참사의 수습 단계에서 사고 기관사 등 관련자 10여명이 구속됐지만 정작 이 사건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고위인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탓할 계제는 못된다. ‘적극적 범의(犯意)’를 지닌 대북불법송금 문제가 사법처리는커녕 진상규명조차 흐지부지되는 마당에 누가 직접 책임도 없는 지하철 방화사건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겠는가?

노 대통령은‘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The Keys to a Successful Presidency)’이란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선이후 취임 때까지 56일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으로 정권인수와 참모진 인선, 조각, 국정의제 설정, 국가ㆍ국민 안보 확보, 국회ㆍ국민 설득 등을 꼽고 있다.

노 대통령도 정권인수위를 구성해 DJ정권으로부터 정책과 부채를 인수하고, 국정의제를 개발하고, 함께 일할 참모들을 뽑았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참사와 대북송금 문제에서 보듯 국가ㆍ국민 안보 분야에서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주지는 못한 듯하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의 경제ㆍ사회적 인프라를 질적으로 개선하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언론과의 불필요한 긴장관계 조성도 불안감을 안겨준다.

문제는 정권 초창기에 흔히 나타나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독선때문이 아닐까? 힘든 대선에서 승리한 뒤 앞으로는 어떤 일도 어려울 것이 없다고 여기는 자신감은 곧잘 여론을 무시하게 된다. 여론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지만 당분간은 언론매체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취임식을 앞두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고언(苦言) 중에서 가슴에 남는 게 있다. “등산에 비유하면 노 대통령은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어떻게 내려갈지 고민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말이었다. 노 대통령마저 추락하면 국민은 더욱 불행하게 된다.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3/03/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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