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삼각지 ‘명화원’

“탕수육 맛이 끝내줘요”

명화원은 삼각지 모퉁이에 있는 작은 중국집이다. 여타 중국집처럼 화려한 간판을 달고 있지도 않다. 흰색 바탕의 소박한 간판을 달고 있을 뿐이다. 간판에 쓰인 글자가 한자여서 중국집이라는 사실을 어림짐작할 뿐 초행인 이들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내부 역시 깔끔하고 세련된 대형음식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준다. 테이블이 7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고, 테이블과 의자의 디자인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동네의 조그만 분식집 내부를 떠올리면 상상이 될 듯.

이 곳에는 음식을 주문하는 용지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주방 앞 냉장고에 주문 내용을 수성펜으로 적어놓는 별난 장면을 볼 수 있다. 냉장고가 주문 용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이런 행색에도 불구하고 식사 시간이면 매번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변을 배회하며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업시간도 점심시간에 맞춰 몇 시간 열었다가 3시부터 두 세시간을 쉰 후 저녁시간에 맞춰 다시 문을 여는 식이다. 그나마 영업을 마무리하는 시간도 그 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언뜻 보기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이 집이 마니아들을 거느릴 정도로 인정받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다. 맛 때문이다.

어느 나라 음식이든 그 나라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제 맛을 내는 법. 명화원은 주방장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화교다. 이들이 손님과 주고받는 대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화를 중국어로 나누는 탓에 이 집에 가면 중국여행 중 어느 식당에 들른 듯한 착각이 든다.

이 곳의 인기 메뉴는 탕수육, 만두, 짬뽕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하나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 세 가지를 묶어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우선 삼총사 중 첫째인 탕수육은 명화원 마니아들이 이 집을 맛집으로 손꼽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메뉴.

다른 곳과 비교해보면 역시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그 차이는 바로 탕수육에 들어가는 고기 튀김에 있다. 요즘 웬만한 중국집에서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기 튀김을 사다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인지 어느 집을 가도 맛이 고만고만하다. 그렇지만 명화원에서는 고기 튀김을 직접 만든다.

비계가 살짝 섞인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부드러운 튀김옷을 입혀 내놓는데 고기는 부드럽고 튀김옷은 적당하게 바삭바삭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고기 튀김과 한 팀을 이룬 탕수소스 역시 훌륭한 맛을 품고 있다. 소스를 묻힌 고기 튀김을 먹으면 입안 가득 달콤한 맛과 향이 퍼진다.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 적당히 달콤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집 탕수육은 맛뿐만 아니라 양도 만족할 만하다. 탕수육만 먹는다면 문제가 좀 있겠지만 원래 자장면이나 짬뽕에 곁들여 먹는 탕수육의 특성상 서넛이 먹기에도 그리 부족함이 없다.

다음으로 둘째인 만두. 군만두, 물만두 2종류를 파는데 이 만두 맛 또한 기가 막히다. 탕수육처럼 직접 빚어서 팔기 때문이다. 도매로 넘겨받아 오는 싸구려 만두가 아니기에 그 맛은 더욱 돋보인다. 군만두의 경우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만두속도 알차고 맛이 좋다.

마지막으로 명화원 삼총사의 막내인 짬뽕은 해물을 넣고 우려낸 얼큰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넉넉한 면발에 뜨거운 국물을 한 숨 들이키면 뱃속이 든든해진다. 이 때 이과두주를 한 잔 곁들이면 얼큰한 짬뽕국물의 진가가 더욱 드러난다.


▲ 메뉴- 탕수육 13,000원, 만두 3,500원, 짬뽕 3,500원, 자장면 3,000원, 볶음밥 4,000원, 깐풍기 18,000원. 이과두주 3,000원.


▲ 찾아가는 길- 4호선, 6호선 삼각지역 11번 출구에서 30여㎙ 거리에 위치. 근처에 삼각지 파출소가 있다. 02-792-2969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9시 (단, 오후 3시~오후 5시 30분까지는 휴식시간), 매주 일요일은 휴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3/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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