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Sex Good Life] 약물남용과 발기부전

젊었을 때에는 약이라고는 모르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이런 저런 이유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런 생각 없이 복용한 이런 저런 약물들이 자칫하면 발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발기 부전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네 명 중 한 명은 여러 가지 다른 질환으로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다가 생긴 발기 부전 환자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발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의 종류는 매우 많다.

먼저 여러 종류의 수면제와 최음제,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물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약물들은 혈중 내의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의 수치를 증가시키는데 우리 몸에서 프로락틴이 증가하면 성욕이 감퇴되고 발기부전이 유발된다.

이와 비슷한 기전으로 혈중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를 감소시키는 모든 약물들도 발기 부전을 일으킨다. 여기에 속하는 약물들로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estrogen), 심장약 디곡신(digoxin) 및 안티안드론젠(antiandrogen)인 사이프로테론 (cyproterone) 등이 있다.

또한 고혈압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거의 대부분의 약물들이 어느 정도의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아자이드 계통의 이뇨제(thiazide diuretics)들은 다른 약물에 비해 두 배에서 여섯 배까지 발기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추신경계의 알파교감신경 차단효과로 혈압을 낮추는 약물들인 알파 메칠도파(a-methyldopa), 클로니딘(clonidine)과 같은 약물들도 발기 부전의 원인이 된다.

또 베타 교감신경계 차단 약물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복용한 환자들의 10~15% 정도가 발기부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증세로 병원을 찾은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약물처방과 함께 성기능 감퇴의 부작용이 있다는 경고를 의사로부터 받은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앞서 말한 약물들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성기 발기에 장애를 주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여러 종류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도 노후에 즐거운 성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이 건강하면 성생활도 즐겁고 오래가기 마련이다.

대구 가톨릭의대 박재신

입력시간 2003/03/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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