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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웃음만한 보약 있나?


■ 왜 사냐면, 웃지요
김열규 지음/궁리 펴냄

장마가 졌다. 정승집인데도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샜다. 방바닥에 강물이 흘렀다. “아이구, 저 가난뱅이. 저 꼴이 정승이라니?”마누라가 악을 썼다. “아유! 배만 있으면 강을 건너 저 마누라 혼을 내겠는데!”(38쪽)

노총각 독장수가 있었다. 어느 날 언덕에서 잠시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단잠을 깨는 데 물건이 무명바지를 뚫을 듯이 곧추서 있었다. 다급한 김에 손장난을 했다. 이내 절정이 찾아왔고, 내친 김에 가랑이를 쭉 뻗었다. 꽈당! 독이 지게에서 구르면서 박살이 났다. 기분 좋아서 뻗은 다리가 지게다리를 박찰 줄이야! 독장수 총각 왈 “제기랄! 그것도 오입이라고 돈 드네.”(145쪽)

‘왜 사냐면, 웃지요’는 웃음 빈혈에 걸린 요즘 한국인들에게 보약 같은 책이다.그냥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웃음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80살 노인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밥 먹는 데 6년, 사람을 기다리는 데 6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웃는 데 보낸 시간은 고작 22시간3분.

지은이는 “짧은 인생, 웃으면서 살자”라며 책 한권 가득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했겠다. 그러면 잘 웃는 인생은 삶의 때깔이 고운 법”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풍자, 야유, 조롱, 음담 등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는 데 단순히 한국인의 웃음과 관련이 있는 사례들을 싣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감춰진 심미적 세계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한국 문화에서 웃음이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가를 민담, 소설, 사설시조, 탈춤, 풍속화, 판소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가 국문학과 민속학을 두루 섭렵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책 제목은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문장인 ‘왜 사냐건 웃지요’에서 땄다.

입력시간 2003/03/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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