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SK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SK수사 내용을)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이를 보는 순간 제일 먼저 ‘어이쿠! 보도에서 재벌 길들이기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예 그것이 사실인 듯 한 보도도 있었다… 정치적 의도로 또는 기획에 의해 개혁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공하지 못한다… 나는 정말 이런 것을 기획해서 본때를 보여주는 식으로 개혁할 생각이 전혀 없다.”(2월22일 노무현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22일,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검찰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검찰이 새 정부의 기류를 고려해 수사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며 “ ‘할까요 말까요’식의 윗 눈치를 보기 보다는 법과 소신에 따라 평상시처럼 그냥 일상적 수사를 하면 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혀 검찰의 재벌 수사에 관여할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최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한꺼번에 몰아 닥치고 있는 검찰ㆍ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정 삼각파도’의 배후를 가늠하면서 초 긴장 상태다.

특히 노 정권 출범 이후 4대 대기업들에 대한 내부자 거래 조사 등 사정 기관들의 공세와 그 여파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를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 악재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우려하지만 노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단단하다.

노 대통령은 “정말 (SK수사 때문에) 경제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지 안 되는지를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한번 설문조사 해 봤으면 좋겠다”며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 때문에 위축되는가 물어보자. 뭐 탈세한 사람이면 몰라도…”라고 목소리 톤을 높인다.

그는 경제가 원칙대로 될수록 중소기업이나 시장에서 힘이 약한 사람들이 유리해 지며 거래의 상대방이나 주주들도 더욱 안전해 지는 것으로 “투명하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원칙론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수사 자체가 통상 정권 초기 벌어져온 ‘재벌 길들이’식 엄포용과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내세운다. 정권 출범과 함께 재벌 개혁에 대한 그의 첫 실험은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 것이며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사뭇 주목된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2003/03/03 10:34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