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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성공’에 사로잡힌 한국, 한국인

세대별 관념 '섹스' 다르고 '성공'선 일치

2001년 5월 유니세프에서 실시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청소년 설문 조사’의 결과는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말해 준다. 중국 호주 필리핀 등 1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한국의 청소년들이 어른이나 권위적 체제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의 20%는 어른들을 전혀 존경하고 있지 않으며, 52%는 이른바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성의 혁명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일고 있는 변혁의 물결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선정적인 뉴스 정도를 못 벗어나, 그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변동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에는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그 같은 문제점에 답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그 본질적 코드는 ‘섹스와 성공’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대학원에서 발표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심리적 세대 집단의 권위주의적 성향 비교’와, 같은 학교 발달 심리학 연구실에서 내놓은 ‘한국 사회의 세대 집단과 라이프 스타일 연구’는 급변한 세대와 그들의 현재를 심리학적 수준에서 연구한 첫 성과물이다. 세대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세대를 생물학적 나이라는 기준 아래서 이뤄졌었다.


세대구분, 나이에서 심리적 잣대로

먼저, ‘당신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이성과 함께 살수 있겠는가?’는 질문에 20대의 63%가, 30대의 59%가 찬성했다. 반면 40대는 24%가, 50대는 10%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당신은 모름지기 사람이란 결혼할 나이가 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20대는 38%가, 30대는 36%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가지 더, 그렇다면 당신은 일단 결혼 한 후에는 무슨 일이 생겨도 참고 살아야 한다고 보는가? 40대의 42%와 50대의 56%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답한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23%와 3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국의 성인 남녀 821명을 대상으로 벌였던 조사 결과다. 급속히 확산된 ‘성 개방’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라이프 스타일 연구’의 결과다.

이들에게는 ‘섹스’ 만큼이나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배경이나 연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20대는 74%가, 30대는 66%가 머리를 끄덕였다. 50대의 58%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 결과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섹스에 관해서는 대단히 이질적이었던 30대 이전과 40대 이후 그룹이 ‘사회적 성공’이란 관점에서는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조사 결과를 보자. 먼저,‘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이 꼭 필요한가’라는 문항에 대해 20대는 68%, 30대는 70%, 40대는 77%, 50대는 67% 등 막상막하의 결과를 보였다. ‘고등 교육은 곧 출세’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세대 차가 없는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이 꼭 필요하다’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20대 68%, 30대 70%, 40대 77%, 50대 67%로 세대 간의 특성을 종잡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는 성 관념에 있어서는 신구세대 간의 간극이 크지만, 출세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견해 차가 해소되는 현상을 보여 준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의 세대란 것은 어떤 식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가 이 학교 심리학과 출신 강영주(29ㆍ대안 교육 센터 ‘하자’ 교육 연구팀)씨가 내놓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이다. 서울과 수도권(분당) 지역에 사는 대학생, 사업체에 근무 중인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2002년 11월 25~12월 10일까지 벌였던 설문 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전처럼 연령별로 이뤄진 세대 구분을 탈피해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21세기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를 파악하는 데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강씨는 “이제 세대란 연령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잣대로 나뉘어 지고 있다”며 “최근 들어 선진적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의 차원에서 이 같은 접근 방식의 세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가지 인간 유형

조사 결과, 현재 한국은 5가지 유형의 사회적 인간으로 나뉜다. 남아선호, 부르주아 지향, 전통적 가치 등의 특징으로 묶이는 ‘물질주의적 봉건형’은 기성 질서 체계를 가장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집안 학벌 연줄 등 전통적인 관계로부터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 이외의 공공의 문제, 즉 사회나 정치 문제 등에는 관심이 없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둘째는 ‘개인주의적 보보스 형’으로 최근 급속히 대두한 사이버 보헤미안이나 여피 등 신흥 부르주아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가치 가운데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만 교묘하게 취해 하나의 새 인간상을 만든다.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인 이들에게 타인이란 경쟁의 대상일 뿐이며 자신의 성공만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은 자신의 기쁨이 되지 못하는 이들은 물질적인 풍요 못지 않게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인기 얻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성공제일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타고난 배경이나 연줄을 이용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적극적 이기주의자들이다.

세째 유형은 ‘자아상실적 현실형’. 이들은 현실이나 사이버 공간 어디에서도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한다. 가족이나 조직을 위해 희생과 의무를 감내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수긍하는 이들에겐 자신들을 대표할만 한 특정 가치체계가 없다. 소극적 이기주의자들로 표현될 수 있다

다음은 ‘동질주의적 개방형’.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과는 원활하게 관계를 맺고 잘 협력하는 유형이다. 동료나 관심을 공유하는 또래에 대해서는 대단히 개방적이고도 너그러운 이들은 그러나 상하위 서열,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가족중심주의 등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사이버상에서는 굳은 결속력을 보이는 네티즌이나 ‘붉은 악마’의 심리 상태를 설명해 준다.

다섯째는 ‘전통주의적 보수형’. 전통적 가치관과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사회 질서를 존중하는 이들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비판적이다. 가부장적 태도, 남아선호, 부르주아적 전통 가치를 신봉하는 이들은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경계할 뿐 아니라 쉽게 받아 들이지도 못한다.


보수주의적 신세대집단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는 현재 10대를 통칭하는 ‘N 세대’에 대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개방성이 강하고 전통주의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성향이 다른 세대 집단에 비해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에 의하면 10대는 권위주의적 성향에 있어서 다른 세대들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20대들을 일컫는 말로 ‘신 보수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연구에 참여한 강영주씨는 해석했다.

5~6년 전만해도 ‘자율화 세대’니 ‘X-세대’니 하는 말로 전혀 다른 인간형으로 여겨져 왔던 이들의 실상이 사실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심리적 세대 집단은 ‘물질주의적 봉건형’으로, 이들은 남아선호 가치나 전통 가치를 중시할 뿐 아니라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는 부르주아적 가치 또한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위’에 대한 시각도 변천

그렇다면 ‘권위’나 ‘권위 인물’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각 세대가 얼른 떠올리는 단어나 상황은 어떤 것일까.

10대~30대의 경우에는 ‘강압, 복종, 압력, 위압감, 억제 하는 것, 짓누르는 것, 굴복시키는 것, 탄압’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40~50대에게서는 다른 세대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위선’이나 ‘체면’ 등의 단어가 나온다. 권위라는 문제와 관련, 아래 세대는 ‘나를 숨막히게 하는, 나를 복종시키려 하는’ 등의 이미지로써 억압이나 강압을 우선 연상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결혼관과 애정관이다. 기성 세대와의 차이점이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남녀가 얼마든지 함께 살 수 있느냐(동거)’는 질문에 20대는 63%가, 30대는 59%가 찬성을 표했다. 이에 비해 40대는 24%가, 50대는 10%에 그쳤다. 한국 사회는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심리, 두 가지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강력한 암시다.

사회 계층의 변혁과 맞물려 상승 효과를 갖고 전개되는 성의 혁명이 21세기 한국의 색깔을 어떻게 바꿀 것인 지,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사회의 색깔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강영주씨는 “심리적 세대라는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연령별로만 세대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공략법을 달리 해 온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병욱 차장 aje@kh.co.kr

입력시간 2003/03/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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