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도권 일대 신종 ‘호스트 다방’ 기승

"죽이는 꽃미남이 붕붕 띄워드러요"

‘꽃미남 20명 항시 대기, 여성 전용 다방 개업’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호스트 다방(속칭 호다방)이 인기다. 호다방이란 남성이 커피를 배달하는 일종의 ‘남자 티켓다방’. 부르면 달려와 기분을 붕 뜨게 해준다고 해서 ‘붕붕 다방’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 호다방이 성업중인 곳은 경기도 안산과 성남 일대. 업계에 따르면 안산과 성남의 경우 최소한 5개 이상의 여성 전용 다방이 있다. 이 곳에서 호다방을 선전하는 유인물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전을 비롯해 전주, 청주 등으로 세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2일 저녁 8시 청주시 하복대 지구. 청주 톨게이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중부권에서 알아주는 유흥가. 초대형 나이트클럽을 비롯해 단란주점, 테마형 룸살롱 등 수십여 곳이 환하게 네온사인을 밝히고 있다.


“한번 가보고 싶어요”

이곳 역시 호다방이 활황세를 타고 있다. 이곳 여성들 사이에서 호다방은 이미 상당한 관심거리다. 다방을 선전하는 자동차가 수시로 인근을 휘젓고 있다 보니 여성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46ㆍ슈퍼마켓 운영)는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며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주요 얘기 거리가 여성 전용 다방이다”고 귀띔했다.

호다방의 주요 고객은 일대에서 활동하는 ‘나가요 걸’(유흥업소 여종업원을 가리키는 속어)들이다. ‘나가요 걸’의 경우 새벽녘이 돼야 영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면 파김치가 된다. 손님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 억지로 마신 술 등 피곤한 몸과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지 풀어야 하는 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일부 ‘나가요 걸’들이 호스트바를 찾지만 그러나 이 곳은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단점이다.

때문에 이와 비슷한 효과가 있고, 돈도 얼마 들지 않는 호다방을 이용하는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특이한 점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방식과 달리 호스트 다방은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주만 보더라도 현재 2개의 호스트 다방이 성업중이다. 이들은 모두 관할 구청인 흥덕구청으로부터 다방 사업자 등록증을 받은 상태다.

이 같은 방어막 때문일까. 마케팅 기법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꽃미남 20명 대기’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가 하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유인물을 뿌리며 ‘손님 몰이’에 나서고 있다. 간선도로에 주차 돼 있는 자동차마다 선전용 명함으로 도배가 돼있을 정도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성은 “잠깐 차를 대고 일을 보고 왔더니 각종 선전물이 덕지덕지 붙어있다”며 “한 두개도 아니고 떼어내기가 귀찮을 정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벽시간 원룸ㆍ여관으로 ‘배달’

가게 운영도 대폭 바뀌었다. 배달 위주의 형식에서 벗어나 홀을 만들어 직접 여성 손님들을 받고 있는 곳도 많다. 일반 다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종업원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달 전에 문을 열었다는 D다방의 관계자는 “기존의 여성 전용 다방은 오피스텔 등에 무허가 커피숍을 차려 하기 때문에 영업이 음성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르다. 구청에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식구는 8명. 대부분이 20대 초반으로, 잘 생기고 잘 빠진 말 그대로 ‘꽃미남’들이다. 자신을 메인이라고 밝힌 호스트 김모씨(23)는 “호스트 대부분이 현직 선수이거나 전직 호스트바 출신이다”며 “ 때문에 외모에 관한 한 최고를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사코 가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김씨는 “법적으로 이상은 없지만 아이들이 눈요기 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대략 10가지. 커피를 비롯해 쌍화차, 쥬스, 음료수 등을 모두 취급한다. 가격대는 약간 비싼 편이다. 커피가 5,000원, 쥬스가 8,000원으로 시중 다방에 비해 1.5배 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매출이 평균 50만원 선. 잘될 때는 100만원까지 오른다.

피크타임은 아침 6~8시. 김씨는 “아가씨들의 일이 끝나는 새벽이나 아침에 주문이 가장 많은 편이다”며 “이때가 되면 종업원들을 풀가동해도 손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 시간대에는 배달 손님이 대부분이다. 아가씨들이 묵고 있는 원룸이나 여관으로 직접 차 배달을 한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보온병과 커피잔을 보자기에 싸는 것이 아니라 007 가방이나 쇼핑백에 넣어 다닌다.

세간에 알려진 2차는 없다고 말한다. ‘나가요 걸’의 경우 영업이 끝나는 새벽이 되면 심신이 지쳐 몸을 꼼짝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된다. 때문에 대부분은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부탁하거나 커피만 시켜먹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대부분 호스트바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이른바 ‘선수’들. 때문에 2차가 없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안재모’란 가명을 쓰고 있는 한 호스트는 “호다방의 경우 티켓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2차가 없을 수 없다”며 “수입을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원할 경우 2차를 나가게 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남성 도우미 고용 노래방도 늘어나

청주에 생겨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노래방 남성 도우미다. 어느 때부터인가 하복대 지구를 중심으로 남성 노래방 도우미가 늘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한다.

그러다 호출이 들어오면 노래방으로 불려간다. 1번 불려가는데 비용은 5만원 내외. 조금만 분위기를 맞춰주면 되기 때문에 인근 대학생들 가운데서도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이들이 꽤 된다.

청주경찰서 산하 복대1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하복대 인근에 남성 노래방 도우미가 많은 편이다”며 “유흥가가 발달하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한 상권도 더불어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복대 지구는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흥 밀집 구역이다. 양이나 질이 웬만한 유흥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양 최대로 알려진 카스 나이트클럽과 아라비안 나이트클럽이 도로를 마주하고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업소는 4층 건물 전체가 나이트클럽이기 때문에 웬만한 클럽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나이트클럽 뒤로는 각종 러브호텔들이 총천연색 네온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안마시술소를 비롯해 단란주점 등이 반경 1㎞ 안에서 성업 중 이어서 ‘교육의 도시’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청주 서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개씩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나는 게 유흥업소다. 얼마 전부터 정확한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3/03/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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