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 ' 갱스 오브 뉴욕'

사랑과 복수로 점철된 이방인들의 뉴욕 정착사

개봉을 미루고 미루면서 영화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이 드디어 개봉을 눈앞에 두었다.

이 영화의 홍보에 등장하는 것들 중에 몇 가지 주목할 것이 있는데,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트 영화이고,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오랜만에 내놓은 대작, 초호화 캐스팅, 초 거대 세트에서 비롯되는 리얼리티 등등이 그것이다.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화제작답게 벌써부터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각 사이트마다 분분하게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대 이하라는 평들이 대부분이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시사하는 바는 다름아닌 지루함.


■ 감독 : 마틴 스콜세지
■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암 니슨,
짐 브로드벤트, 카메론 디아즈
■ 장르 : 액션, 드라마
■ 등급 : 18세 이상
■ 상영시간 : 166분
■ 제작년도 : 2002년
■ 개봉일 : 02월 28일
■ 국가 : 독일, 미국
■ 공식홈페이지 : www.gangsNY.co.kr

그 이유로는 너무 미국적인 영화라는 평도 있고 단순한 이야기 구도를 고무줄처럼 ‘쭈욱’ 늘여 펼쳐놓았을 뿐이라는 평도 있다.

이 두 가지 평이 이 영화를 안 좋게 평가하는 대표적 부류인데 그렇다면 좋다고 평가하는 이들의 의견은 무엇일까. 좋다고 평하는 쪽의 의견은 일반대중의 엔터테인먼트적 시각이 아닌 작품의 완성도를 보는 전문가적 해석이다.


거장 감독이 그려낸 대서사시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재미도 다르다. 예를 들어 영화 ‘메트릭스’의 경우 철저하게 성경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이가 있는 반면 노장사상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이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둘 다 혼합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럼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는 것인지 한번 알아보자. 같은 영화라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는데 특히 이런 영화는 흥미위주의 영화와는 달리 알고 보는 것이 재미있는 영화 감상에 보탬이 된다.

우선 스콜세지 감독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로 추앙 받는, 미국 영화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린다. 할리우드에서 뉴욕 관련 소재 영화의 대부인 마틴 스콜세지는 현재 감독외에 제작과 필름 라이브러리 사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칼라 오브 머니 (The Color of Money, 1986)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 케이프 피어 (Cape Fear, 1991) 카지노 (CASINO, 1995) 비상근무 (Bringing Out the Dead, 1999) 등 많은 그의 작품들이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였고 폴 뉴먼과 로버트 드니로 등 그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에게 주연상 영광을 안겨줘 많은 배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제작 일에 몰두하면서부터는, <유 캔 카운트 온 미>외에도, 스티븐 프리어즈의 <그리프터즈>, 스파이크 리의 , 앨리슨 앤더슨의 , 존 맥너튼의 영화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신인 감독들의 영화에서 제작자로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필름 라이브러리 사업을 시작하여, 루이스 부뉴엘, 장 르노와르, 루키노 비스콘티의 몇몇 작품들을 비롯하여 영화 역사를 빛냈던 주옥같은 고전 영화들을 수집·보관하고, 재상영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는 그야 말로 영화계의 거물이다.


거대한 스케일과 현란한 리얼리티

뉴욕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삶의 모습과 애환을 담아내려 애써오며 ‘뉴욕영화 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가 20여년에 걸쳐 기획하면서 숙원하던 영화를 만든 것이 바로 ‘갱스 오브 뉴욕’이다. 내용을 말하자면 간단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3시간에 달하는 내용을 한정된 지면으로 전달하려는 노력 자체가 영화에 대한 오해를 낳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게 두 줄기로 이뤄진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와 토박이들간의 영역싸움. 그리고 후반부에서 집중하는 징집문제를 큰 줄기로 한 ‘없는 자’와 ‘가진 자’들의 싸움. 결국 영화가 조명하는 이 큰 두 줄기는 다름아닌 미국의 역사에서 비롯한 것인데 영화는 이 역사의 고증방식을 통한 서사적인 구조로 진행된다.

이 싸움들에서 원한관계가 성립되고 주인공이 복수하는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복수를 하려는 과정에서 영화의 감초처럼 애정관계가 등장해 주인공의 애간장을 녹이고 감정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대상만 다를 뿐 밀고 당기기의 연속이 이어진다. 여기서 이 영화를 감상할 때 지루함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현란한 리얼리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지루함으로 치부될 수 있는데 그것은 스콜세지 감독의 역량이 녹아든 부분이어서 집중해서 감상해야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무리 장인정신으로 만든 걸작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으면 즉, 보는 눈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여서 스콜세지가 거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섬세하게 영화를 터치해 나가다 보면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물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심리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지만 겉으로 드러나거나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심리, 또 각 상황마다 대사마다 이어지는 일반심리묘사 등등에서 찾을 수 있다. 화면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보면 감독은 배우들의 일반적인 연기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음이 드러난다.

결국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이방인과 토착인, 당한 자와 가한 자 이런 구도 속에서 드러나는 외향적 모습과 드러나지 않는 심리 등을 적나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한 터치로 그려냈다 하겠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혹은 관심 없이 본다면 이 영화가 ‘대부’ 이후 최고의 대작이라는 평은 허풍이라 여겨질 것이다.

윤지환

입력시간 2003/03/04 18:2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