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life] 정갈한 밥상은 몸과 마음의 보약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 최민희씨 자연건강 식사법

“윤서는 참 행복한 아이네요.”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윤서가 올1월1일자로 젖을 떼고 두유를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었다. 백일만 지나면 우유로 바꾸지 못해 안달하는 요즘의 젊은 엄마들과는 달리 작년까지만 해도 짬이 나는 대로 모유를 먹여가며 키웠다는 이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언론개혁을 주도해 나가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http://www.ccdm.or.kr) 의 최민희(44)사무총장이다.

바쁘기로 말하자면 그녀만큼 바쁜 사람이 없다. 85년 월간 말지의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이후 곧바로 시작한 언론 운동 외에도 현재 관여하고 있는 일이 너댓 개가 넘는다. 이런 그녀가 뜻밖에도 자연요법에 대한 강의로,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의 저자로, 최근에는 아토피를 자연요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해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까지 펴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엄마들 사이에 누구보다 유명한 인물이 된 데에는 다 까닭이 있었던 셈이다.

“언론개혁 운동을 하시는 분이 어떻게 자연 요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1990년에 남파간첩이었던 왕영안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그 분은 암 3기 판정을 받고 만34년간 옥살이 후 3개월 시한부 인생인 채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이 분을 도와 드리려다 니시식 자연건강법을 알게 되었지요. 그 분은 이를 실천하며 이후 7년을 건강하게 사시다 72살에 돌아 가셨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민족생활의학회’에서 자연건강법을 연구하게 되었고 ‘민족생활학교’ 에서 오랫동안 잉태, 출산, 육아에 대한 강의를 해 왔어요.”


전통적 자연요법의 실천

아이를 하나 가져서 내가 하는 강의대로 키워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그녀는 나이 마흔에 둘째를 가졌다. 아이를 가진 후 매일 풍욕을 다섯 번 이상 하고 첫 아이를 역산한 경험 때문에 아이의 체위를 바로 잡기 위해서 ‘합장합척운동’을 어떤 날은 2,000 번 이상할 만큼 정성을 쏟았다. 매일 산야초 녹즙을 한 두 컵 먹고, 감잎차를 수시로 마시는가 하면 콩국도 자주 해 먹었다.

아이의 출산 역시 조산소에서 산파의 손에서 받아내어 100분간 나체요법을 실시하는가 하면 첫 젖이 돌기 전 생후 3일을 굶기고 이후 냉온욕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출산문화의 시각에서 보면 의아스러울 정도의 자연 요법을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적용해 나갔다.

전통적인 자연요법으로 낳아 기른 자신의 육아 기록서인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 는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책에서 나온 인세를 기금으로 하여 ‘수수팥떡’ 이라는 모임을 인터넷상에서 꾸려나가고 있다.

“수수팥떡(asamo.or.kr)은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모인 엄마들이 함께 하는 공간입니다. 무공해 먹거리를 통해 내 아이, 남의 아이가 함께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요. 그 과정에서 인스턴트 식품의 문제점, 나아가 다국적 기업의 폐해에 이르기까지 엄마들의 의식도 많이 확장되지요.”

그녀를 찾아 간 이 날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실에 얹혀 더부살이를 하는 ‘수수팥떡’의 총무인 신은영씨가 점심을 준비했다. 이날 밥상에 오른 메뉴는 오곡밥과 김치국, 김치, 감자조림, 초고추장소스를 끼얹은 돗나물, 각종 쌈채가 담긴 접시와 쌈장이 함께 나왔다.

쌈채로는 샐러리, 적치커리, 양배추, 물다시마, 곰취나물, 상추, 겨자잎, 느타리버섯 등과 함께 살짝 데친 양배추가 생두부와 함께 담겨져 입맛대로 쌈채를 골라 먹는 재미가 남달랐다. 초고추장소스를 끼얹어 생으로 먹는 돗나물은 봄에 물김치를 담아 조금 새콤한 맛이 돌 때 고추장을 조금 넣고 쓱쓱 비벼먹으며 자란 필자에게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김치국은 소박하고 개운한 맛이 가득했다. 어렸을 때 묵은 김장김치로 김치국밥을 가득 끊여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치국 맛이 정말 깔끔하네요.” “그 김치가 좀 사연이 있어요, 1년 묵은 김치인데 전북 완주군 비봉면에 계시는 지인이 보내주신 귀한 김치예요. 멸치로 국물을 충분히 우려낸 후에 묵은 김치를 잘게 썰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두부만 쏭쏭 썰어 넣었는데도 깊은 맛이 우러나요.”

그냥 격식없이 편하게 솥채로 바닥을 박박 긁어 가며 먹어야 하는 분위기가, 서울 한 가운데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한 시민단체의 사무실이 아니라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먹는 밥상으로 잠시 착각하게 만들었다. 점심밥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에 그녀가 집에서 즐겨 먹는 음식과 아이들 간식은 주로 어떤 걸 주는지 궁금했다.


“발 잘먹는 아이, 간식도 필요없어”

“밥하고 김치죠. 김치찌개, 된장찌개, 고등어 조림도 해먹고. 아이들 간식요? 그러고 보니까 우리 윤서는 과자를 안 먹네요. 간식은 밥 잘 먹으면 따로 줄 필요는 없어요. 사과, 배, 토마토, 다래 등을 먹고 친정 엄마가 해 주시는 식혜를 자주 먹어요. 가족이 다 모여 있는 휴일에는 우리밀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두 달에 한번 정도 샤브샤브를 해요.

미리 다시물을 낸 다음 마늘과 생강을 넣어 팔팔 끊이고 쑥갓, 미나리, 대추, 송이버섯 등 갖은 야채를 넣어 얇게 썬 고기를 넣어요. 이렇게 먹으면 고기는 조금 먹고 야채는 많이 먹을 수 있어 온 식구가 다 좋아해요. 국물에는 국수를 넣어 먹어도 좋고 밥을 넣어 죽을 끊여 먹어도 얼마나 맛있는데요.”

“윤서는 아직 어린데 뭘 잘 먹어요?” “요즘 애들은 야채를 잘 안 먹잖아요, 그럴 땐 오므라이스를 해 주는데 당근, 피망, 버섯, 양파 등 온갖 야채를 듬뿍 넣는데 특히 내 비법은 오므라이스에 감자랑 고구마를 반반 넣어요. 정말 애들이 맛있어 해요. 한 번 해 보세요.”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쓸 만큼 바쁘게 살고있는 그녀는 또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이제 민언련도 웬만큼 안정되어 있고 하니 젊은 실무자들에게 맡기고 나는 자연요법에 관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요. 우리 애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정갈한 밥상을 차려 주며 살고 싶기도 하구요. 또 서울 근교에 쉼터를 하나 꾸며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몸도 마음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하나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샤브샤브 만드는 법
   

1. 멸치, 다시마, 건새우, 버섯을 넣고 충분히 우려낸 후 멸치를 건져 낸다.

2. 마늘과 생강을 넣어 팔팔 끊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고 미나리, 대추, 송이버섯 등 갖은 야채를 얇게 썬 고기와 함께 살짝 익혀 건져 먹는다.

3. 남은 국물에는 우리밀 국수를 넣어 먹거나 죽을 끊여 먹어도 맛있다.

 

 

이주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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