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움직이는 광고판 "스타를 잡아라"

스타 패션(Star Fashion), 제품 인지도 높이기에 최대효과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봄. 새로운 모습으로 패션마니아를 유혹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그들의 전략에는 ‘스타’가 있다. 전지현처럼 발랄하고, 김혜수처럼 섹시하고, 안정환처럼 꽃미남이 되고픈 대중들은 스타의 이미지를 모방한다.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릴 때 얼굴 생김새, 음성, 자태, 말씨, 옷차림 등 수많은 것들이 모여 어떤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보는 이의 사고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 사람에 대한 특유한 감정과 느낌이 바로 이미지다.

패션은 이미지다. 이미지를 입는 것이 패션이다. 좋은 이미지,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패션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패션브랜드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구입해서 입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브랜드는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김희선이 입은 옷을 입으면 김희선이 되고, 원빈이 입은 옷을 입으면 원빈이 된다’는 스타 추종자들. 스타가 대중에게 사랑 받는 만큼 그들을 닮고 싶어하는 팬들의 수도 늘어난다. 스타를 사랑하는 대중은 그들이 입는 옷, 장신구, 머리모양, 심지어 말투까지 흉내내고 싶어한다. 따라서 스타마케팅은 우리 사회의 자연적인 산물이다.


스포츠스타 활용으로 ‘대박’

스타마케팅은 단기간에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장점이 있고 매출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 초일류 모델을 잡은 나이키의 성공은 스타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준다. 나이키는 98년 마이클 조던과 2,500만 불의 계약을 맺었다.

조던을 앞세운 나이키의 농구화‘에어조단’은 1억3,000만불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경제지 포춘은 나이키가 이러한 ‘조던 효과’를 통해 얻은 이익이 52억 달러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는 나이키 골프를 살렸다.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가 최연소 PGA우승을 달성하기 전 그의 가능성을 보고 5년 간 4,000만 달러의 스폰서십을 계약했는데 그 결과 매출이60%나 늘어나면서 골프의류 시장 1위를 달성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스타마케팅은 90년도 초반부터 시작됐다. 이제는 대학 교재에까지 실린 ‘서태지 패션’. 서태지는 ‘현대패션 100년’에 9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리더? 스타마케팅의 효시로 국내 복식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결혼해 엄마가 된 최진실이 당시 최고의 영 캐주얼 여성복 ‘씨’의 전속 모델이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씨’를 입고 있는 발랄한 최진실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린 명동 매장은 오픈 당일 북새통을 이뤘다.

요즘은 빅스타 마케팅이 곧 매출이라는 등식이 상식화되고 있다. 톱스타인 경우 계약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그 기간 동안 스타는 움직이는 광고판이 되는 셈이다. 억대의 계약금을 챙긴 스타는 TV CF나 카탈로그, 사인회 등을 통해 직접 판촉에 나선다.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공식 또는 비공식 모임에 출연하는 이른바 ‘입어주는’ 협찬계약만 연간 수억 원이다.

국내 브랜드 패션쇼나 런칭쇼를 빛내는 것도 역시 스타다. 스타 섭외에 행사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어 주최측은 사력을 다해 스타 모시기에 나선다. 디자이너와의 친분만으로 얼굴을 내미는 착한(?) 연예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돈을 줘야한다. 특 A급 연예인의 경우 단순히 패션쇼장에 방문해 주는 것만으로도 몇 백 만원 단위를 지불해야 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스타마케팅을 필수로 생각하고 있다. 실패 확률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연예인 협찬과 드라마, 영화 협찬이 몇 십억이 드는 TV광고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계산이다. 연 20억원이 넘는 TV 광고비의 20~50% 비용만으로 두 배가 넘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타몸값 천정부지

스타추종도가 높은 10, 20대 소비자층을 겨냥한 의류메이커들은 빅모델을 둘러싸고 일대 혈전을 펼친다. 부르는 게 값인 스타들의 몸값이 날로 뛰고 있으며 모델들이 브랜드를 옮겨다니는 가운데 모델료가 2~3배씩 치솟기 때문이다.

청바지 메이커인 ‘잠뱅이’의 모델이었던 원빈은 ‘GIA’와 계약을 했고, ‘브이네스’의 안재욱은 ‘나크나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베스띠벨리’와 ‘조이너스’는 서로의 간판스타를 바꿨다. 5년 동안 김희선을 모델로 썼던 ‘베스띠벨리’는 조이너스 모델이었던 전지현을, ‘조이너스’는 김희선을 새얼굴로 내세웠다.

지난해 월드컵의 열기로 축구스타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남일, 안정환, 송종국 등이 3~4억원의 몸값을 기록하며 패션모델로 뜬 것. 이중 김남일은 ‘지피지기’와 1년 계약에 10억원의 모델료를 받아 업계 사상 최고 대우를 받기도 했다.

캐주얼 브랜드의 거물, ‘지오다노’는 베이직 캐주얼의 평범한 이미지를 카리스마 스타들을 내세워 단번에 톱으로 상승시켰다. 정우성을 시작으로 전지현, 고소영, 김진표까지 시즌을 더할수록 스타마케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머리 좋은 브랜드들은 수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는 ‘이미 뜬 별’보다는 이제 막 스타의 자리에 들어선 가능성 있는 별을 잡는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캐주얼 브랜드 ‘니’. 1999년 런칭해 당시 신인이었던 차태현을 기용, 함께 성장한 예를 들 수 있다.

이에 반해 브랜드보다 스타의 명성이 높다면 프로스펙스의 ‘우씨’가 런칭 당시 서태지를 기용함으로 실패한 것과 같은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모델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브랜드를 인지하는 정도가 낮아 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에서 스타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브랜드를 매치하는 상황전개가 필수적이다. 그것이 소비자가 브랜드와 스타를 동일시하게 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마케팅 비용의 20~30% 차지

스타마케팅의 비용은 간접광고 비용을 포함해 전체 마케팅 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따라서 스타마케팅의 과정은 치밀하게 계획된다. 새 드라마의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방송사 제작진과 함께 의상을 기획하고 주인공 몇 명, 장면의 몇 %에 우리 옷이 찍히도록 한다고 계약에 명시한다.

스타마케팅에 수억의 돈이 오가는 만큼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스타의 인기는 지속적이지 않고 스타가 스캔들에 연루되거나 스포츠선수의 경우처럼 성적이 부진해지면 그 스타의 부정적 이미지를 고스란히 브랜드가 떠 안게 된다.

그간에 들어간 각종 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 또 과다한 경쟁으로 스타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도 벌어진다. 결국 브랜드 색깔이 지속되지 못해 스타들은 이 브랜드 저 브랜드로 옮겨 다니는 꼴불견이 연출되기도 한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간접광고 PPL
   

결혼정보업체 커플매니저와 고객의 사랑을 그린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는 PPL이 등장한다. 협찬사인 결혼정보회사 간판이 나오고, 이 회사 회원들의 이벤트 장면도 등장한다.

이같이 마케팅 중에 TV나 영화에 특정제품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간접광고가 PPL(Product Placement)이다. 화면에 협찬 받은 제품의 상표를 노출시키는 PPL은 지나친 간접광고로 화면을 채운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절감과 높은 광고 효과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마케팅 기법이다.

본래 PPL은 기존의 광고에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들을 위해 1945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마케팅 기법이다. PPL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비욕구를 가지도록 유도하는 광고로 15~30초에 그치는 직접적인 제품 광고보다 브랜드에 대해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가져다 줌으로써 브랜드 선호도와 구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 등장했던 리세스 피세스(Reese's Pieces)라는 초콜릿의 엄청난 성공은 PPL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영화개봉 3개월만에 이 초콜릿 땅콩과자의 매출 신장률은 60%를 넘었다.

이제 할리우드 영화의 PPL은 대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전체 제작비 1억 달러의 1/4에 해당하는 2,500만 달러를 PPL로 해결했다. 이 금액은 톰 크루즈의 출연료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에서는 지난 92년 영화 ‘구미호’에서 저승사자가 모 제과회사의 껌을 씹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지원 받은 것을 시작으로 통신을 통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접속’에서 본격적인 영화 PPL이 보여졌다. 당시 제작사인 명필름 측에 인터넷 무료사이트 개설과 1,000만 원 상당의 영화 입장권 구매 등의 협찬을 제공한 PC 통신회사는 영화의 흥행 덕에 신규가입자가 약 30%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영화와 패션의 만남은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정사’가 시초. 국내에 미니멀리즘의 유행을 불러일으킨 이 영화는 패션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정구호씨의 손을 거쳐 인테리어, 의상 등 영화의 모든 이미지가 완성됐고, 또 성공을 거뒀다.

이후 정구호씨는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텔미썸씽’을 통해서도 이름을 알렸고 브랜드 ‘구호’의 런칭을 통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TV드라마에서의 PPL은 신세대 탤런트들이 등장해 사랑과 성공을 이룬다는 트렌디 드라마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큐’, ‘토마토’, ‘라이벌’ 같은 드라마는 아예 패션 브랜드들이 드라마 전체를 제작 지원하고, 의상 협찬은 물론 촬영장소까지 대여해 간접광고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3/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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